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첫째 날

by 미스터규

어느 점심, 그리고 공간의 흔적들


방학은 급식을 안하기 때문에


도시락을 사서 먹는데


오늘은 밖에서 먹고싶어 길을 나섰다.'


한 입, 또 한 입. 느긋하게 씹고 있던 중, 전화 한 통이 울렸다.

회의실을 공사했던 그곳.


하자보수 조사를 하러 왔다는 연락이었다.


참 이상하다.


업체는 늘 점심시간에 온다. 아니면 내가 출장을 떠난 그 틈을.


마치 숨바꼭질을 하듯 말이다.


나는 조용히 장소를 알려주었다.

이번엔 내가 있는 날로, 시공일이 잡혔다.

다행이다.

오후엔 교육활동공간에 대한 교육을 받으러 갔다.


우리 학교도 지적받은 공간이 24곳이나 된다.


예산을 신청하긴 했지만,

교부될 지 안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래서 생각했다.


올해 남는 예산이라도 끌어모아야겠다고.


마치 금 간 벽 틈으로 빛을 흘려넣듯이.


학교라는 이 집은 늘 고쳐야 하는 살아있는 존재다.


숨 쉬고, 늙고, 다시 다듬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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