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려치우고 싶을 때 보시오.
오늘은 해피 금요일!
벌써 주말느낌이 물씬 난다. 아마 출근해도 다들 행복한 스펀지밥처럼 함박웃음을 짓고 있을 것이다.
연차 쓴 사람이 많아서 업무강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요일이니까 모든 게 너그러울 것.
다음 달에 바로 진행될 건드는 미리 해서 결재를 받고, 다음 주까지 해야 할 서류는 마무리만 남겨두었다.
이렇게 해도 또 매일 새로운 일이 들어오니 내 스케줄러는 온통 검정, 파랑, 빨간 줄로 죽죽 그여서 감성은 찾아볼 수가 없지만 말이다.
행복해~하고 있자니 원래 쓰려던 주제가 머릿속에서 휘발되고 말았는데, 아마 전 직장의 일일 것이다.
나의 비상한 머리는 나쁜 것은 곧 잘 잊어버렸다가 아주 기가 막힌 타이밍에 '야! 너 사실 기분 되게 나빠야 해. 전에 기억 안 나?' 하면서 머릿속시네마를 열어서 성격파탄자를 만드는 버릇이 있다.
이때 밥을 시간 맞추어 제대로 챙겨 먹지 않았거나, 잠을 제대로 자지 않았거나 아무튼 생활리듬이 틀어진다면 우울과 짜증의 문턱을 밟게 되는 것이다.
전의 직장에서 가스라이팅을 오지게 받고도 딱 하나 좋았던 것이 있다면 내 평생의 친구를 사귄 것이다.
이것만으로 거기서 쓸 운은 모두 썼다고 볼 수 있어서 나는 2년 몇 개월 간의 직장생활이 그렇게 억울하지 않다.
아무튼 그 친구는 아직 그 직장에 다니고 있는데, 각자가 바쁜 것에 비해선 자주 연락하는 편으로 내가 연락할 때마다 '난 행복해!'를 외치고 있다. 아직 다니고 있는 친구에게 매우 싸패 같은 행동이 아닐 수 없지만, 내가 나오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친구로선 아직은 "그래, 네가 좋다면 됐다^^"하며 인자한 미소를 그린다. 역시 크리스천.
첫 일주일을 일하고 나서의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체력이 남는다. 퇴근을 했는데, 세상에? 라며 퇴근 후 곤죽이 되어있을 친구에게 남는 체력으로 카톡을 다다다 쏘았다.
물론 나의 착한 친구는 너의 소식이 궁금했노라며 반갑게 카톡을 이어주었다.
둘째 주가 지나고도 체력이 남았다. 처음엔 피곤과 긴장이 쌓여서 각성상태인가 싶었다. 업무자체는 비슷한 루트로 흘러가는데 어째서 이렇게 체력이 남지? 업무자체는 비슷한 결과물을 내는데 어떻게 이렇게 간단하지?
말단인 나로선 전지적 관점에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직장마인드와 중간관리자의 포지션인 것 같았다.
같은 회의를 진행하더라도 전 직장에선 3가지 사례를 매주 하루 1시간씩 3달 동안 30건을 진행했다면
여기서는 6건을 1시간씩 한 달에 한번 회의를 하는 식이다. 어떻게 가능하지?라고 묻자 1건당 10분씩 빠르게 흘러간다고 하였다.
생각해 보면 사실 1시간 동안 3건을 다룬다고 해서 딱 필요한 말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하다 보면 회의가 늘어지고, 회의 끝나고 나면 같이(반강제적으로) 다과를 먹는다던지 하는 일이 잦았다.
어떻게 보면 미니회식을 매일 했다고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1년 차가 지났을 땐 그게 너무 지긋지긋해서 질질 끄는 회의나마 끝나면 즉시 일어나서 서류를 마무리하고, 집에 가져가는 일을 줄여보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내가 입사하고 매우 걱정했던 일 중 하나가 회의였으므로, 조금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 와서 같은 업무인데도 싫어하지 않게 된 게 몇 가지 있다. 내가 그 일들이 적성에 안 맞았던 게 아니라, 그 일을 다루는 과정이 안 맞았던 게 틀림없다.
현재는 마음속으로 미루지 않고(실제로 일을 미루진 않으나 속으로 싫다고 오천번 외치는) 바로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또한 그 일의 담당이 되었을 때 그전보다 싫지도 않아 졌다.
오늘은 퇴근하고 남는 체력으로 무엇을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