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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 덕후의 쇼핑

나에게 주는 선물 신나~

by 그레이스웬디

문구 덕후로 살아온 지는 30년도 넘은 듯하다.

학교 다닐 때부터 문구에 항상 욕심이 있었다.

모든 분야에서 그렇듯이 장비발이라는 걸 무시 못한다.

그런데 장비부터 쟁이는 사람치고 그 분야에서 잘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 또한 사실 아닌 사실이다.

나 또한 문구라는 장비발을 언제나 갖추었지만, 그것들로 무언가를 잘 해내거나 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아주 오랜만에 문구 덕후로서 문구들을 잔뜩 샀는데, 결코 욕심에 의해 산 것만은 아님을 분명히 밝혀두고 싶다.


문구 덕후인 사람들은 괜히 쓰는 걸 좋아하거나 끄적이는 것을 좋아하거나, 아니면 손그림을 그리던, 글씨 쓰는 걸 좋아하든 무튼 뭐라도 사부작대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문구 덕후들은 그래서 매년 다이어리 꾸미기, 일명 다꾸를 일 년 동안 빠짐없이 꾸며보리라 다짐하기도 한다.

그렇게 다꾸템들을 쟁여놓고 2월부터 펜은 펜대로 다이어리는 다이어리대로 어딘가 처박히게 된다.

물론 꾸준히 끝까지 잘 쓰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도 매년 다이어리를 샀다. 다꾸를 목표로 문구를 샀다. 그리고 단 한 번도 일 년을 채운 적이 없다.

올해는 과감히 다이어리 꾸미기를 포기했다.

그 대신 독서노트를 꾸미기로 했다. 일명 독꾸!!!


집에도 충분히 장비들이 있지만, 또 세상은 급변하고 신상은 늘 나오니까.

무언가를 시작하는데 새로운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ㅎㅎㅎ 이건 내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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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나 마테 (마스킹테이프)는 사실 잘 안 사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샀다.

손그림을 그리는 걸 더 좋아하지만, 더 풍성한 독서노트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사다 보니 스티커 보관할 파일도 필요하고, 다꾸 스티커를 패키지'로 샀더니 가위와 핀셋도 들어있다.

'오~~ 이런 것도' 있네 하면서 기분이 막 좋다.

마테는 책을 읽을 때 북마킹을 할 때에도 좋은 것 같다. 바인더용 플래그보다 더 깔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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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을 잔뜩 샀다.

스테들러 피그먼트와 라인화이너, 세모 트리플러스 형광펜까지.

컬러가 모두 너무 예쁘고, 그립감도 좋으며 잘 써지기는 또 두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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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브라 사라사 볼펜을 후기만 보고 샀는데 와 이거 대박이다.

나의 최애 볼펜이었던 파이로트 쥬스업을 배신하게 생겼다.

컬러는 일부러 쨍하지 않은 것들로 샀는데 하나같이 너무 예쁘다.

그리고 독꾸에 빼놓을 수 없는 더블라인 마커펜도 샀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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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에 제목을 쓸 때 사용할 두꺼운 펜으로 zig 캘리그래피 펜도 샀다.

그냥 글씨만 썼는 데 있어 보인다. 이런 게 나만 신나는가?

너무 신난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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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웨코 스튜던트 60s 만년필도 새로 샀다.

그동안 쓰던 라미 만년필도 좋았는데 이건 더 묵직하면서 훨씬 부드럽게 써진다.

역시 비싼 건 이유가 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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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마커를 샀는데, 이건 아직 배송 중이라 이미지는 쇼핑사이트에서 가져왔다.

마커는 독서노트를 쓸 때, 책 표지 그림을 그대로 따라 그려보고 싶은 마음에 색칠할 용도로 쓰려고 샀다.

색연필과 병행해서 지루하지 않게 독서노트를 꾸밀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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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있는 것들로 독서노트를 꾸미며 책을 읽었는데, 앞으로 점점 더 기대가 된다.

어떻게 꾸밀지 이리저리 시도해볼 생각에, 책을 더 많이 읽고 싶어지는 욕구가 뿜뿜이다.


이렇게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는 게 조금 낯설긴 한데, 그동안도 늘 샀던 문구들이 이번엔 유난히 기분 좋은 이유는 내가 책에 보다 진심이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독서노트 꾸미면서 책 한 권 읽을 때마다 북에세이를 써보고 싶기도 하다.


한 줄 요약 : 날 위해 스스로 선물을 준비하는 건 꼭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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