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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순 Apr 30. 2024

어떻게 해야 할까?

 "저 녀석이 정말~!!!"

 나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고등어가 밥을 못 먹고 안절부절못한다. 주위를 살피니 뚱고등어 녀석이 저만치 앉아 있다. 자기 밥도 내놓으라는 뜻이다. 그것도 아롱이나 고등어가 먹는 캔으로. 녀석은 차별을 정말 싫어한다.

수컷 뚱고등어 녀석이다. 인상이 험악한 데다 아롱이를 괴롭히는 걸 본 적이 있어 고운 시선으로 보기 힘들다
고등어가 철쭉나무 사이로 들어가 숨으며 뚱고등어를 살피고 있다.

 녀석에게 캔을 하나 주고 돌아서니 고등어가 이 모양이다. 내 주변에서 멀리 가지도 못하고 나무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숨는 모양새다. 뚱고등어의 동태를 살피는 모습이 어찌나 짠한지.


 뚱고등어 녀석은 인상도 험악하지만 암컷인 고등어와 아롱이 체격의 배나 된다. 2년 전쯤 중성화된 상태로 박물관 뒤로 왔다. 보통 수컷들은 암컷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데 이상하게 고등어와 아롱이를 괴롭힌다. 심지어 그 잘난 폭력을 쓰고 윽박질러 애들을 근거지에서 쫓아내려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화는 나지만 캔을 주지 않으면 아롱이나 고등어를 더 괴롭힐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준다.

 물론 '너 우리 아롱이랑 고등어 괴롭히면 국물도 없어!'라며 한 소리하지만 별 효과가 없어 보인다.

고등어가 숨어 지내는 환풍구. 한참을 불러야 나온다. 고니가 죽고 이곳 어딘가 구멍에 숨어 겨울을 났다

 고등어는 박물관 주변과 주차장을 마음대로 다니던 녀석이다. 너무 대놓고 나와 있어 문제였다. 어디 멀리 가지도 않아 쉽게 찾을 수 있는 녀석이었던 터라 이런 어려움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근래 몇 주 동안은 고등어가 숨어 사는 환풍기 밖으로 제대로 나와 돌아다니지  못한다. 은토끼님도 환풍기 밖에서 한참을 불러야 나온다며 걱정을 하셨다. 나는 불러도 나오지 않아 아예 이즈음은 저녁을 먹고 다시 나간다. 그 환풍구는 뚱고등어가 드나들기에 틈이 좁다. 그래서 주변에 있다 밥 먹으러 나오는 고등어를 괴롭히는 모양이다.


 알고는 있었어도 막상 고등어가 뚱고등어를 피해 숨는 모습을 직접 보니 더 화가 난다. 이걸 어째야 하나?


 고등어는 하루 많게는 캔만 4개에서 6개까지 먹는다. 입맛도 까다롭다. 마음에 드는 캔을 줄 때까지 냥냥 거리며 쫓아다녀 진땀을 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오죽하면 내가 '이 자식이 정말~ 아롱이 딸 아니었으면 그냥 굶기는 건데~ '라고 한탄한 적이 여러 번이다.

제 엄마 아롱이를 만나면 코비비기 인사를 한다.

 공원 고양이들의 세계도 분명 약육강식이 존재한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모두 사는 게 참 힘들구나' 느낄 때가 있다.

 아롱이는 까미 엄마고 고등어와 사랑이는 동생들이다. 같은 날 태어나 나리만 집으로 들어갔다. 매일 밥을 챙겨 먹여도 공원 환경이 안심되는 건 아니다.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더구나 고등어는 내가 중성화까지 시킨 터라 녀석을 보지 못하고 돌아오면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다. 제법 긴 시간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녀석이었기에 더 그렇다.

공원에서 작은 아들이 입양해 키우는 아롱이 딸 나리. 어떤 삶이 더 좋은지 모르겠다.
상자를 좋아하는 까미. 상자가 보이면 반드시 들어가 본다.
세 모녀가 같이 밥을 먹고 있다. 저녁에 나가니 한 곳에 모여들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아롱이. 어느 날 박물관 뒤에서 늦은 오후에 간신히 찾아 밥을 먹이는 데 주변을 자꾸 살핀다.

 내가 알파 수컷이라고 부르던 녀석들은 생애가 아주 짧다. '꼬짤'이라고 불렀던 턱시도 녀석은 나와 은토끼님의 속을 어지간히 썩였다. 박물관 주변을 장악한 뒤 다른 냥이들을 괴롭혀서. 그런 녀석도 아로가 죽고 아미가 입양된 얼마 뒤부터 보이지 않았다. 뚱고등어 녀석은 그 뒤에 박물관 주변을 장악한 것 같다. 아마 영역 다툼에서 지면 폐사하는 게 아닐까 짐작만 한다.

 우리가 아는 수컷 중 제일 오래 사는 고양이가 귀요미다. 한때는 귀요미를 찾아 밥을 먹이는 게 정말 일이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제일 찾기 쉬운 고양이가 귀요미다. 근처에 가 부르면 숨어 있다 나온다. 물론 밥을 먹다가도 수시로 주변을 살피기는 하지만.

귀요미. 천적처럼 다롱이가 괴롭힌다. 귀요미가 있는 곳은 사람들 출입이 많아 자주 겨울집과 급식소를 뒤집어 놓는다.

 자연의 흐름에 따라가는 게 맞기는 하지만 뚱고등어 녀석에게 절절매는 고등어를 보니 무슨 수를 내야 하는 게 아닌가 속을 끓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박물관 버스 아래 숨어 밥 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고등어

  구박하고 혼을 내 주변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할 수도 없고.


 먹이도 제대로 못 챙기고 꼬리를 축 늘어뜨린 채 환풍구 깊은 은거지로 돌아갈 고등어 생각을 하니 발길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까? 이런 경우 해결책은?

고양이 사료에 달라붙는 달팽이 퇴치법을 알려주신 분이 있다.

이런 일에 경험이 풍부하신 분들의 조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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