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회식 자리에서였다.
성탄절에 교직원들에게 과자 꾸러미 하나쯤은 있어도 좋겠다고.
누군가가 말했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크지 않았고, 거창하지도 않았다.
그저 한 해를 잘 버텼다는 인사 같은 것이었다.
나는 다음 날 예산을 뒤졌다.
숫자들 사이에서 작은 여지를 찾았다.
그리고 교장선생님께 조심스럽게 말씀을 드렸다.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두 번의 반려는 생각보다 조용히 내려왔다.
설명은 짧았고, 더 물을 수는 없었다.
교장선생님은 그 사이,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시설 이야기를 꺼냈다.
낡은 것들, 늘 부족했던 것들.
나는 추진 상황을 보고했다.
말을 마치고 나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기분이라는 것이 꼭 말로 설명되지 않을 때가 있다.
학년 말 대청소 이야기가 나왔다.
지금은 어렵고, 3월로 미루자는 결정.
2026학년도 예산을 쓰자는 말에
나는 2025학년도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고 조심스레 문제를 제기했다.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였고,
누군가는 아무 말이 없었다.
마침 이번이 이 학교의 마지막 운영위원회였다.
나는 이임 인사를 했다.
준비한 말보다 마음이 먼저 나왔다.
그때 운영위원장님이 말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고.
그리고 박수가 나왔다.
크지 않았고 길지도 않았지만,
그 박수는 그날 하루를 버티게 해주었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과자 꾸러미는 결국 없었지만,
말하지 못한 수고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구나 하고.
그날의 박수는
내가 여기서 보낸 시간에 대한,
조용한 성탄절 인사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