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금요일처럼 살 수 있다면
월, 화, 수, 목, 금 모두 같은 평일인데 유독 사람들은 금요일을 좋아한다.
심지어 어쩔 때 보면 일요일보다도 금요일을 좋아하는 것 같다.
주 5일을 일하는 평일/ 나머지 이틀을 주말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요일이 되면 온갖 SNS에서는 곧 다가올 월요일을 부르짖으며 슬퍼하고, 원망하고, 퇴사를 갈망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평일이 6시에 퇴근이라면 일요일 또한 6시가 되면 주말이 마감이 된다.
저녁을 먹고 나면 다음날 출근 준비를 한다고 생각하며(실제로 아무것도 안 하고 못하지만) 벌써 괴로워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토요일, 일요일 이틀 쉬는 게 아니라 '금요일 저녁 퇴근 후의 기대감 + 비교적 온전한 토요일 + 일요일 반나절'을 휴일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닐까?
아무튼 나는 금요일이 가장 기대된다. 주말에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벌써부터 설레기 시작한다.
잠옷을 장전하고 금요일 저녁부터~출근 전까지 벗지 않을 생각에 가슴이 뛴다.
잠옷을 입고 애매한 점심을 먹고,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간식을 읽고, 넷플릭스를 볼 기대감은 금요일 아침부터 시작된다. 비록 지금은 출근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런 금요일처럼 모든 평일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하지 않고 먹고사는 삶을 꿈꾸는 것은 그만두었다. 일확천금은 꿈꿀 것이 아니고, 경제적 자유는 아직 이르다. 추후의 일은 모르겠고 지금 일해야 하는 나는 일하면서 행복하고 싶다.
행복은 시간이 아니라 찰나의 경험이라는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본다. 경험을 많이 만들수록 나는 행복에 가까운 사람이겠구나. 문득 어느 고요한 시간에 데운브라우니와 따뜻한 우유를 마시다 '아 행복하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숨 쉬듯 편안함을 느낀다면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되겠구나.
내 행복이 브라우니와 따뜻한 우유만 이라면 정말 쉬울 텐데 사실 삶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남들은 조금 특이한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어느 순간 내행복은 목요일로 확대되었다.
목요일 제일 힘든 하루.
시간도 안 가고 제일 지치고, 날씨라도 나쁘면 나쁜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힘든 날.
금요일도 한주의 마지막인데 체력이 솟는 걸 보면 목요일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금요일이 행복한 날이라면 목요일은 금요일이 온다는 기대를 하게 된 것이다. 목요일이 마무리되면 벌써 주말을 얻은 것 같았다. 실제로 와 드디어 목요일!이라고 소리 내어 말해봤더니 그럴듯했다.
그렇다면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까지는 버틸만하다.
일요일을 푹 쉬고 무리하지 않으면 체력이 화요일까지는 무난하게 이어간다. 화요일 오후부턴 조금 힘들어진다. 수요일까지도 기분상은 괜찮지만 몸은 힘들다.
옛날엔 화요일을 가장 미워했으나 요즘은 딱히 그럴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럼 나는 이제 무난하게 목요일 쏘쏘(기대 약간), 금요일 좋아! 주말 좋아! 사람이 되었다.
나머지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을 어떻게 해볼까.
1.5일이 아니라 7일 전부 휴식하는 마음으로 지치지 않고 살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