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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샌님 Apr 08. 2023

좀 괜찮은데 했을 때 위기는 찾아온다

레벨업 경험치를 회득했다.

어제 바로 아침에 '월요일 좋~아.'를 외치는 스펀지밥처럼 "난 행복해"를 외치며 출근했는데,

바로 위기가 찾아왔다.

그렇다 나는 불행해졌다.


회사자체가 좋은 것이랑은 별개로 인간관계는 참 어렵다. 

협업이 안 되는 사람과 1년 동안 운명공동체라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고 그 사람이 사수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사람이 나쁜 건 아니다. 일이 들어오면 자기 선에서 내 것까지 처리한 채, 나한테 알려주질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런 일이 있었는지, 그 일이 해결됐는지 알 수가 없다. 

이런 돌아버리겠는 일이 한 달 동안 일어났다. 


그런데 갑자기 "00 씨, 이제 적응기간 한 달도 끝났는데 이제 제 몫을 해야지?" 하는 식으로 조언하는 것이다.

너무 억울하고 어이가 없어서 팔딱 뛸뻔했다. 물론 쫄보인 나는 웃으며 "네 알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말았을 뿐. (곱씹고 싶지 않아서 요악한 것이지 상황은 더 심각했다. 자기 딴엔 좋은 말로 한다고 하는데 미칠 뻔)


다른 동기들은 친절한 가르침을 받고 있을 때, 물어본 것조차 알려주지 않는 사람의 저런 말은 나를 화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나마 내가 중고신입이라 뭘 물어봐야 하는 지를 알고 있어서 다행이었지 쌩신입이었으면 얼타다가 뭘 모르는지도 모른 채 끝났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른 신입 사수들을 기웃거리며 그렇게 분위기를 파악했다. 진짜 머리를 뜯어버리고 싶었다.


'일 배우는데 3개월은 줘야지 한 달 고작 줘놓고.' '심지어 나는 교육기간으로 일주일을 연차소비했기 때문에 따지고 보면 3주인데' '신입들끼리 하나도 안 가르쳐준 서류 새벽까지 서류마감할 때, 지는 마감일도 안 지키고 다음날 슬쩍 업무시간에 개인업무해서 제출해 놓고.'부터 속으로 하는 불평이 끝이 없이 생겨났다. 구구절절 맞는 생각이고 맞는 말이다.

어차피 말할 수 없고 말해도 해결되지 않고, 말해봤자 싸움만 되는 말이라 내속만 후벼 파지 않았다면.


옛날에는 맞는 말을 해서 이기면 끝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말이 있지 '전투에서 이겨도 전쟁에서 지면 소용이 없다.' 

나는 전투도 전쟁도 아니고 저사람과 한편이라 전투해봤자 팀킬이다. 어차피 저 사람과 1년을 동고동락해야 한다. 한 팀이니까. 저 사람은 나에게 다신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지만, 나는 트러블 없이 같이 일해도 나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다면 이러한 해프닝에 기분이 나빠서 주말까지 빼앗길 순 없는 것이다.



다행히 나는 어제 곱씹지도 않고, 기분 탓으로 물건을 지르지도 않고, 20분 거리의 마트를 걸어서 꼭 필요한 우유(매일우유 3,890원)만 사서 돌아왔다. (이 부분에서 특히 나를 칭찬한다.)

냉동실에 얼려놓은 브라우니와 함께 먹으며 주말을 즐길 예정으로.


어제는 주말이니까 10시 취침을 지키기보다는 예능과 독서를 하며 11시 조금 넘어서 잤고,

신경과민인지 체한 탓에 새벽에 깨긴 했지만 한방에 해결하고 다시 잠이 들어 오늘 8시 30분에 일어났다. 


미세먼지도 좋아서 창문도 활짝 열어놨다. 기분이 좋다.


이불을 털어 침대를 정리하고, 세탁기를 조용한 모드로 돌리고 커피를 내렸다.

12시쯤 청소기를 한 번 돌리고  도서관에 갈 예정이다.


그렇게 앉아서 대출한 책목록을 보다가 스톱싱킹이 있어서 읽기 시작했다. 스트레스받는 생각을 그만하라는 의미로. 전부터 한 번쯤 읽어봐야지 했는데 사실 속으로 '뭐라는 거야'하는 구시렁거릴 것만 늘어났다.

그래도 도움이 되는데, 책중에 나온 <건강한 정신 표>를 몇 가지 변형하자면 이렇다. 

파란색이 바꾼 것인데 저자는 '행복' '사랑과 용서'이런 것들을 적어 놓았다.

냉소적인 성향을 약간 가지고 있는(고치려고 노력 중이다) 나는 그런 말들이 와닿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바꾸었다. 

평소 나는 싸울 땐 싸워야 하고, 의견을 표현할 땐 명확히 표현해야 한다는 쪽이다. 하고 싶은 말을 둘러서한다고 상대가 고마워하지도 않을 것이고, 내 말이 정확하게 전달될 가능성도 적으니까. 


하지만 회사에선 회색일수록 좋은 사람이다. 한 번씩 나도 모르게 반골기질이 툭툭 올라오긴 하지만, 대체로 나는 늘 의견 없는 "그렇구나. 좋아요!"봇이 되려고 노력 중이다.




역시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상대를 만나야 책을 읽는다. 

휴식기 때 나는 마음은 조금 불안했는지는 몰라도 그 정도가 회사 다닐 때에 비하진 않았는지 

달에 겨우 한 두권? 많으면 세 권 정도만 읽었다. 

가장 독서율이 높았을 때는 전의 회사 다닐 때였다. 바쁜와중에도 연간 70권을 읽었다. 스스로도 어이가 없지만 지금 또한 회사를 다니면서 다시 독서율이 높아지는 중이다.


병든 자만이 책을 읽는다고 했던가, 날 병들게 한 너도 책 좀 읽고 공감능력이란 것을 키워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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