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이 흔들린다. 내 마음도 흔들린다. 잘 쓰고 싶다는 부담감, 그것이 나를 억누른다. 누구 하나 탓하는 이도 나무라는 이도 없는데 잘써야한다는 생각이 내 머리를 온통 지배한다. 내 마음이 떨릴 때 마다 내 붓도 떨린다.
봄이 되어 캘리그라피를 배우기 시작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지루한 내 일상에 원동력이 된다. 어떤 지식이든 갱신하지 않으면 구시대적인 것이 되듯이 늘 배움을 갈구한다. 고여있으면 흐르지 않듯 고여있지 않으려 노력한다. 내가 믿는 신념이 정신의 태만을 이끌어 아무것도 새로운 것을 하지 않으려 할 때를 경계한다.
나는 내 안의 에너지를 밖으로 내뿜기 보다는 조용히 안으로 에너지를 충전하는 스타일이다. 밖으로 다니는 걸 좋아하나 소란스러운 걸 싫어해 사람이 많이 없는 고즈넉한 풍경을 즐긴다. 가만히 앉아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도 내가 좋아하는 활동이다.
아름다운 글귀에 마음을 담고 글씨 하나에도 활동력을 담아내는 캘리그라피는 당연히 내 마음을 끌었다. 먹물을 부어 붓을 담그고 종이에 글을 써내려간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전 다양한 선을 그으며 붓끝에 힘을 주었다 뺐다 한다. 붓에 내 마음이 담긴다.
마음은 이미 숙련자인데 내 손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선생님은 단숨에 써내려가는 깔끔한 글귀에 주눅이 든다. 선생님은 주저함도 없이 단숨에 글을 완성한다. 강약 조절이 완벽히 들어간 글씨를, 그 오래된 경험과 시간을 감히 흉내내본다.
똑같은 글귀를 몇번이나 종이에 쓰고 쓴다. 처음에 덜덜 떨리던 손은 점점 익숙해진다. 내 마음이 떨리자 글귀도 떨린다. 후우 하고 숨을 한번 고른다. '긴장할 것 없어. 편안하게 쓰자.' 고 마음속으로 수없이 이야기해본다. 캘리그라피 글씨 하나 쓰는데도 온 마음이 담긴다. 글에 담기는 내 마음.
선조들은 그래서 정신수양이나 마음을 다잡을때 그렇게도 서예를 했던가 싶다. 글씨에 온 정신을 집중해 숨결하나 허투로 내뿜지 않고 떨리는 마음의 잔가지조차 잡아낼 때 글의 흔들림이 잡혀간다.
시간이 지나 내가 쓴 글을 보고 알게 된다. 가늘게 조심히 그어진 선을 보고 소심한 내 마음을, 반듯하지 않게 희미한 떨림이 그려진 선에서는 나의 떨림이 느껴진다. 모든 것은 내 마음에서 비롯되는 듯 하다. 약할때는 약하게 강할때는 붓끝에 힘을 주어 담대하게 써내려가 강약이 확실한 글이 보기에도 멋지다.
'무위' 힘을 빼야 흐르듯이 내 마음의 힘을 빼고 글귀를 써내려가본다. 확연히 나아진 글을 보며 인생도 이렇듯 흐르게 둬야 하나 싶다. 약할때는 약하게 강할때는 강하게 어느쪽으로 치우지지 않게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며 오늘도 글귀에 마음을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