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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샌님 Apr 11. 2023

원래 안 그랬는데 내가 왜 그러지

스스로를 변호하고 싶을 때

요즘 내가 참 별로라고 느껴질 때가 많다. 회사에서.

그나마 다행인 건 구차한 자기변명을 하기 전에 멈추게 되었고, 집에 와서 곱씹는 시간이 줄었다.

곱씹어봤자 어쩌겠는가. 


조금 나 혼자만 창피한 일도, 민망한 일도, 부끄러운 일도.

남들은 크게 나에게 관심이 없다. 

아니, 이건 약간 거짓말인 게 관심이 많은 사람도 분명 있다. 남의 이야기 퍼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던가, 큰 이슈 없는 회사에서 이야깃거리는 항상 흥미로운 주제니까 그럴 수 있다. 

전엔 별것도 아닌 이야기가 항상 화두에 올랐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방어적으로 굴게 되었다.


근데 여기는 그곳이 아니고, 나는 나이와 비례하듯 조금 더 뻔뻔해졌다.


내가 별로라고 스스로 느낄 때의 증상 중 하나가 자꾸 

"원래 안 그랬는데, 내가 왜 그러지 아이고."라고 말하고 싶다는 것이다.


'여러분 내가 원랜 이렇게 실수하는 사람이 아니고, 원랜 이렇게 일하는 사람이 아니고, 원랜 이것보다 더 잘할 수 있어요.' 이렇게 변명하고 싶다는 것이다.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닐진 몰라도 지금은 그런 사람이 맞다. 그리고 상대방한텐 그게 큰 고민거리가 되지 못한다. 

나의 행동은 나에게만 유의미한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자아효능감이 떨어질 때마다 외는 말이 있다.

그럴 수도 있지. 

어쩌겠어. 다시 하지 뭐.

오 나 방금 되게 자아가 비대했어.


실제로 남이 날 오해하고 있다고 해도 그게 무슨 큰 문제겠는가. 

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알아주지 못한다고 해서, 크지 않은 실수를 들킨다고 해서 그게 정말 나인건 아니니까. 


구구절절 설명하거나 반론하고 싶을 때 그냥 딱한 마디면 된다. 

"네 알겠습니다."

(물론 이건 사소한 일에만 해당되며 큰 이슈는 해명하기)


내가 얼마나 괜찮은지는 나만 알면 되고, 가까운 사람들만 알아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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