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살려고 애쓰는 중
주말이 가고 월요일이 왔다. sns에서 주로 '개쓰레기요일'이라고 하는 그날.
월요일은 딱히 죄가 없지만 월요일에 하는 출근은 죄가 많다.
6시에 일어나서 스케줄러를 보며 이번주의 고단함을 예견하자면, 가슴 한편이 묵직해지며 우울해진다.
내 꿈은 한동안 그것이었다. 작은 집을 마련하고 나면 계약직으로 일하는 것.
그 나름대로 고단함은 있겠지만 큰 책임도 따르지 않고, 장기적으로 플랜을 꾸릴 필요 없이 담당자가 배분하는 일만 하며 살아간다면 스트레스가 조금 덜할 것 같았다.
책임지는 삶이 너무 싫었다. 스스로에게 무책임하게 살아본 적도 없고 나 외에 다른 누군가를 책임져본 적도 없으면서 '책임'이라는 말이 나를 짓눌렀다.
업무를 하면 1년 플랜에 맞추어 내 책임의 일을 놓치지 않고 해야 한다.
늘 스케줄러를 보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니 골이 아팠다. 길게는 몇 달 뒤, 짧게는 며칠 뒤의 일까지 생각하며 당장하고 있는 담당의 일도 끝내야 하니, 금요일에 그 주의 일을 끝내고 생각을 안 하려 해도 일요일엔 다음 주 업무 걱정이 밀려드는 것이다.
심지어 그전엔 관성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도, 환경이 바뀌어 다시 배워야 하다 보니 더욱 그랬다.
하나라도 놓치면 내가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나외에 아무도 나를 챙겨주지 않으니까.
그래서 우선 책임의 무게를 줄여보기로 했다.
먼저, 큰 사고 치지 않는 이상 하나쯤 놓친다고 아무도 나를 바보로 보지 않는다.
바보로 좀 보면 어떤가 내가 지들 실수도 다 봤는데. 하나도 바보같지 않았다.
둘째, 일을 근시안적으로만 볼 순 없지만 그래도 우선 월요일부터 생각하기로 했다.
한 주를 보기엔 내가 너무 힘드니까. 나는 아직 한 달 된 응애이다.
월요일에 할 일이 뭐가 있더라... 시간 나면 해야 할 일 목록만 적어두고 잊지 않는 걸 우선으로 하자.
셋째, 늘 해왔던 것처럼 평일에도 '기대감'을 만들어 두기로 하자.
하나둘씩 숨겨놓았다가 출근전이나 퇴근 후에 열어볼 선물상자를 여기저기 숨겨두는 것이다.
예전에 나는 하나의 콘텐츠를 다 보기 위해 무리했지만 이제는 적당히 멈추고 다음날의 나를 위한 선물로 남겨둘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의 재미는 <평일도 인생이니까> 김신지 작가님의 책이다.
평일이 괴로워서 단순히 집어 들었는데, 이 문장에서 빵 터져버리고 말았다.
'성장판이 닫힌 지도 오랜데 언제까지 성장하라는 건지 모르겠고, 그런 식이라면 사람은 죽을 때까지 성장하다 최고의 자신으로 죽겠네. 그것 참 근사하네.'
나도 평소 속으로 못된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에 남들도 이런 생각을 가끔 저렇게 유쾌하게 한다는 걸 느낄 때마다 너무 즐거워지는 것이다.
솔직히 어릴 때부터 뜬구름 잡는 소리에 동기부여가 되는 편이 아니었고, 반골기질만 가득한 청소년이었기 때문에 선생님이 '네가 꿈을 꿀 때 남들은 꿈을 이룬다'이런 말씀을 하실 때면 '이루시던지~'하고 자는 쪽이었다.
그러한 나를 만난 기분이었다.
그래서 오늘의 재미는 이 책이다. 퇴근 후의 나를 위해 남겨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