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가 떠나지 않는다.
"사십 대의 몸은 정직하다."
어느 유튜브 영상 썸네일 문구로 봤는데 보자마자 "맞아 맞아"를 외쳤다.
정확하게 딱 한 달 동안 감기약을 먹고 있다.
날씨가 겨울스럽게 변하는 때에 딱 맞춰 감기님이 찾아오셨다. 인후통-코막힘-기침-목소리 쉼 의 코스로 나아가다가 다시 인후통-코막힘-기침으로 세 번째 연결되었다. 독감, 코로나 검사도 음성이니 분명 감기인 건데 시간이 한 달이 흘러도 낫지를 않는다.
감기 따위에 이렇게 온갖 컨디션, 감정 등이 휘둘리나 싶어 감기 초반 열흘째에는 시간이 흐르면 낫겠지 하는 마음에 무리하게 몸을 움직였다. 여행도 갔고 약속을 잡아 친구를 만나고 했다. 그랬더니 몸을 조금 더 쓴 날 다음날엔 정확하게 딱 그만큼 더 아파지는 거다. 다시 인후통, 또는 다시 코막힘 또는 다시 몸살기운 등. 심지어 미세먼지농도가 안 좋아지면 바로 목이 아파왔다.
정신 차리고 집안일은 뒷전으로 미뤄두고 몸을 뉘어 쉬면 다음 달에 목이 덜 아프고 저녁을 대충 해 먹이고 쉬는데 집중하면 몸살기운 하나가 없어지고 하는 식이다. 이렇게 딱 한 달째 되는 날이다 오늘이.
어제저녁까지 약을 먹고 오늘 아침약부턴 없어서 다시 병원을 찾았다. 아침약을 주로 9시쯤 먹었는데 운동 다녀오고 11시 넘어까지 약을 안 먹으니 목이 따가웠다. 소염진통제의 효과를 확인했다. 한 달 전엔 감기, 독감 환자들 때문에 병원 대기 시간이 기본 한 시간이 넘었었는데 얼마 전부턴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진료실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환자가 줄었다. 다들 잠잠해졌는데 왜 나는 꾸준하게 병원에 들르고 있는가?! 병원이 한가하니 원장님과 스몰토크도 했다. 소아청소년과/내과를 함께 운영하고 계셔서 우리 가족 주치의 역할을 해주고 계신 원장님이셔서 우리 집의 대소사를 공유하게 되는데 오늘은 내 복직이 스몰토크의 주제였다.
"복직하면 이 시간에 이제 못 보겠네? 퇴근 몇 시에 해? 그럼 둘째는 어째?"
"7시까지 하시니까 퇴근하고 병원 올 수 있어요. 둘째는 첫째한테 의지하며 학교 다니라 해야죠. 마음에 너무 걸려요. 첫째만 입학하고 밀착 케어해서"
"괜찮다. 엄마! 첫째, 둘째 다 똑 부러져서 엄마가 어느 정도 놔주면 더 빨리 성장해. 우리 아파트에 칠십먹은 사람이 아침마다 사십된 딸을 초등학생 보내듯이 보내더라. 끝이 없어. 자꾸 감싸고 키우면 더디 큰다? 나중에 둘째가 엄마한테 감사하다 할 거야. 복직 전에 몸 만들자! 엄마"
라며 파이팅 해주신다.
죄책감을 덜어주시는 한마디다. 이 순간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약 먹고 최선을 다해서 틈틈이 쉬어야지. 이렇게 정직한 몸을 가졌으니 이런저런 것에 마음 쓰고 기웃거릴 여유가 없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받는 대로 증상으로 나타나고 그러면 우리 아이들 케어, 내 몸 케어를 놓치게 된다.
한 달여 기간 동안 내가 힘을 낼 수 있는 한계치가 어느 정도까지인지를 시험했던 것 같다. 복직 전, 체력측정과도 같은 이 기간을 되려 감사하다 여겨야겠다.
쉬이 지치는 저질체력 때문에 에너지 분배를 잘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안팎으로 그게 뭐든 가지치기를 열심히 해서 시야가 흐려지지 않기를... 중요한 것에만 집중하고 마음을 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이런저런 생각할 여유가 생긴 거 보니 감기님이 떠날 준비를 하는가 보다 싶다. 제발 아이 겨울 방학식 전에는 감기가 뚝! 떨어져서 내 시간 다운 내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