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코디언도어>

재능과 취미 사이

by 권영순

젊은이들의 열정이 만들어낸 영화!

이 영화가 나오기까지의 과정 일부를 알고 있어 하는 소리다.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손경수 감독은 나와도 안면이 있다. 작은 아들에게 입양시킨 아롱이 딸 나리 때문이다. 작은 아들이 촬영 등의 이유로 지방이나 해외를 가야 하면 고양이 돌보미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이 손경수 감독이다. 본인도 길냥이를 입양해 애지중지(?) 키우고 있어 필요하면 서로 돕는단다.


두 사람의 인연은 대학시절로 거슬러간다. 작은 아들은 손감독의 작품을 촬영하며 함께 영화인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번에는 단편이 아닌 장편을 찍는 걸 작년부터 알고 있었다.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이 얼마나 큰지, 저간의 고생은 얼마나 심한지에 대해 먼발치(?)에서 지켜보기만 한 나도 알 정도였다. 그런 결실로 이 영화가 세상에 나왔다.


지난 여름

"영화 언제 개봉해?"

물었더니 작은 아들 대답이

"내년쯤 나올 거야? 영화 나오는 거 쉽지 않지? 엄청 힘들어해?"


하더니 지난 9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씨네상과 주인공이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했다는 낭보가 들려왔다. 그동안의 노력과 고생이 조금씩 빛을 보기 시작하는구나 싶어 나도 모르게 흐뭇했다.

11월 30일 서울독립영화제 토크포럼(작은 아들 김진형 감독이 참석했다)

11월의 마지막날

압구정 CGV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독립영화제 장편 경쟁 작품으로 선정되었다기에 영화를 보러 갔다. 그날 작은 아들은 2시에 토크 포럼에 참석한다고 했다. 물론 토크 참석은 극구 말려 보지도 못했다.


나는 학교 배경 영화들에 대해 불만이 좀 있었다. 지나친 폭력이나 어른 뺨치는 선정성이 부각되어 아쉬웠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는 그런 면이 절제되어 있어 지인들에게도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학교에서만 34년을 근무한 덕분에 화면 속에 그려지는 일들이나 모습은 비교적 익숙하다. 촬영지인 H부중이 눈에 익기도 했지만.


영화 속 주인공의 고민이야말로 손감독 자신의 재능에 대한 반문과 회의감의 반영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응원하고 싶다.

영화하며 사는 일이 너무 힘들어 보여 작은 아들에게 취업을 권유해 본 적이 있다. 그런 내게 작은 아들은 '힘들어도 영화를 하며 살고 싶다.'라고 단호하게 말했었다. 아마 손감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남들에게는 삶이 술술 잘 풀리는 것처럼 보여도 누구나 다 백조다. 겉으로 우아해 보여도 다리는 쉴 새 없이 갈퀴질을 해야 하는. 그런데 영화를 만드는 작업은 그냥 보기만 해도 장난 아니다. 그걸 감수해야 한다.

토크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진형 촬영 감독
영화가 끝난 뒤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지고 있는 감독(왼쪽이 손경수 감독)과 배우들

재능을 타고 나 마음껏 발휘하며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장 바람직한 삶은 좋아하는 일과 재능이 같은 것일 것이다. 지구에 태어나 아니 한국에 태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 수 있는 행운을 누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재능이 부족하다는 자괴감이 수시로 생겨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다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여주인공의 경우처럼 늘 웃으며 감내하겠지. 영화 <미망>의 김태양 감독, <말아>의 곽민승 감독 역시 그렇게 자기 길을 가는 사람들이다.


영화에는 아이의 미래에 지나치게 관심을 가져 아이의 자존감을 상처내는 엄마도 나온다. 거꾸로 자녀가 좋아하는 일에 무관심한 부모도 나온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나 교사들이 이 영화를 꼭 봤으면 하는 이유다. 영화를 통해 부모로서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고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어서다.


나이도 어린 감독이 섬세한 관찰력을 가진 사람이구나, 세태에 관심이 부족하지 않구나 싶었다. 이런 섬세한 관찰력과 꾸준함 거기에 영화 속에서도 등장하는 길냥이들을 꾸준히 돌보는 공감능력까지 가진 사람이니 앞으로 우리나라 영화의 미래도 기대되었다.

영화인으로 사는 일은 분명 어려운 길이다. 그러나 그 길을 꾸준히 걷겠구나 싶었다. 손감독의 연출 능력 못지않게 주연 배우의 연기력도 놀라웠다. 연기력이 너무 좋아 재능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영화를 마치고 감독과 주연 배우들과 관객의 만남이 있었다.

재능이 옮겨가는 이상한 물체라는 상상력을 어디서 얻었는가에 대해서도 들었다. 경험이었다.

작은 아들은 원룸에서 방 2칸이 있는 집으로 이사하며 공원 냥이 나리를 입양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도도한 냥이가 나리다. 손감독 역시 길냥이들을 돌보며 알게 된 녀석 중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를 입양해 키운단다. 내가 이 영화에 고양이 아빠들의 분투기라고 부제목을 붙이고 싶었던 이유다. 영화에서도 일상의 반영이 있어야 울림이 가능하다. 그런 울림과 반향이 넉넉해 아쉽지 않은 영화였다. 종합예술의 백미인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인데 재능만 있고 노력이 없다면 새 영화의 탄생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 노력을 영화를 보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성실하게 노력해 결실을 얻어가는 손감독이나 촬영으로 함께 한 작은 아들 두 사람의 우정이 내게는 대견하면서도 귀엽고 예쁘기만 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겨울이 오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