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별의 먼지

by 페니킴

몸이 형체도 없이 사라진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도깨비는 자신에게 꽂혀 있던 칼이 빠지자 무의 세계로 돌아간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완전히 사라진다. 실상은 무의 세계, 정신의 세계에서 방황하며 떠돌 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세상 모든 것을 이루는 가장 작은 입자는 원자이다. 원자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호흡을 할 때 몸속 원자는 일부만 나가고 여전히 존재한다. 몸이 썩어 사라지더라도 몸속 원자는 그대로 존재해 지구 어딘가 계속 존재한다.

완전히 사라지는 원자는 없다. 지금 나는 과거에도 존재했던 원자와 함께 공존하고 있고 내가 함께 하는 원자는 나의 존재 유무와 상관없이 늘 어딘가에 존재한다.

가장 근본적 원자는 우주에서 시작되었다. 내 몸을 이루는 원자도 우주 대폭발과 별의 탄생. 소멸 과정에서 나왔다. 원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은 바로 옆 가족, 전 세계의 누군가, 심지어 은하수 너머 은하와도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

사라져도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영원히 존재하는 것. 눈으로 보이는 거시적 세계가 아니라 양자역학의 미시적 관점에서는 나는 영원히 살아있는 것이다. 완전한 무도 완전한 유도 없다.

몸이 우주를 둥둥 떠다니는 듯 몽롱하다. 몸이 뒤틀려 지하 어딘가로 잠식되듯 정신이 아득해진다.

순간 섬뜩함을 느낀다. 죽어도 죽는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내가 가진 생각과 생활방식이 육체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원자로 어딘가를 떠돈다고 생각하면 더 열심히, 더 제대로 살아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몰려온다.

그러면서도 역설적으로 두려웠던 것에 조금은 무뎌질 수도 있을까 하는 낙관적 생각도 든다. 어머니가 나이가 드심에 따라 때때로 불안한 생각이 몰려왔다. 늘 내 맘에 기댈 수 있는 존재가 갑자기 사라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피할 수도 없고 언젠가는 다가올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우리는 모두 우주 어딘가에서 연결되고 떠다닐 거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위안이 되는 듯했다.

피부로 느껴지는 따스함도 귀로 들리는 목소리도 없겠지만 사라짐이 완전히 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테니.

타로카드를 배우면서 알게 된 칼융의 동시성 이론에서 사람이 타로를 뽑을 때 그 카드를 뽑게 되는 데는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하였다. 타로를 뽑을 때 인과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자신의 심리와 그 카드가 연결된다. 인간의 내면과 외부세계가 연결되는 것이다.

원자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분명 영원히 존재하고 있다면 사랑하는 존재의 물리적 형태가 사라지더라도 나와 늘 함께 있고 또한 어느 순간 심리적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도 없이 조금은 담담히 터덜터덜 걸어가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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