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노동시간은 잘못되었다.
주말만 애타게 기다리고 싶지 않아서 평일에도 만족해 볼 요량으로 읽었던 <평일도 인생이니까> 이후
작가님의 신작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를 읽고 크나큰 절망에 빠졌다.
(스포지만)
평일을 인생으로 만들려면,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면,
결국 퇴사를 해야 하는구나...
일상 에세이에서 반전공격을 당한 적은 처음이었다.
아무튼 나의 선택지에 퇴사는 없으니 평일을 조금이라도 좋아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
우선 시간표에 취침/ 업무/ 자유시간을 적어보다가 2차 충격을 받았다.
일이 잘 흘러갔을 때를 기준으로 하루에 자유시간이 4시간을 겨우 사수할 수 있다.
누구는 4시간이나 있다니! 할 수 도있지만 나는 평일도 주말의 반쯤의 만족감을 느끼며 살고 싶은 사람이다.
조금만 야근이 있거나, 틀어지거나, 체력소진으로 누워있거나, 작은 집안일이라도 하면 날아갈 내 자유시간.
퇴근하자마자 세탁기를 돌리고 식사준비를 하고, 샤워하고 먹고 빨래를 널고 마른빨래를 개면 잘 시간이 되는 게 내 잘못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근무시간이 잘못된 게 맞는 것 같다.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자 걸어 다닐 수 있는 곳으로 이사했고,
시간들이기 싫어서 등까지 오던 머리를 귀밑 5센티로 잘랐고,
옷도 루틴별로 입을 수 있도록 붙박이장에 들어가는 옷만 구비해서
출퇴근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키려 했는데도 4시간이다.
물론 4시간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아침에 물 한잔 마시고, 어제 읽던 책을 읽고, 다이어리도 좀 쓰고 브런치에 글도 쓰고 출근.
퇴근 후 (샤워, 세탁 설거지 등 기본적인 나를 돌보는 일을 다 한 뒤) 보고 싶은 영상 1-2개 정도 보고, 불을 끄고 책을 조금 읽다가 잠이 들 수 있다.
4월에만 벌써 거의 6권의 책을 읽었다.
그런데 일이 조금이라도 더 주어지는 주간이거나, 급하게 마무리할 일이 하나라도 더 있다면 지켜지지 못할 촛불 같은 시간들이라는 게 슬프다.
퇴근 전에 조금이라도 사담을 나누면 맞장구치면서도 속으로 '아, 이거 빨리하고 바로 뛰어야 집에 가서 ~~ 하고 쉴 수 있는데.'라는 생각부터 하는 여유 없음이 슬프다.
하나라도 어긋나면 낙관이나 긍정보다는 '오늘은 글렀네'라는 생각부터 하게되는게 슬프다.
사람들이 여유를 갖고 살게하려면
아무래도 10시에 출근해서 4시에 퇴근하거나, 주 4일제가 맞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