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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ca Apr 26. 2022

이케아에 밥 먹으러 가는 사람

   

 아무 생각 없이 가면 지갑이 다 털린다는 곳, 미로 같은 쇼룸들을 지나치며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되는 그곳에서 나는 식사만 하고 온다. 쇼룸을 구경하다 레스토랑에 가면 계획에 없었던 쇼핑을 하게 되므로 레스토랑 지름길로 바로 직진한다. 메뉴들도 이케아스럽다. 기능적이고 단순하고, 가성비적이다. 단가가 세진 않지만 양이 적기 때문에 소품 쇼핑하듯이 이 메뉴 저 메뉴 카트에 담다 보면 총가격이 그리 싸진 않다. 그래도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채식메뉴가 일반식과 함께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많은 다양한 메뉴들이 있는 백화점 식품관에 넌 비건인 남편과 함께 가도 채식메뉴 찾기 힘들어서 난감했는데, 이케아는 그렇지 않다. 거대한 창고식 다이닝 공간에 엄청난 테이블들이 있는데 창고식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넓은 창이 있어 시야가 개방되어있고, 이케아의 예쁜 조명과 소품들이 테이블마다 있다는 점. 레고같이 원색의 귀여운 느낌이 살아 있는 의자, 무엇보다도 식물들이 많이 배치되어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 드넓은 공간이 일반 구내식당이나 급식소 같은 느낌이 하나도 없다. 지금은 좀 다르긴 하지만 옛날 백화점 식품관에 다이닝 공간만 하더라도 일반 급식소 같았는데 말이다. 아무튼 그런 공간 인테리어도 좋지만 비건의 선택지가 공존하는 외식 장소라는 점에서 좋다. 자연식물식을 추구하는 나는 역시  가공된 콩고기 제품은 지양해야 되는 메뉴다. 하지만 집에서 매일 자연식물식 하고 식구들과 어쩌다 외식하는데 뭐 어떤가. 굳이 맛을 따지진 않는다. 맛을 따지자면 한도 끝도 없다. 집에서 자연식물식 하면 제일 맛있기 때문이다. 맛은 열외로 치더라도 넌 비건인 이들이 좋아하는 메뉴와 함께 비건인 내가 고민 없이 스트레스 없이 모두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 자체가 중요하다.      


 지난가을 어느 주말 아이들과 함께 갔다. 아이들 메뉴가 따로 있고 아이들 메뉴조차도 채식메뉴가 있었다. 레스토랑 직원들이 글로벌 회사답게 탄소배출을 줄이자는 캠페인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큰 화면에 플랜트 미트볼을 홍보하고 있었다. 큰애는 그 홍보 메뉴판을 보고 콩고기 미트볼 메뉴를 골랐다. 콩고기 미트볼에 맛있는 그래비와 삶은 완두콩, 으깬 감자에 라즈베리 소스가 있는 메뉴였는데, 분명 일반 미트볼과 다른 질감이라 맛이 없을 거라 걱정했지만 아들은 콩고기인지 그냥 미트볼인지 모르고 맛있게 먹었다. 나는 샐러드를 골랐다. 샐러드가 아주 다양하진 않지만 두, 세 가지 중 고를 수 있다. 양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사이드 메뉴들도 있어서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메뉴 하나당 4천구백원, 5 천구 백원선. 회원이면 더 가격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에 남편과 함께 갔을 땐 남편은 돈가스를 고르고 나는 베지 롤을 골랐다. 콩고기 미트볼과 비슷한 볼들과 으깬 감자, 삶은 콩, 카레소스가 한 접시에 4천구백원이었다. 사이드로 감자튀김을 한 접시도 시켜서 식사한 후 1층 식품코너로 갔다. 스웨덴 사람들이 아침으로 잘 먹는다는 100퍼센트 호밀로 만들어진 플랫 브레드가 6천 원이었다. 일반 베이커리에서 100퍼센트 호밀 제품은 만나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그 정도 성분 함량이면 가격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비싸게 느껴지지 않았다. 단맛이 하나도 없는 플랫 브레드 하나 사고, 야채 칩도 하나 산다.  무화과 바게트가 천 원에 행사하고 있었다. 역시 살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밀가루보다는 현미밥이 훨씬 나으니까. 빵을 사놓으면 또 현미밥이나 고구마 먹는데 소홀해질까 봐. 아까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콩고기 베지 롤도 하나 살까 망설이다 생채소 먹는데 소홀해질까 봐 그만두었다. 이케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아이러니하게도 가구나 소품이 아니라 이 냉동 미트볼 제품이라고 한다. 성분이 비교적 좋은 편이고 전자레인지에 잠시만 데우면 조리가 끝나는 제품이라 그런가 보다.      


 식품매장에 나 같은 비건, 가공 식품 선택에 까다로운 사람도 짜증 없이 쉽게 쇼핑할 수 있는 품목들이 있어서 좋았다. 원래 컨셉이 이런 것인지, 작금의 탄소배출 때문에 이런 식품들을 판매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레스토랑에도 100퍼센트 아몬드 커피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1층 카페에서도 라테를 오트밀 우유로 바꿔 주문할 수 있는데 무려 추가 금액이 없었다. 비건이라면 음식에서부터 음료까지 뭐든지 돈을 더 내야만 하거나, 맛이 더럽게 없거나 둘 중 하나인데, 여기에선 비건도 똑같이 일반인들과 대우받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같이 간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그들도 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 있는 곳. 비록 냉동식품을 해동한 콩고기 볼이라고 해도 넌 비건인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는데 스트레스가 없어서 나는 이케아에 가벼운 마음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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