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공사

by 미스터규


지난 주말, 학교는 조용히 분주했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그러나 분명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시간이었다. CCTV 설치공사, 중문과 방음문 설치공사, 교무실 가구 교체, 그리고 도로반사경 보수까지. 한꺼번에 많은 일들이 진행되었다.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문득 고개를 들어 도로반사경을 바라보았다. 지난번처럼 덜렁 빠져버리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워 눈여겨봤다. 지금은 단단해 보였지만, 마음 한구석엔 언젠가 또 흔들릴까 하는 불안이 남았다. 그래도 잠시나마 마음을 놓아본다.


교무실에 들어서니 한결 넓어진 공간이 먼저 반긴다. 오래된 책상과 캐비닛이 사라지고, 새로운 가구들이 들어선 자리엔 산뜻한 기운이 감돌았다. 오늘은 컴퓨터까지 설치되었다. 반듯하게 놓인 화면과 키보드가 제자리를 찾자, 교무실이 마치 새 옷을 입은 듯 더 그럴듯해 보였다.


중문 앞에 멈춰 서서 색상과 벽지, 바닥재를 하나하나 눈으로 맞춰본다. 조화롭다. 괜찮다. 방음문도 마찬가지. 문을 닫아보며 안팎의 소리를 비교해봤다. 정적 속에 묻히는 그 감각이 괜히 뿌듯했다. 이 두 공사는 규모가 커서 교장선생님의 검사를 받아야 했다.


긴장 반 기대 반으로 결과를 기다렸는데, 다행히 별말 없이 무사히 통과되었다. 마음속 깊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혹여 반려되거나 추가 요구사항이 생겼다면, 머릿속은 벌써 복잡해졌을 것이다.


CCTV도 하나하나 보여드렸다. 마치 수험표를 내밀 듯 조심스럽게. 그런데도 감사하게도, 이번 역시 문제없이 지나갔다.


이제 여름방학 동안 예정된 공사는 모두 끝났다.


잠시 쉼표를 찍는다. 새 교장선생님이 오실 때까지는, 학교도 나도 잠시 고요해진다. 분주했던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이렇게 작은 평온이 찾아오는 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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