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흔들린다. 수없이 탔던 비행기였는데 생경하다. 평소와는 다른 흔들림에 나도 모르게 옆사람의 손을 꽉 잡는다. 심장의 떨림이 손끝을 넘어 상대방까지 전달될듯하다.
비 오는 날이었다. 날씨가 제주도로 향하는 설레는 마음을 붙잡지는 못했다. 그동안의 경험상 괜찮으리라. 불안한 기류로 흔들림은 있겠지만 구름을 뚫고 올라가면 안정될 거라고 당연히 생각했다.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한 시간 정도의 짧은 비행시간 동안 기류는 지속적으로 불안했다. 난기류를 지나 기체가 조금 안정된 듯하면 또 흔들렸다. 흔들림에 나도 모르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럴 때마다 옆사람의 어깨에 기댔다. 온기로 마음을 녹였다. 긴장감으로 굳은 마음이 풀려 안정이 되었다.
곧 비행기는 착륙 준비를 했다. 하강하는 비행기는 계속 흔들렸다. 기체의 불안한 움직임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때 옆자리 할아버지의 폰이 울렸다. 가뜩이나 불안한 상황인데 비행기모드를 지키지 않는 모습에 신경이 곤두섰다.
심하게 흔들리던 비행기는 활주로에 가까워진다. 콰광하는 소리와 함께 비행기 바퀴가 바닥에 닿는다. 그런데 속도가 줄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몸이 앞으로 쏠릴 듯 빠르다. 그 순간 비행기는 다시 공중으로 오른다. 바닥에 닿았다 튕겨 올라가는 공처럼 하늘로 다시 오른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기내는 소란스러워진다.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 귀로 안내방송이 흐른다. "비행기가 다시 상승 중입니다. " 관제탑의 지시로 다시 상승 중이라는 방송이었다. 손이 저린다. 땀샘에서 손바닥으로 땀이 생성된다. 옆사람을 꼭 안는다. 손을 꽉 잡는다. 하늘 위를 빙빙 도는 그 시간이 길게만 느껴진다.
곧 다음 방송이 나온다. 기류불안으로 잠시 후에 다시 착륙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머릿속에는 비행기사고 이미지들이 맺힌다. 이대로 혹시 끝인 걸까, 그렇다면 어쩌지 하는 여러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지난다. 남은 것들에 대한 걱정과 불안한 생각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순간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는 사실에 안도감이 든다. 이 사람과 함께라면 괜찮다는 편안함이 마음 가득 번진다.
다시 착륙을 시도한다. 이번에는 착륙한다. 두려웠던 순간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그저 살아있다는 것. 크게 아프지 않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지금이 그저 행복한 순간이라는 걸 또 한 번 느끼며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