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점심, 그리고 공간의 흔적들
방학은 급식을 안하기 때문에
도시락을 사서 먹는데
오늘은 밖에서 먹고싶어 길을 나섰다.'
한 입, 또 한 입. 느긋하게 씹고 있던 중, 전화 한 통이 울렸다.
회의실을 공사했던 그곳.
하자보수 조사를 하러 왔다는 연락이었다.
참 이상하다.
업체는 늘 점심시간에 온다. 아니면 내가 출장을 떠난 그 틈을.
마치 숨바꼭질을 하듯 말이다.
나는 조용히 장소를 알려주었다.
이번엔 내가 있는 날로, 시공일이 잡혔다.
다행이다.
오후엔 교육활동공간에 대한 교육을 받으러 갔다.
우리 학교도 지적받은 공간이 24곳이나 된다.
예산을 신청하긴 했지만,
교부될 지 안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래서 생각했다.
올해 남는 예산이라도 끌어모아야겠다고.
마치 금 간 벽 틈으로 빛을 흘려넣듯이.
학교라는 이 집은 늘 고쳐야 하는 살아있는 존재다.
숨 쉬고, 늙고, 다시 다듬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