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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안 하고 싶은데 자꾸만...

내 나이가 싫다

by 그레이스웬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나에게도 해당되는 거라고 늘 생각했다.

사실 동안인 데다가 어린 아들과 어린 남편 때문에 내 나이보다 십 년은 젊게 보는 사람들이 많다.

오만이었던가...

나도 늘 내 나이를 잊고 살았다.


그런데 요즘 생각 안 하고 싶어도 문득문득 되새겨지는 내 나이가 너무 싫다.

앞자리가 바뀐 게 한 두 해가 아니건만 역시 이번만큼은 넘사벽이다.

무엇보다 내가 내 나이를 자꾸 인식하게 되는 것은 단연 체력이다.

점점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몸으로 느끼던 중이었는데.. 해가 바뀐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세상에...

어제 내 인생 처음으로 허리를 삐끗했다.

허리 아픈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걷는 것조차 불편을 느낄 만큼 허리 통증이 심했다.


오래간만에 무리를 하긴 했다.

원목 선반을 드릴 없이 드라이버로 조립을 하고 옮기는데 꽤나 무거워서 힘을 많이 썼다.

그리고 두 시간 동안 앉아서 빅얀 가방을 짰다.

그 후로 허리가 삐끗한 것처럼 아픈데 내 생에 이런 허리 통증은 처음이다.

허리가 아픈 것보다 내가 이제 이 정도로 나이를 많이 먹었구나 생각하니 두려워진다.

아직 아이가 어린데 도대체 나는 내 몸을 얼마만큼 사려야 하는 걸까 생각하니 앞날이 까마득해진다.


아무리 받아들이려 해도 내 나이는 너무 싫어진다.

믿기지가 않을 정도로... 도대체 언제 이렇게 많은 세월을 보냈나 싶기도 하고, 나는 아직도 하고 싶은 일들과 해야 할 일들이 넘치게 있는데 이렇게 체력이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되니 걱정만 한 가득이다.

운동을 하기도 겁이 난다. 운동하다가 삐끗하면 어떻게 해.....

아~~~~ 정말 너무 싫다. 이게 뭐야....


불과 며칠 전인 연말에 나의 새로운 나이를 생각하며 막 설레고 그랬는데, 허리가 아프니 그 설렘은 다 사라지고 겁만 잔뜩 먹고 있다.

나에게 지금 이 허리통증이 충격 그 자체이다.

세상에 이렇게 아플 수도 있구나 싶단 말이다.


정말 딱 십 년만 되돌릴 수 없을까? 정말 딱 십 년만 ㅜㅜㅜㅜㅜ

무엇보다 화가 나는 건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해야 하는데 너무 피곤해서 못하겠다는 거다.

책상에 더 오래 앉아있고 싶은데 피곤해서 자꾸만 눕고 싶어 진다는 것이다.

어머 웬일이니 나 정말 늙었나 봐 ㅜㅜ

요가를 자주 하는데도 체력 향상에는 도움이 안 되는 듯하다. 근력운동은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다.

그렇다면 그냥 아프다고 골골대는 수밖에 없는데 그건 또 너무 싫다.

이 인간의 어리석음이란.... 답을 알고 있음에도 모른 체하고 있는 나 자신이 더 초라해진다.


마음을 다시 한번 잡아야 할 때가 왔나 보다.

나이 드는 것을 슬퍼하거나 두려워하지 말라는 책들을 봤음에도 현실에 적용하지 못하는 나는 어찌해야 할까.

작가님들 저에게 지혜를 주소서


한 줄 요약 : 자꾸만 나이 생각이 나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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