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습기(곰팡이 냄새)와의 전쟁

by 미스터규

여름방학은 학교에게 있어, 잠시 인간 없는 세계를 체험하는 계절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선생님의 구령도 사라지고 나면, 건물은 본디의 적막을 되찾는다.


그 적막은 마치 오래된 시간의 먼지를 풀풀 일으키며, 어딘가 습기와 곰팡이의 기척을 불러오는 듯하다.


회의실은 1년째 냄새를 품고 있었다. 누군가 말했다. “곰팡이 냄새예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창문을 활짝 열었다. 냄새는 시치미를 떼고 벽 틈 사이에 숨어 있었고,


우리는 그것을 내쫓기 위해 에어컨을 돌리고, 바람의 길을 틔워주었다.

그리하여 이틀째, 바람과 바람이 교차하는 그 자리에서 냄새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혹여, 이 싸움이 장기전으로 이어진다면, 제습기라는 이름의 용사를 투입할 수밖에 없다.

시청각실도 자료제작실도 문을 열고 기지개를 켜는 중이다.


나머지 방들도 틈틈이 숨을 쉬게 한다.


학교가 살아있는 존재라면, 지금쯤 아마 긴 한숨을 내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 모든 불편함은 공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보통 여름방학은 공사의 계절이다. 학교는 그때야말로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시간.


하지만 올해는 예산을 신청하지 않았다. 공사는 없고, 대신 시간이 생겼다.

시간이 있으니 눈이 열렸다. 눈이 열리니, 냄새가 보이고, 먼지가 들리고, 고장이 말을 건다.


우리는 이제 청소에 집중하고 있다. 냄새와 싸우고, 시설과 대화하고 있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어떤 청소는 먼지만 쓸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임을.


“여기 청소기가 필요해요.”

“이 문은 잘 안 닫혀요.”

담당자는 메모를 한다. 그리고 뭔가 고친다. 또 메모를 한다. 피곤한 기색이 스친다.

그의 눈 밑에 깃든 그늘을 보며 문득, 생각한다.

학교는 가끔, 사람보다 먼저 늙는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우리는 그 늙음을 닦아내고 있다.

방학 동안, 조용한 생존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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