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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ca Apr 01. 2022

쓰고 싶은 글, 사랑받는 글

가수 양희은의 에세이 <그러라 그래>

 

  브런치에 올린 첫 글이 반응이 좋았고, 인기글에도 오르고 메인 화면에도 올랐다. 그 이후로 메인화면에 다섯 번이나 더 오르고 구독자수를 확 올려준 글도 있어서 아주 신이 났다. 관심을 많이 받고 보니 초심자의 행운이었을지언정 고맙고 신기하기도 했다. 채식과 육아를 위주로 글을 쓰기로 결심하고 작가 신청을 했는데 처음엔 보기 좋게 떨어졌다. 작년 마지막 주에 다시 한번 도전했던 브런치 작가 신청에서 합격이 되어 얼마나 기분이 좋았던지.      


  합격이라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것이구나. 내겐 기쁜 일이었지만 주위엔 브런치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아 알리지도 않았다. 글 좀 쓴다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나도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쓸 수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글이 쌓이기 시작하자 구독자수와, 조회수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메인화면에도 몇 번 오르고 나니 더욱 신경이 쓰였다.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하는 글을 써야 한다는 집착이 생기기 시작했다. 조회수가 터지는 제목에 대한 글도 읽고, 원래 생각과는 다르게 글의 내용도 이리저리 바꾸어보었다. 그러다 든 생각은 ‘이러다 진짜 내 이야기는 언제 쓰지?’     


  어느 날 집에 가는 차 안에서 폴 킴이 스페셜 디제이를 하고 양희은이 게스트로 나오던 라디오를 들었다. 라디오 생방 경력만 30년이 넘고 온 국민이 아는 베테랑 가수 게스트와 햇병아리 아르바이트 디제이와의 케미가 신선했다. 폴 킴이 얘기했다. 자기가 히트곡이라면 히트곡이 하나 있는데 그것을 넘어서는 또 다른 히트곡을 불러야 한다는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있다. 부르고 싶은 노래와 사랑받는 노래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데 선배님의 한 말씀을 부탁드린다는 말에 양희은은 단번에 “아티스트라면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불러야죠!” 하고 아주 발랄한 목소리로 명쾌하게 대답해주셨다. 폴 킴은 눈물이 난다고 했다.


  이래저래 마음이 복잡할 땐, 어린 날 햇병아리도 못된 아르바이트 달걀 가수 시절에 뼈에 새긴 결심을 떠올린다. ‘내 노래를 들어주는 한 사람의 가슴이 있다면 난 노래할 거야.’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박이 터지는 건 어쩌면 운이지만, 정성은 이쪽 몫이다. 잊지 말자.     에세이 <그러라 그래> 중에서


  이렇게 많은 책들이 있고 이렇게 훌륭한 글을 쓰는 작가들이 차고 넘치는데 내가 뭐라고 또 시끄럽게 이야기 한 자락 떠들고 있는 것인가. 사람들이 좋아하고 읽고 싶어 하는 글이 아니라면 나는 왜 써야만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면 70넘은 베테랑 가수가 떠올린다는 뼈에 새긴 다짐을 생각해보자.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하는 글은  나만 할 수 있는 솔직하고 재미있는 이야기 일 것이다. 내 글이 부족해지는 이유는 자꾸만 눈치를 보며 나만의 솔직함을 점점 잃어버리기 때문이겠지. 사람들의 좋은 평가 바라지 말고 내 글을 읽어주는 단 한 사람의 가슴을 생각하며 정성을 들여서  계속 써보기로 하자.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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