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하자 회의실 불이 켜져 있었다.
어젯밤 퇴근하며 내가 끄지 않았던가? 잠깐 멈춰 섰다.
문틈으로 사람 그림자가 움직였다.
“균열 보수 왔습니다.”
작업자 하나가 말했다. 시멘트 가루 냄새가 공기 속에 섞여 있었다.
회의실만이 아니었다. 체육관, 계단, 급식실.
이미 손이 닿은 곳들이었다. 나는 묻지 않았고, 그들도 설명하지 않았다.
곰팡이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다.
습기 때문이었다.
교무실, 시청각실, 과학실.
창문을 활짝 열었다.
그러나 냄새는 그대로였다.
정체불명의 스피드랙이 여자 화장실 앞에 도착했다.
“세탁기 옆에 설치해 달래요.”
조립은 간단했다. 드라이버 하나면 됐다.
드르륵, 드르륵.
철제 다리가 바닥을 긁는 소리.
1층 왼쪽 관리실엔 새 청소기가 배달됐다.
박스를 열었다. 설명서는 없었다.
오른쪽 실에도 같은 모델이 하나 더.
기계는 반들반들했고, 아직 먼지도 묻지 않았다.
“이건 언제부터 쓰나요?”
“오늘부터요.”
그날은 유난히 조용했다.
누군가는 드릴을 돌렸고,
누군가는 창문을 열었고,
누군가는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다.
문이 열려 있어도, 냄새는 나가지 않았다.
그건 단순한 곰팡이가 아니었다.
무언가가 오래된 방식으로, 이 건물 안에 스며 있었다.
일요일에 상신한 구청 지원금 정산보고서.
CCTV 설치공사 정산보고서가
오늘 결재가 났다.
남은 건 멀티미디어실.
한 건.
딱 하나.
그것만 기안하면 이번 여름방학 정산은 끝이 난다.
잠깐, 창밖을 본다.
해는 높고, 사무실은 조용하다.
정산은 끝났지만, 여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