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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ca Oct 25. 2022

감사일기 따위 뭐하러


  “감사일기는 도대체 왜 써요? 감사하다고 하기 시작하면 자기 발전이 없잖아요.”

감사일기를 쓰고 있다고 얘기했을 때 후배가 말했다. 감사일기를 쓰지 않았을 때 나조차도 그렇게 생각했다. 절대 만족할 줄 모르고 더 높이, 더 많이, 더 빨리를 외치는 이 사회 속에서 우리들에게 감사일기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그 후배도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라클 모닝 챌린지를 한다. 퇴근 후 영어공부를 하고 독서모임과 운동을 하고 주말에도 여유시간을 온전히 즐기기보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한다. 지금의 나는 부족하고, 내가 가진 것은 충분치 않으며 빨리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해야만 할 것 같은 불안감이 항상 도사리고 있어서 여유를 가질 수가 없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 내가 가져야만 할 것, 갖고 싶은 것에만 집착하는 한 늘 쫓기는 삶을 살며 불평, 불만, 부러움, 질투와 같은 감정들에 사로잡혀 있기 쉽다.      


  ‘남편은 왜 주말에도 일해야만 하는 거지? 왜 나만 이렇게 몸이 아픈 걸까? 애들은 누굴 닮아서 저럴까?’ 언제나 부족하고 불만족스러웠던 나는 몸이 많이 아팠고, 불행하게 느껴졌으며 육아도 힘들었고, 남편에게도 항상 불평만 하기 일쑤였다. 자고 일어났는데 머릿속에 뿌연 안개가 낀 듯 늘 찌뿌둥하고 기분이 좋지 못해 아이들에게 잔소리 폭탄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했으며 아이들을 기분 나쁘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으로 더 기분이 나빠지기도 했다. 혼자 오락가락하며 감정의 널을 뛰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인지하지를 못한 채 감정의 노예로 하루를 버텨내듯 살아갔다. 편한 친구를 만나면 해소되지 못한 이 불편한 감정을 쏟아내기 바빴다. 친구의 얘길 잘 들어주질 못했다. 늘 부족한 나이기에 나를 긍정적으로 생각해본 적 없이 이렇게 육아에 집중해야 하는 시간에도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열등감에 괴로워했다.     


  부정적인 감정과 좋지 못한 건강으로 폭주하고 있던 당시 오프라 윈프리가 자기 전에 항상 감사일기를 썼고 그로 인해서 인생이 변했다고 고백하는 어느 대학 졸업 연설 영상을 본 후 감사일기를 써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쓸 말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아 쥐어 짜내기 시작했다. 억지로 쓰다 보니 이게 맞는 건가 의심이 들었다. 그러던 중 <감사하면 달라지는 것들>이라는 책을 보고 확실히 감사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었다.      

  “어떤 일과 관련한 두뇌를 자주 쓰게 되면 두뇌는 그 일에 아주 능통해진다. 자주 감사하면 긍정적인 기분이 형성되고 그러면서 긍정적 감정과 연관된 뇌 경로가 강화되어 더 긍정적인 기분이 생겨난다. 감사는 나를 긍정적인 상태로 만들어주는 일종의 정신 훈련과 마찬가지이다. ‘끊임없는 긍정성의 추구’를 생활 속에서 실천한다. 내가 계속해서 긍정적인 말을 하면 주위 사람들의 기분이 좋아지고 그로 인해 내 기분은 더 좋아진다. 감사로 인한 긍정적인 태도가 자신이 하는 일의 생산성도 높이고 그로 인한 포부도 키워준다. 그리고 감사를 느낄 때 나오는 호르몬은 걱정, 불안, 두려움을 느낄 때 나오는 호르몬과 매우 다르다. 감사는 그러한 부정적인 반응들에 해독제가 되어준다. 감사는 면역체계가 불필요한 과열 상태에 들어가지 않게 해 준다.” <감사하면 달라지는 것들> 중     


  감사는 나의 현재와 일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과 태도를 바꿔줄 수 있는 셀프 훈련이었다. 나는 평소 내가 가지지 못한 것, 혹은 부정적인 것들에만 쉽게 집중했다. 감사는 부정적 감정의 롤러코스터 같이 폭주하는 나를 잠시 멈추어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 너무 익숙하다는 이유로 내 가족을 오래된 가구를 보듯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장점에 집중하며 내가 그들과 함께여서 얼마나 운이 좋은지를 깨닫게 되었다. 내가 잔소리해도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엄마라며 종이로 접은 훈장을 달아주는 아이, 언제나 내 얘기를 들어주고, 짜증 한번 내지 않는 남편의 훌륭한 인격에 감사했다. 감사하면 표현을 하게 되고 기분이 좋아진 가족들로 인해서 또한 내 기분이 좋아지는 선순환이 일어났다.    

  

  내 마음과 몸을 돌보지 않고 몰아부쳤더니 돌아오는 것은 결국 번아웃과 무기력뿐이었다. 번아웃을 겪고 무기력한 시간을 실컷 보낸 후 이제는 하루를 살아도 기분 좋게 살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쨌든 내가 살아가며 무슨 일이든 해내기 위해선 기분이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분이 좋지 못하면 간단한 설거지조차 암담하게 느껴진다. 큰 마음먹고 도전하는 일들은 결과가 좋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남편과 아이들에게 나쁜 기분이 전이가 된다. 그러나 감사로 인해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면 해야 하는 일들도 잘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하고 싶은 일 또한 몰입할 수 있는 집중력이 생긴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불안하고 부정적일 때는 글자 한자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문장 하나 쓰는 일도 암담한 일이 되어버린다. 기분이 나쁘면 다 잊기 위해 술이나 마시고 소파에 드러누워서 스마트폰이나 만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나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일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감사하기 시작했더니 내가 당연시했던 가족과 건강, 사소한 일상이 특별하게 느껴지면서 전보다 더 기쁨을 자주 느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늘 무덤덤하고 감정표현도 서툴며 남편에 비해 오히려 무뚝뚝한 편인 내가 감사로 인해서 생기는 긍정적인 감정들을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 그랬더니 내 일상도 소중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살면서 일어나는 좋은 일들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마음이 감사다. 욕심부리며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더니 어떤 것에도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는 마비상태가 되었다. 감사는 아이러니하게 욕심을 버리고 나를 돌아보는 여유를 가짐으로써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힘일지도 모른다. 후배의 말처럼 감사하면 그 자리에 주저앉아 정신 승리하며 자기 발전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같은 상황 안에서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힘을 갖게 해 준다. 컵에 물이 반밖에 없다고 불평하고 후회하면 무기력해질 뿐이다. 컵에 물이 반이나 있다며 감사하면 그 긍정적인 에너지로 결국 나머지 반도 채워보고 싶다는 힘을 낼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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