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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 같은

글을 쓰고 싶다

by 그레이스웬디

프랑스에 가본 적은 없다. 꼭 가야 할 곳 버킷리스트에 당연 있지만, 죽기 전엔 가겠지.

그중에서도 프로방스는 오래전부터 내 취향이었다.

화이트 프렌치 스타일의 엔틱 한 가구가 너무 예뻐서 목공이 배우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목공예를 배워서 만들 수 있는 건 작은 것들일 뿐일 테지만 그래도.


집 인테리어도 가구도 모두 프로방스 스타일로 하는 것이 나의 로망이다.

프로방스 스타일은 아늑하고 아기자기해서 좋아한다.

반면 내가 유독 별로라고 생각하는 것이 모던이다.

내 취향에 모던은 너무 차갑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깔끔하고 부티나 보이긴 하더라만.

시크한 걸 좋아하면서 모던한 걸 안 좋아한다는 게 모순이다.

프로방스 스타일을 좋아한다면서 시크한 것도 좋아한다는 것이 모순인가?

아무튼 이래저래 모순이다.


나는 아기자기한 게 너무 좋다.

엄마는 조잡하고 지저분해 보이고 청소는 어떻게 하냐고 걱정을 늘어놓곤 하시지만, 예전엔 지금보다 더 아기자기한 것들을 좋아했다.

살다 보니 청소가 힘들어져서 버린 아기자기 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미니어처 술병들, 향수들, 피규어 같은 것들은 이제 나의 아기자기에 속하지 않는다.

지금 유일하게 아기자기에 속하는 것들은 그릇들뿐이다.


프로방스 스타일은 옷도 좋아진다.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인가 보다.

앞치마도 하얀 린넨이 좋고, 꽃무늬 자수가 들어가면 질색팔색하던 내가 일부러 예쁜 꽃자수를 찾기도 한다.

좋아하는 것들은 누구나 그렇듯 나도 콜렉하기를 좋아한다.

예전엔 앞치마는 톤 다운된 한 가지 컬러를 좋아했는데, 확실히 취향이 바뀌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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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가구에 관심이 별로 없던 내가 유일하게 가구를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 것이 프로방스 스타일이다. 사실 그것도 그릇장에 관심이 생기면서부터였지만.


이사 계획이 있어 지금은 장바구니에만 넣고 있지만 곧 내 품으로 들어오리라 생각하며 열심히 보이는 대로 담고 있는 중이다. 장바구니에 넣는 것만으로도 너무 힐링되는 기분이란.


변하는 취향도 있는 반면 오랫동안 여전히 좋은, 변하지 않는 취향도 있다.

취향을 아는 것도 나를 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인 줄 알았는데 더 깊이 보았더니 사실은 내가 좋아한 게 아니었구나 하는 것들도 있다.


요즘 글쓰기가 나에게 그렇다.

변하는 취향처럼 글쓰기에 대한 마음이 자꾸 변하는 것이, 정말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가를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글을 쓰지 않고는 못 살 것 같은가? 하는 질문에 바로 그렇다가 안 나오는 것이 내가 여태 잘못 알고 있었나 하는 의구심이 생기면서 사실 마음이 많이 복잡하다.


내가 정말 글을 쓰고 싶은지, 글 쓰는 것을 즐기고 있는지 끊임없이 나와 대화를 하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물며 질문을 하다 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면서..

글쓰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어려울수록 자꾸 해야 하는 것일 텐데 나는 자꾸 물러서고 싶어 진다.

그래서 마음을 다시 잡아야 하는 것인지, 글쓰기에 대한 내 마음을 정확히 파악을 해야 하는 것인지 이것저것 다 해보고 있는 중인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분명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거다.


일단 취향에 대한 것이 글감인데 벌써 삼천포로 빠지고 있지 않은가....

하악...

이런 푸념의 글들은 쓰고 싶지 않은데 그저 이렇게라도 떠들어보면서 글자수 늘리기를 해보고 있는 것이다.

프로방스처럼 산뜻하고 아늑한 글을 쓰고 싶다.


한 줄 요약 : 내 취향인 프로방스를 닮은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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