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전체가 떨리는듯 후들거린다. 어찌나 세게 후려치는지 저정도면 아플것도 같은데 말은 미동도 없다. 손 하나가 말의 뒷다리를 잡아 편자와 말굽에 박힌 못을 우악스럽게 빼낸다. 일곱 개의 못을 빼내자 편자는 말굽에서 분리된다.
말에게 새 신발을 신길 첫번째 단계이다. 그는 말굽에 쌓인 흙더미와 길어난 말굽을 굽칼로 잘라내고 줄로 다듬는다. 말은 인간이 손톱을 자르듯 주기적으로 굽을 자르고 편자를 갈아줘야 한다.
제주도에서 차를 달린다. 화산이 만들어 낸 신비로운 풍경 안에 오름이 우뚝 솟아있다. 뜨거운 여름 햇살만큼 강렬하게 푸른 초원의 초록빛에 마음이 쨍하다. 초원 위로 말 한 무리가 여유롭게 풀을 뜯는다. 순간 얼마 전에 보았던 장제(편자를 다루는 일)영상이 생각난다.
신경이 없어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깊게 파내려가는 말굽을 보면서 내 손톱이 찔리는 듯 아팠다. 말굽을 왜 깍아야할까. 편자를 왜 달아야할까. 야생말들은 자연 그대로 편자 없이도 잘 살아간다. 인간이 말을 타기 시작하면서 많이 달려야 했던 말굽이 닳았다. 말굽이 불편한 말을 위해 인간은 편자를 붙여주었다. 말은 인간을 위해 열심히 달렸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편자를 붙여놓으니 자연상태라면 알아서 다듬어져 손 볼 필요없을 말굽이 너무 길어졌다. 말굽을 자르고 다듬어줘야 했다. 그러려면 편자를 주기적으로 바꿔줘야 한다.
말을 위해서 필요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인간이 관여하지 않았더라면 굳이 필요하지 않았을 필요악.
인간의 편의를 위해 손대는 모든것들이 결국은 자정 능력을 잃어버린다. 길들여지고 사용하는 모든 과정에서 편의에 감사해 하는 인간이지만 한편으로는 죄책감이 밀려오는 인간의 여름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