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운동회날이다.
밤새 내리던 비가 새벽녘에야 그쳤다.
운동장에는 고인 물이 거울처럼 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그 하늘 아래, 교장선생님이 “마사토를 메꿔야겠다”고 말했다.
그 한마디에 남교사들이 빗자루와 삽을 들고 운동장으로 나왔다.
말없이, 묵묵히, 그저 해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처럼.
30분 남짓 메꿨을 뿐인데,
손바닥엔 흙먼지가 묻고,
운동화 밑창에는 비의 냄새가 배었다.
다행히, 추가 비는 오지 않았다.
오늘 하루만은 하늘이 우리 편이었다.
운동회는 외부 업체에 위탁했다.
MC는 지나치게 들떠 있었다.
아이들이 웃고 박수칠 때마다,
그는 더 크게 소리쳤다.
나는 몇 번이고 부탁했다.
“조금만, 소리를 낮춰주세요.”
그는 미안하다고 웃었지만,
조금 뒤엔 또다시 목청을 높였다.
그런 날이었다.
모두가 들떠 있었고,
모두가 어쩐지 피곤했다.
운동회는 이틀에 걸쳐 열렸다.
첫날, 흙이 너무 많이 날렸다고 해서
나는 복도를 조금 쓸었다.
흙은 많지 않았지만,
그날의 공기에는 여전히
비와 흙, 그리고 땀의 냄새가 섞여 있었다.
이튿날엔 청소 공지가 내려왔다.
“교실과 해당 학년 복도만 하면 됩니다.”
그 한 줄이,
어쩐지 묘하게 고마웠다.
모두가 지쳐 있었고,
누군가가 조금은 쉬어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비가 그치고, 흙이 굳고,
아이들이 웃으며 뛰던 운동장 한가운데에
나는 잠시 서 있었다.
누군가는 그저 ‘일’이라 부르겠지만
오늘은 그것보다 조금 더,
사람들의 마음이 엮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