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고 습한 공기가 숨통을 죄여온다. 한낮의 가혹한 열기에 대지와 생명들이 비명을 지르다 못해 숨죽이고 존재를 숨긴듯 하다.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마산항, 고요한 바다 앞으로 다가간다. 햇살에 눈살이 자동으로 찌푸려진다. 내 몸은 저절로 그늘이 드리워진 벤치로 향한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이 그늘에서는 제법 시원하게 느껴진다.
개미 두 마리가 나란히 붙어 길을 걷는다. 사이가 좋아 저리 같이 다니나 싶어 자세히 보니 한 마리의 생김새가 요상하다. 생기없이 축 늘어져 말라 비틀어진 모양새이다. 개미는 죽은 동료를 머리에 이고 지고 있다.
페로몬을 끊임 없이 발산하던 개미가 죽어버리면 올레산을 방출하고 다른 개미는 개미의 죽음을 알아차린다. 집단 생활을 하는 개미는 죽은 개미를 오염원으로 인식해 거주지 밖으로 날라 개미무덤으로 향한다.
그리스나 로마에 있던 공동 무덤 네크로폴리스처럼 그들도 개미무덤이 있다. 함께 동거동락하던 개미의 죽음에 개미들은 슬퍼하며 그를 옮기는걸까. 아니면 그는 한낱 감염원으로 몰려 감정 따위 없이 버려지는걸까.
온몸으로 사체를 나르던 개미는 길 모퉁이에 부딪혀 그를 떨어뜨린다. 당황해 허둥지둥 하더니 다시 들어올려 길을 간다. 이내 또 떨어뜨리고 들어올리기를 여러번, 개미는 할만큼 했다는 듯 죽은 개미를 버려두고 뒤돌아선다. 이리저리 방향을 틀어 머뭇거림 하나 없이 멀어진다. 덩그러니 개미 사체만 내 발밑에 남는다.
머리를 떨어뜨려 좀더 자세히 들여다본 그는 더듬이와 다리는 구겨지듯 움츠러져 있고 몸통도 구부러져 그대로 굳어버렸다. 문득 버려진 사체가 안쓰러워 이미 아득히 사라진 개미를 눈으로 쫒아본다. 쏜살같이 내달린건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개미무덤에 가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없는 뙤약볕아래 남겨진 개미 사체를 보니 인간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보여 서글퍼진다. 병에 걸려 죽은걸까. 부상을 입을걸까. 원인은 알 수 없지만 함께 해주는 이 없이 혼자가는 그 길이 마냥 애달프다.
벤치에서 일어나 차로 향한다. 잘 살아내야 하기에 오늘도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