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 첫 사용허가

by 미스터규

일요일이었다.


한 가족이 체육관을 쓰고 싶다고 신청을 했고,


교장선생님은 처음으로 그 문을 열어주었다.

처음이라는 말은 늘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도 집에 있지 못하고 학교로 나왔다.


괜히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아무 일도 생기지 않기를 바라면서.

세 시였다.


사람은 오지 않았다.


전화기를 들었다.

“네 시부터 아니었나요?”


그의 목소리는 당황보다는 확신에 가까웠다.


나는 사무실로 들어가 신청서를 다시 확인했다.


종이에 적힌 시간은 내가 알고 있던 그대로였다.


종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는 삼십 분 뒤에 도착했다.


서로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괜히 말이 길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체육관 불을 켜는 법을 알려주고,


문 여는 순서와


사용 후 바닥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쓰레기는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까지


차분히 설명했다.

말을 하면서 생각했다.


이 공간은 학교의 것이지만


잠시 동안은 이 가족의 시간이겠구나 하고.

그들이 체육관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나는 불을 하나씩 끄고 나왔다.


할 일은 끝났고,


그날의 일요일도 그렇게 조용히 흘러갔다.

집으로 가는 길,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괜히 마음 한쪽이 오래 남았다.


처음이라는 건


늘 이렇게,


사람을 조금 더 피곤하게 만들고


조금 더 조심스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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