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예산 지역회의, 과장님과 대화

by 미스터규

주민참여예산 지역회의에 다녀왔다.


지난번과는 다르게, 점수는 그다지 날카롭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동기가 담당자였고, 지난번에 전화가 왔었는데 내가 한 말을 잘 듣지 못했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그런 말을 듣는 일은 생각보다 마음을 풀리게 한다.


4개 프로그램이 통과되었고, 예비로 3개를 더 올렸다.


회의가 끝난 뒤, 한 위원이 과장님이었다. 커피라도 함께 하자고 했다.


교육청은 1회용품이 금지라 종이컵이 없었다. 나눠준 커피를 그대로 들고 과장님 옆에 앉았다.


“내년엔 학교업무경감 쪽에 아이디어 있으면 보내줘요.”

과장님이 말했다.

“메일로 보내겠습니다.”

내가 말했다.


작은 약속이지만, 누군가 내 말을 들어준다는 건 생각보다 큰 위안이었다.


내려오는 길에 다른 과장님도 만났다.


인사만 하고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이야기가 길어졌다. 아니, 길어지게 두었다.


육아 이야기. 첫째. 둘째.

육아라는 건 말이 아니다. 가끔은 내 인생이 어디로 가는지 모를 정도로 모든 게 아이 중심으로 흘렀다.


“제일 힘들 땐 지났는데… 요즘이 더 힘든 것 같아요.”

내 말에 과장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거예요. 나도 애들 어떻게 키웠는지 잘 기억도 안 나.”

기억이라는 건, 고통의 뼈대 위에 남는 희미한 그림자 같았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했다. 지지고 볶고 싸우고, 다시 화해하고.

과장님이 말했다.

“기회 되면 교육청에 다시 문 두드려 봐요.”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마음에 남았다. 문을 두드리는 일. 아직도 가능하다는 뜻.


나는 문득 생각했다.

그래, 내가 그리 일을 못한 건 아니었구나.

그리고… 나도 아직, 기회가 있구나.


그 단순한 움직임이, 오늘 하루의 무게를 견디게 해주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 나는 결심했다.

오늘은 아들한테 짜증내지 않기로.


그게 오늘 내가 한 가장 중요한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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