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만 나는 정치를 모른다
뉴스를 안 보는게 자랑이다. 젊은 애가 뉴스를 보고 살아야지.
엄마가 나에게 한 말이다.
나는 티브이를 잘 보지 않는다는것을 어필하려 한 건데 엄마는 뉴스에 꽂혔다.
젊은 사람들이 나랏일에 관심을 가져야지 나처럼 관심 없어하니까 나라꼴이 이모양이라며, 이 나라 꼴이 이렇게 된 것이 마치 내 잘못인 것처럼 이야기했다.
한 두번 듣는 소리가 아니었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넘기곤 했는데, 나 스스로 정말 이래선 안되겠다 싶던 찰나 엄마에게 같은 소릴 들었을 때는 조금 억울해졌다.
나는 정말 나랏일에 관심이 없다.
부끄럽고 민망한 이야기지만 전혀 관심이 없었다.
뭐 내가 관심 가진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나 싶었다.
그래서 투표도 안하고 살았다. 진짜 나의 한 표가 소중하다는 말이 전혀 와 닿지가 않았다.
엄마가 되면서부터 가식적으로 관심을 가졌다.
나는 하지 않으면서 내 아이는 왜 나랏일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는지도 모른 채 그냥 그래야 할 것만 같아서 아이 손을 잡고 투표소를 찾았다.
'투표라는 건 이렇게 하는 거야' 를 알려주기 위한 것이었는지, '국민이라면 투표를 꼭 해야하는 의무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여전히 나랏일에 관심은 없었지만, 나이도 있는데 너무 세상물정 모르는게 창피하기 시작했다.
작년에 친정에 갔을 때 엄마가 청와대가 개방 되었으니 가보고 싶다고 해서 구경가던 중에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 아저씨는 완전 박식해 보였다. 엄마랑 나누는 나랏일 이야기가 나에게는 완전 넘사벽이었고, 나는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별로 없었다.
현 정권부터 지난 정권까지 마치 이 나라의 역사를 가이드를 통해 듣는 기분이랄까.
그런데 너무 재미있는거다. 아마 책으로 봤다면 진즉에 덮었을 책이리라.
순간, 이 대화에 내가 낄 수 없다는게 너무 부끄러웠었다.
그리고 나도 저렇게 해박하게 쫌 알고있는 어른이 되야겠다고...이 나이에 마음을 먹었다.
그리하여 아주 큰 마음을 먹고 종이신문 구독을 시작했다.
몰라도 읽다보면 어떤 교집합이든 합집합이든 만나겠지. 그 얘기가 그 얘기일테고 몇날 며칠 반복되는 이야기가 있겠지.
그런 거부터 차근차근 알아가자 싶어서 신청했고 이제 열흘 쯤 되었나보다.
사실 신문을 읽으면서도 오피니언이나 문화 같은 분야만 눈에 잘 들어오고 여전히 정치 분야는 단 한 줄도 읽지 않는다. 시작하기에 너무 모르는게 많아서인지 읽으려고 아무리 노력을 해도 정치면은 넘기고 싶어진다.
다들 내가 책을 많이 읽으니 꽤나 유식한 줄 아는데 정말 정치면에선 백치다.
나만큼 모를까 싶을 정도로...부끄러운 고백이다.
이제라도 관심을 가져볼까 하는데 어찌 잘 될지는 장담 못하겠다.
하지만 '나의 관심이 나라의 방향을 바꾸는데 도움이 된다면(뭐 얼마나 영향이 있겠냐만은 ), 당연히 해야하지 않을까?'로 나의 인식이 바뀐 것은 놀라운 발전이다.
아마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입장이라 그런것 같다.
내 아이에게 남겨줄 세상이니까. 혼자 남은 아이가 살아가야 할 세상이니까. 부모로서 아이에게 좋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지 않은가.
지구를 지키는 일 만큼이나 나랏일에 관심을 가지는 일이 '나 하나쯤' 이라는 생각으로 외면하기 쉬운 일이다. 하지만 티끌의 힘을 믿어야 하는 것이 진리인 것 같다.
한 줄 요약 : 나의 가장 취약한 정치부분을 보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