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물이 샌다.

by 미스터규

물기가 스며든다. 체육실 바닥에, 특수학급 천장에, 1학년 교실의 구석에…


물이 스미는 자국을 바라보며 나는 한참을 고민했다. 어쩌면 이 학교 건물도 울고 있는 걸까.


그러다 문득, 작년 이맘때쯤 교육시설관리본부에서 방수공사를 했던 일이 떠올랐다.


하자보수 기간이 3년.


그 말은, 아직 그들의 책임이 남아 있다는 뜻이었다.


급히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업체에서 나와 물이 새는 자리를 살피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뒤, 보수 공사가 조용히 이루어졌다.


우리는 다시 마른 교실을 되찾았다.


물이 새지 않는 교실,


한 땀 한 땀 손본 공간 안에서


아이들이 웃으며 자라나는 걸 보면


어떤 예산보다 가치있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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