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기월식

by 페니킴

눈이 번쩍 떠진다. 새벽 2시 개기월식이 일어난다는 소식을 듣고는 포기했더랬다.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에 깨어있을 수는 없다. 기분 나쁜 한 주의 시작, 월요일을 망쳐버릴 테니까. 하릴없이 하늘의 해프닝을 뒤로한 채 12시 즈음 잠을 청한다. 그러다 번쩍 눈이 떠진다. 뭔가 나를 깨운다.

달의 중력이 지구에 조수 간만의 차를 만들듯 나를 끌어당긴 듯하다. 때때로 잠을 자다 답답하거나 불편하면 눈이 떠지곤 했다. 그럴 때면 거실로 나와 잠을 청한다. 어김없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 루틴인양 거실로 향한다. 순간 머리끝을 스치는 생각! 아 맞다. 개기월식!

거실 커튼을 힘차게 젖히고 반쯤 뜬 눈으로 베란다에 놓인 슬리퍼에 발을 구겨 넣는다. 질질 신발을 끌어 외부 창 앞에 선 나는 창을 열고 방충망까지 연다. 두리번거리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어찌 된 걸까 달이 보이지 않는다. 황망해지려는 순간 고개를 올려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있다. 그곳엔 이미 반이상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진 달이 있다. 달은 점점 어두워진다.

블러드문이라 한다. 태양-지구-달이 일직선상에 서게 되면 내가 태양을 등질 때 내 그림자가 바닥에 드리우듯 지구 그림자가 달을 집어삼킨다. 어둠에 잠식되면서도 달은 붉은빛을 띤다. 밝은 빛을 잃어가는 자신에 당황스럽고 화를 내는 듯 붉은 기색이 완연하다.

사실 붉은색이 파장이 길어 달까지 도달해 붉은색을 띤다지만 그런 과학적 사실보다는 눈에 보이는 붉은 달이 신기하기만 하다. 수줍은 듯 볼이 발그레진 듯도 하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본다. 신기한 모습을 기록에 남기려 픽셀로 눈에 담아본다.

더 이상 늦어지면 아침이 괴로울 듯하여 어두워진 달을 뒤로하고 창문을 닫는다. 다시 잠을 청한다.

지구가 기울어져 자전하는 탓에 자주 볼 수 없다는 개기월식을 생각하면 나라는 인간이 하찮게 느껴진다. 광활한 우주.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그 속에 태양과 지구와 달이 존재한다. 셋은 짜 맞춘 듯 공전과 자전을 하며 이런 현상을 만들어낸다. 우주든 자연이든 더 고차원의 존재가 존재하는 듯하다.

인간인 내가 머리를 싸매며 인생사에 몸부림쳐봐도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저 나는 나라는 존재의 삶을 영위하며 살면 족할 뿐이다. 두려워서 망설일 필요도 없다. 그냥하면 될 뿐이다.

나는 곧 잠이 든다. 내일을 맞이해야 하니까.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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