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24일 기록.
마감으로 정신없던 그 주에, 이번에도 약속을 파토내면 영영 친구를 잃을 거 같아 피곤한 몸을 이끌고 경기도 의정부에서 서울 마포로 꾸역꾸역 나갔다. 결혼 후 정확히 7년 만. 벌써 그이들과도 십년 지기가 되었다. 중국 유학시절 만나 사회에서 만난것과 다름없는 그이들이지만 '늦깎이 학생'이라는 타이틀 덕에 내 일/네 일에 함께 웃고 울던 친구들이었다.
7년 전, 갑작스런 내 결혼 소식에 이제서 말하지만 모두 의아했다고. 가장 늦게 결혼할 것 같았고 길게 사귄 그녀석을 모두가 알기에, 이별의 후유증이 클줄 알았던 네가 결혼한다니 그저 인연을 만났다고 생각했단다. 결혼 후 나는 누구보다 처절하게 살았고 악착같이 살았다며 나의 그동안의 이야길 들려주었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그동안 내가 왜 자꾸 파토를 냈었고 네 결혼식에 가지도 못한 채 축의만 했는지 애를 낳은 너보다 내가 더 바쁘고 정신없이 살았는지 그렇게 담담하게 내 그간의 삶은 이야기했다.
"좀 쉬엄쉬엄 살지 그랬어....
나라면 그렇게 못 살았을거야. 정말 대단하다.너....."라며 나의 지난 시간을 들은 사람 100이면 100 모두 그렇듯, 그간 살아온 내 삶을 안쓰러워했다.
결혼 후 나는 의도적으로 사람들을 피해왔는지 모르겠다. 의정부에서 강남까지 매일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면 밥먹고 차 마시는 그 돈 한 푼이 아쉬운 월세살이로, 집이 멀어 차가 끊긴다며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나야하는 나로 인해 갑작스레 파장되는 그 분위기가 싫었고, 결혼 후 궁색맞아진 내 삶이 창피해졌다고 해야할까. 결혼 전과 후의 내 행색이나 사고방식의 큰 변화가 온건 아니었다. 처절하게 살았지만 거지처럼 입고 다니지 않았고, 집에서 살림하던 친구들에 비해 세상 돌아가는 정보나 트렌디한 맛집 카페는 내가 더 잘 알고 있었고 늘 모음의 주도는 내가 했었더랬다.
그런데, 결혼 후 어느 순간. 결혼하려던 남자의 월급도 모르고, 월세 20만원짜리 경기도 외곽에서 출퇴근만 왕복 4시간 이상씩 하는 나의 삶은 그들과 달랐다. 시댁의 도움으로 최소 전세로 시작해 바로 애를 낳고, 애를 키우며 신랑 뒷바라지를 하는 평범한 삶을 사는 그들과 내 삶은 달랐던 거다. 그들과는 다른, 그래서 비범한 선택을 한 나를 향해 쏟아지는 그들의 안쓰러움과 안타까움, 걱정인지 질책인지모를 그들의 '안타까움'에 나는 조금씩 위축되고 상처를 받으며 나는 사람만나는 걸 꺼려하게 되었던 것 같다.
한번씩 과거의 사람들, 친구들을 만나는 날이면 괜히 만났구나싶은 후회가 밀려왔다. 그들의 삶이 순간 부러웠고 왜 나는 그런 삶을 선택하지 않았나 후회했으며, 지금 나는 무엇을 위해 이러고 사는가 한 없는 질책만 이어졌다.
그럴때마다, 나의 신랑은 내게 말했다. 왜 남과 비교를 해서 괜히 우울하게 있냐고. 남편의 말을 듣노라니 또 그말이 맞다. 내가 뭐가 부족해 그들하고 비교를 해서 내 삶이 지금 후지다고 생각하는건지. 내가 이것밖에 안되는 여자인지, 그 사람들보다 난 더 열심히 누구보다 잘 살아내고 있으면서 그깟 차, 명품가방, 문화센터, 해외여행. 그깟게 뭐라고 위축되는지 기운내자며 나를 다독였다. 그리고 몇년동안은 대학친구/사회친구, 예전에 알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조금씩 끊어내고 말았다.
이제는 여유가 생겼다 생각했다. 그들의 그런 말도 웃으며 넘길 것 같았고 그래서 갑자기 그 시절 친구들이 만나고 싶어졌다. 삶이 피폐해지는 이유는 친구들과의 교류가 없어 감정이 메마른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그이들에게 결국 "쉬엄쉬엄살지 그랬어"라는 말을 들으니 순간 짜증이 났고 자격지심인 감정이 울컥 올라왔다.
얼마 전, 친정 엄마에게 충격적인 이야길들었다. 결혼 후, 돈돈거리는 내 딸이 참 이상해진것 같다고.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이 가해졌다. 으리으리한 갑부집은 아니었지만 무남독녀로 또래에 비해 뭐 하나 부족할 것 없이 자랐던 내가. 딸이 말하기도 전에 늘 내가 갖고 싶다는 생각만 하면 늘 내 앞에 그 물건을 내어놓던 그렇게 키운 딸이 어느 순간 돈에 얽메여버리자 그 모습에 속상해 툭 내뱉은 엄마의 말에 나는 충격적이면서도 미안했다. 내가 그렇게 처절하게 사는구나...
아침 출근길, 나는 지하철 구석자리에 앉아 미츤듯이 눈물을 흘려댔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내 월급날 아침에 남편은 "대출금갚게 돈 보내!"라며, 마치 빚쟁이가 독촉하듯 출근하는 내게 다른말 없이 저 말을 내뱉었다.
일을 여전히 하고 있고, 이제는 어느 정도 직급을 달아 맞벌이를 하니 여유가 있겠네. 애가 없으면 그런 좋은 점도 있지. 일도하고 돈도 벌고 여유도 있고라며 내 삶은 안쓰럽게 생각하던 친구들의 부러움은 사실 그들의 착각이다. '이번 달 월급을 받으면 꼭 현금 얼마를 찾아가 백화점 가서 꼭 가방하나 사야지'하며 결국은 대학생들도 안들법한 몇 만원짜리 가방 하나를 사고도 후회하는 내가 바보같았다. 명품 가방은커녕, 임신에 특효라는 그래서 유행처럼 친구들이 지어먹고 효과를 봤다는 유명 한의원의 보약 한 재를 꼭 지어먹어야겠단 다짐만 7년째 하고 있는 내 현실이 그냥 서러웠다.
요즘 들어, 참 많이 드는 생각이지만 나는 누군가와 함께 미래를 건설해 나가는 결혼 적합자는 아님이 분명하다. 너와 나의 결혼 생활에서 이토록 희생만한다는 억울함이 가득차버린 내 결혼생활이, 결코 정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며칠 째 사라지지 않는다. 결혼을 왜 했는지, 어떤 목표를 가지고 하루하루 이렇게 처절히 사는지 그 방향을 잃은지 너무나 오래되었다. 시간이 지나면 오늘의 이 비참함이 또 무뎐해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