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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건사료 바꾸기

by 권영순

가능할까?

까미는 먹거리 산택 문제에 관한 한 항상 나를 눈치 보게 만드는 녀석이다.


뭔 놈의 공원 냥이 주제(?)에 입은 그렇게 까탈스러운지?

먹을 걸 주면 '흥'하고 돌아서는 녀석을 어찌하겠는가? 입에 맞다고 허락(?) 해 주시는 먹거리를 가져다 바쳐야지???

하긴 공원 냥이로 살아가는 아롱이 고등어 다롱이 귀요미도 먹이 문제만큼은 호불호가 확실하니 할 말이 없긴 하다. 마음에 맞지 않으면 입도 대지 않아 은토끼님과 내 속을 썩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까미는 완벽한 개냥이다. 내 팔을 베고 안겨서 자 주는 건 물론 애교도 잘 부린다. 눈을 뜨고 있으면 내 일거수일투족을 살핀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처럼 나도 까미가 없는 집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아니 상상하기도 싫다.


이런 개냥이 까미도 사료와 간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단호하게 거부한다.

새로운 간식을 먹일 때도 눈치를 보며 까미의 행동을 살핀다.

태도만 봐도 제공된 먹거리가 채택될 것인지 아닌지 금방 알 수 있다. 그릇에 담긴 걸 먹기는 해도 주저앉지 않고 서서 먹으면 할 수 없이 먹어준다는 의미가 강하다. 정말 맛있으면 엉덩이를 깔고 털썩 주저앉아 먹는다. 그제야 먹을 걸 진상한 집사로서 나도 자리를 뜰 수 있다. 아주 상전(?)이 따로 없다.


왜인지 버릇을 아주 나쁘게 들인 것 같은, 뭔가 키우기 쉽겠지 싶어 데려왔는데 속은 듯한 내 느낌적인 느낌은 뭔지??

새로 사료를 배송받아 배가 고플때 좋아하는 과자 간식과 섞어 줬더니 몇 알 먹었다
며칠은 혹시 먹고 토할까봐 조마조마하게 지켜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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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이 소분되어 있는 데다 알갱이가 작아 공을 많이 들여 만든 제품이었다.

얼마 전 이쁜이 엄마가 국산 유기농 제품을 주로 사용한 사료라며 먹여보라고 권해주셨다. 까미는 입양 초기부터 웨이트 케어를 해 준다는 사료만 먹이다 지난해부터 덴탈케어 사료를 섞어서 먹여왔다. 물론 건사료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음 날 살펴보면 건사료통이 비어있을 때가 제법 있다.


일단 먹여보려고 이쁜이 엄마가 소개해 준 건사료를 꺼내 까미 밥그릇에 올려놓았다. 그동안 까미 건사료를 바꾸기는 거의 언감생심 수준(?).

어찌나 입맛이 까다로운지 그 비위를 맞추기가 장난 아니었다.

"까미야~. 너 공원 고양이 출신이야? 뭔 놈의 입맛이 이렇게 까다로워~."

까미는 아롱이 아들이다. 고양이 털 알레르기로 냄새를 못 맡는 남편 때문에 처음에는 까미 입양을 망설였었다. 하지만 까미는 아롱이 첫 번째 새끼 넷 중 심각한 문제가 보였다. 눈이 충혈되고 눈곱이 잔뜩 낀 채 은거지에 혼자 남아 있는 경우가 종종 생겼기 때문이다. 도저히 공원에서 생존 가능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공원 주차장 주변 은거지에서 혼자 남아 있던 까미. 눈에 이상이 심각하게 보였다.

입양한 뒤 동물병원에 가 확인해 보니 고양이 녹내장이 있어서였다. 결국 먹이는 것도 신중해질 수밖에.


고양이 캔들을 다량 사다 보니 시제품을 선전용으로 보내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그런 먹이들을 까미는 잘 먹지 않았다. 그래도 공원 고양이 넷을 데려다 키우시는 이쁜이 엄마가 직접 좋은 유기농 재료를 쓴 사료라고 소개해 주셨으니 방법을 궁리했다. 덴탈 케어 사료도 원래 먹던 사료에 몇 개씩 토핑처럼 얹어 먹였었다.

과자에 섞어 주기로 했다. 사료만 남기고 과자만 골라 먹는 스킬을 자랑해 나를 열받게 만든 경우도 있었지만 조금씩 줘 가며 관찰했다.

저녁에 주던 캔이나 파우치 같은 간식도 양을 줄였다. 굳이 과자처럼 스크래쳐 위에 올려놓지 않아도 배고프면 알아서 사료통에 있는 걸 먹겠지?

밤에 간식 줄이기 계획은 실패. 전혀 입에 대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낮에도 간식을 줄였다. 평소 먹던 걸 줄이니 확실히 과자에 섞인 건사료를 골라내는 양이 줄었다.


하지만 까미도 실력행사에 들어간 것 같았다. 밤마다 이상행동이 눈에 띄게 늘었다.

잠을 자고 있는 침대 옆 경대 위에 올려둔 물건을 깔고 앉아 나를 지그시 내려다보며 그 위에 놓인 안경과 물건들을 일부러 건드려댔다. 달칵거리는 소리를 모르는 척했더니 한참을 침대를 내려다보며 기색을 살피는 듯했다. 참을성으로 고양이가 얼마나 대단한 녀석인지 나는 나름 알고 있다. 그 방법이 통하지 않으니 이번에는 '까오오~'소리를 지르고 집안을 뛰어다니며 시끄럽게 굴었다. 이방 저 방 다니며 책상 위에 올려둔 물건을 떨어트리거나 심지어 식탁 위에 둔 물건들을 떨어트리는 소리도 들렸다.


오밤중~ 공동주택이니 당연히 다른 집에도 고양이 소음이 안 들릴 리 없을 터. 그래도 참아야 했다.

며칠 소란만 떨고 건사료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냄새를 맡아봐도 제법 맛난 냄새가 나는데~. 왜?

다묘 고양이 집사 한 분은 고양이 사료든 캔이던 새로 구입하면 본인이 먼저 먹어 맛을 본다고 하던데..

나는 그 정도 비위(?)가 좋지는 않아 실험을 선뜻해 볼 생각을 못했다.


건사료를 바꿔주기 위한 나의 투쟁도 까미 못지않게 질기게 해야 할 듯해 각오를 다졌다. 천천히 양을 늘려간 것이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열흘 정도 지나니 조금씩 그릇에 담긴 사료가 줄어들고 있다.


암이 발병한 남편 때문에 나는 식재료를 고심해서 선택한다. 다소 가격이 높아도 유기농이나 농산물 안전 표시가 된 제품(gap이나 haccp)을 확인한다.


고양이 집사로 내 바람도 마찬가지다. 고양이를 기르는 가정이 늘어나는 만큼 국산 제품으로 안전하면서도 잘 먹는 먹거리에 대한 희망을 내려놓고 싶지 않다. 식재료처럼 반려동물에 대한 기준도 더 강화해 주고 믿고 먹일 수 있는 제품들이 많아져 폭넓게 선택할 수 있도록 확대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신생 반려동물 제품 생산처도 활발하게 늘어나고 해외에서도 찾는 K-반려동물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제품을 더 팔아줘야 하는데....


까미는 우리 집에 들인 그 순간부터 가족 서열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모든 집들이 아마 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희망하는 모든 반려인들의 마음은 다 똑같을 것이다.

먹는 것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고 내 가족이 먹는 음식을 정성껏 만드는 마음으로 사료를 만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https://v.daum.net/v/20250429071340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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