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의 주인공 염미정은 한 번도 채워지지 못한 삶을 산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답답한 인생에 구질구질한 인간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시골에 처박혀 술만 마시며 사는 구 씨를 추앙하기로 하면서 자신도 추앙을 받으며 해방의 길로 나아간다. 여기서 추앙이란 사람을 사랑할 때 그 사람의 과거나 현재 상황에 전혀 개의치 않고 인간 대 인간으로 그 사람을 전적으로 응원만 하는 것을 말한다.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충 조평 판하지 않고 그 사람의 행동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며 큰 마음으로 사랑만을 주는 관계. 이것은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닮았다. 문제는 나 같은 부모는 불안하고 불행하기 때문에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면서 응원과 격려를 주지 못 하는 데 있다. 그래서 주인공 염미정에게서 배운다. 뚫고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아이가 상을 받고 높은 점수를 받아오며 키가 크고 예쁘고 잘생겨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와 질병이 있고 공부를 못하고 못생겨도 내 아이이기 때문에 엄마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욕심내어 잘 키우려 아이를 닦달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만으로 아이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고 싶다. 아이를 추앙하기 위해서는 우선 나 자신부터 추앙을 받아 채워짐을 겪어야만 한다. 내가 아무리 화를 내고 잔소리를 해도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하는 아이의 큰 사랑으로도 배울 수 있는 것이 추앙이지만, 불행하고 불안한 엄마라면 자신의 의지를 다지는 마음 수행을 이 악물고 부지런히 해야만 한다. 엄마 자신의 몸과 마음을 부지런히 돌볼 줄 알아야 한다. 남편과의 사이도 편안해야 한다. 내가 편안하고 채워져 있어야 아이에게 온전한 추앙을 해줄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추앙이 절실한 사람은 바로 엄마 자신이다. 누군가의 보살핌과 사랑을 필요로 하는 여린 존재의 우주가 바로 부모이기 때문이다.
결국 마음속에 사랑밖에 느낄 것이 없는 상태의, 채워진 엄마가 되어야 아이에게 욕심부리지 않고 온전한 사랑을 줄 수 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은 그리 대단하고 동떨어진 일들이 아님을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면서 알게 되었다.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일을 하고, 마음속에 부정적이고 불편한 생각들과 감정들을 분석해보고, 마음을 비우려 노력한다.
계속 내 마음이 편하게 쉬게 해 주고 내가 진정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내가 내게 예전보다 좀 더 친절을 베푼다. 힘든 일과 후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 운동하고 땀 빼기, 일기를 써서 마음을 쏟아내고, 달콤한 간식과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시간을 누가 뭐라 해도 꼭 갖도록 노력하면서 기분을 관리한다. 삶의 낙을 소소하게라도 계속 적립해나간다. 불어난 적립금은 일상을 차분하게 살아가도록 해주는 동력이 되어주고 채워진 몸과 마음으로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더 웃어줄 수 있으면 된다.
아마 아이가 가장 원하는 것은 엄마가 즐거워 환하게 웃는 모습일 것이다. 웃는 것은 돈이 들지도 않고 그리 힘든 일도 아닌데, 내 마음이 지옥이면 살짝 미소 짓는 것마저 괴로운 일이 된다.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매일 마음속으로 쌍욕을 하면서 소주를 하루 네 병씩 마시며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도 이를 악물고 뚫고 나가 다른 삶을 살기 위해 도랑을 건너뛰었듯, 우리 모두는 새롭게 태어나고 싶어 한다. 가만히 있으면 채워진 삶을 살 수가 없다. 뚫고 나가기 위해 안 해보던 일들을 해보면서 나를 돌보야 한다. 엄마는 드라마 속 인물들보다 답답한 이 상황을 더 뚫고 나가기 쉽지 않을까? 엄마인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내가 주는 사랑보다 훨씬 큰 사랑으로 언제나 환하게 웃어주는 아이가 있으니. 온몸이 천근만근이라도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지 않고 맛있는 커피 한잔을 마시고 옷을 차려 입고 선크림 한번 바르고 나를 추앙할 힘을 내어본다. 내가 좋아하는 일, 설레는 일을 찾아 오늘 하루도 기운 내어 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