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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순 Feb 04. 2023

 그렇게 가족으로 스며들어 있었다

 궁금했다. 공원 냥이 네 마리를 한꺼번에 입양한 집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사적 공간인 집을 공개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한 번은 청해 보고 싶었다. 그분을 나는 이쁜이 엄마라고 부른다. 공원에서 데려온 엄마 고양이 이름이 이쁜이라 그렇게 불러 달라고 하셔서다.


 지난해 8월. 연일 비가 와도 너무 많이 왔다. 이쁜이 엄마 이야기를 쓴 <마음을 움직이는 힘>에서는 입양을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쓰지 않았다.

 이쁜이 가족은 한 달간에 걸쳐 포획되었다. 합법적으로 신고를 하고 집으로 데려가는 과정에 먼저 데려온 냥이는 엄마 이쁜이다. 새끼 세 마리도 포획하려 했으나 야생에서 어느 정도 자란 아이들이라 어려웠다. 몇 번이나 포획틀을 놓고 장시간 기다렸지만 엄마 때문에 예민해진 아이들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게다가 툭하면 비가 내렸다.


 이쁜이 가족이 살던 곳은 토성 아래쪽이다. 잔디가 깔려 있어도 물이 흘러내리는 비탈 아래라 질척거리는 게 장난 아니었다. 포획 전문가에게 맡겼음에도 마지막까지 포획이 안 된 하양이 때문에 그분은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셨다. 하양이가 전에 기르던 애니와 너무 닮은 녀석이라 입양을 결정하신 거나 마찬가지니 마음고생이 이해가 되었다. 무엇보다 습한 곳에서 혼자 지내다 병이라도 걸릴까 노심초사하셨다.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냥이 네 마리를 집으로 들이셨으니 나로선 궁금한 게 당연할 수밖에.


 처음부터 가족들이 입양을 찬성했을까? 그건 아니었다고 하셨다. 남편 분이 두 마리까지만 입양하고 다른 아이들은 도로 고향(공원)으로 데려다 주라는 소리를 하셨단다. 입양 5개월이 지나가는 지금도 그런 소리를 하실까? 내가 들여다본 집안 분위기로 보아 누가 한 마리 데려다 키운다고 해도 거절할 분위기였다. 누굴 보내겠는가? 집에서 적응해 가는 아이들 하나하나 귀여움과 애교가 남다른데.

콩콩이. 이 녀석이 정말 예쁘다고 하셨다.
베란다 캣타워에서 가족들이 모여 있다. 맨 왼쪽 냥이가 하양이. 공원 냥이들은 모두 미모가 빼어나다.

 마지막으로 간신히 데려온 하양이는 한동안 방에서 데리고 주무셨다고 하셨다. 냥이들이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나서인 모양이었다. 지금 걱정은 새끼 수컷 둘이 영역 싸움을 하며 으르렁대는 정도. 고양이 4마리가 뛰어다니면 엄청 정신 산만할 거라 예상했는데. 청소를 못하고 외출하셨다는 집은 아주 깔끔했다.


 나는 중성화를 마치면 괜찮아질 거라고 했다. 맞는 말이겠지???


 명절 전날 갈비찜을 홀랑 태워먹는 사태가 일어났다. 할 수없이 설날 공원 냥이들 오전 급식을 좀 주실 수 있는지 부탁했다. 바쁘신 와중일 텐데도 흔쾌히 들어주셨다. 작년 추석 당일에도 부탁을 드린 기억이 났다. 그날 부탁을 드리며 물어봤다. 냥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고. 그랬더니 동영상을 보내주시며 명절 지나 냥이들을 보러 와도 된다고 하시기에 덥석 가겠다고 했다. 내가 공개한 <마음을 움직이는 힘>에 대해 소재를 양해받지 못한 터라 겸사겸사 집 근처로 갔다.

 

 - 우리 아이들 이쁜 거 모르는 사람 없게 해 주세요!!!-

 이 분위기였다면 짐작이 될 것이다.

 어찌나 고양이들을 보여주시려 애쓰시는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침대 밑, 부엌 탁자 아래, 심지어 옷장을 다 열어보셨다. 옷장을 열어 본 방이 결혼한 딸이 지내던 방인데 고양이들을 들이시면서 쓰시게 된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본 것은 베란다에서 거실을 가로질러 콩콩이가 엉덩이를 보이고 쏜살같이 사라지는 장면이었다. 비슷한 모습으로 두 마리의 엉덩이를 더 봤으나 그다음부터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집에 들인 지 2년이 지난 까미도 모르는 사람이 오면 흔적도 없이 어디로 사라진다. 고양이들이 숨는 건 정말 탁월하다. 냥이들을 한 마리라도 보여주시고 싶어 여기저기 뒤지고 다녀도 집을 나설 때까지 볼 수 없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아쉬웠다.


 집을 둘러보다 정말 놀랐다. 사실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 널찍한 거실 대부분이 고양이 물품 투성이었다. 고양이들을 위해 아낌없이 쓰실 분이란 건 안 봐도 훤한 이야기다. 공원 냥이들에게 뭘 먹이시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분이 다녀가시면 갑자기 냥이들 입맛이 업그레이드되어 내가 주는 캔을 흥! 하는 표정으로 보다 '이것 밖에 없어~ 아무 거나 먹어!' 하면 할 수 없이 먹어준다는 분위기를 팍팍 풍긴다.


 베란다에 캣타워 3개. 거실에 한 개.... 베란다에 대형과 소형 냥이 화장실만 2개. 두부형 화장실이 거실에 따로 하나. 완전 고양이 카페 느낌이었다. 냥이들 밀도가 높아도 얼마나 자유롭게 지내는지 알 수 있었다. 여기저기 놓인 건사료와 간식 사료 그릇, 물그릇들.

베란다를 아이들 공간으로 완전히 바꾸셨다.
베란다 냥이 화장실. 여기서 볼일을 본 냥이들이 이중창을 열고 아들 방 안으로 들어가 실내 출입을 마음대로 한단다

 베란다에 둔 냥이들 둘이 이중창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와 놀라서 "너희 사람이지?"라고 물어봤다는 소리도 하셨다. 냥이들이 문을 열기는 해도 닫아주지는 않을 텐데 아들이 불평한다는 소리는 없었다. 이미 냥이들이 아들에게도 스며든 게 아닐까?

 이쁜이 엄마는 일단 집에 고양이들을 들여 스며들게 하는 게 목적이었는데 그렇게 된 것 같다며 웃으셨다. 자연스럽게 가족이 된 것 같았다.

거실에도 냥이 물품으로 가득이다. 아이들이 뛰다 미끄러진다며 카펫을 여기저기 깔아 두셨단다

 캣휠도 사신다는데 그건 어디에 두실 건지? 고양이 물품으로 집이 거의 채워져 있는 거 같은데. 심지어 본인이 쓰시는 방에 있는 옷장은 냥이들이 잘 들어간다며 모두 비워두셨다. 베란다에 숨숨집도 몇 개나 있던데...

 그 안에 있던 물건들을 어디로 치웠냐고 물어봤더니

"어디로 다 갔어요~"

 본인도 모르시는 것 같았다. 베란다와 거실 그리고 방 하나가 온전히 고양이들 차지였다.


 지금까지 내가 잘못 생각한 게 아닌가 싶었다. 고양이 네 마리가 쾌적하게 살기에 부족하지 않은 집이라면 적어도 전원주택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쁜이 가족은 그 집에 충분히 스며들어 있었다.

 나는 작은 아들에게 지나치게 좁은 집에서 나리를 키우는 게 아니냐고 걱정한 적이 있다.  아들은 고양이는 수평과 수직 모두를 공간으로 인식한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었다. 고양이에게는 넓은 공간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그 공간 속에 담긴 사람들의 사랑이었다.


 웹툰 <뽀짜툰>에서 고양이 4마리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며 막연히 상상만 했는데. 하긴 은토끼님도 4마리를 입양하셨네~. 입양을 과감하게 실천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경의를 표하게 되었다. 간간히 외손주 돌봄에 개인 사무실 운영, 거기다 가사와 고양이들 뒷바라지까지. 몸이 열개라도 부족할 거 같은데 너무 씩씩하다 못해 행복해 보였다. 직접 보지 않으면 믿기 힘들겠지만 말이다.


 일단 데려오는 걸 저지르면 고양이들이 가족들에 스며들어 내보내겠다는 소리를 안 할 거라고 하시며 웃는 이쁜이 엄마의 얼굴이 너무 환했다. 갈수록 애교가 느는 냥이들 네 마리와 가족들이 행복하게 웃으며 살아가실 앞날이 눈앞에 환히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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