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녀석들
어제 새벽 5시 반.
피터팬이 슬픈 꿈을 꾸었다며 울면서 깼다.
안아주고 토닥이면서 "괜찮아 그건 꿈일 뿐이야"라며 다시 재우려 했지만, "엄마 다시 잠들면 또 슬픈 꿈이 연결될 것 같아 안 자고 싶어" 한다.
피터팬이 어른이 부러운 이유는 딱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새벽에 일어나도 된다는 것이다.
늘 새벽에 일어나는 엄마를 부러워한다.
자주 새벽에 일어나곤 하는데 엄마가 항상 더 자야 한다고 어린이는 그래야 한다고 해서 더 자기는 하지만, 사실은 눈이 떠졌을 때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다.
그걸 알기에 어제는 안 자고 싶다고 할 때 그러라고 했더니 좀 전의 슬픈 꿈은 이미 잊은 듯했다.
피터팬이 새벽에 일어나면 나의 새벽 루틴이 깨지는 건 당연하므로 나는 못마땅하다.
"넌 새벽부터 뭘 할 건데 그렇게 새벽에 일어나고 싶은 거니?"
"그냥 엄마가 요가할 때 구월이가 엄마를 방해하는 것도 막아주고, 엄마 책 읽고 글 쓰는 것도 옆에서 볼래" 한다
'엄마가 책을 읽으면 너도 읽어야지' 하는 소리가 목까지 차올랐지만 이내 거둔다.
구월이랑 놀다가 나를 따라 요가를 하다가, 침대에 다시 누워 굴렁거리다가 슬슬 시작된다.
"엄마 언제 끝나? 한 시간?"
"응 한 시간~"
잠시 후 "엄마 이제 20분 남았다. 그치?"
.........
네가 깨어있는데 내가 무얼 할 수 있으랴...
그래도 어찌어찌 두 시간을 보낸다.
"엄마 이제 다 했지?" 재촉하는 소리에 한 것이 없어도 다한 것이어야만 했다.
책상에서 일어서려는데 피터팬 전화가 울린다.
7시 30분인데 어디 전화가 올 데는 없고 알람을 언제 맞춰두었나.. 생각하며 피터팬에게 알람을 끄라고 했다.
"어? 유준이네?~~~"
이 시간에? ㅋㅋㅋㅋ그렇다. 이른 아침부터 피터팬의 베프 유준이가 전화를 했다.
"유준아~ 이렇게 아침에 니가 웬일이냐?"
"서준아~ 영상통화할게~~"
얘네 둘은 유치원 때부터 친구다.
유치원 다닐 때 어느 날 전화번호 하나를 적어온 피터팬.
유준이가 전화하라며 자기 엄마 전번을 적어주었다고. 그래서 나도 엄마 전화번호를 적어줬다고.
그 후로 이들은 각자의 엄마 전화기로 자주 통화를 하고, 주말에도 유치원 졸업 후에도 자주 만났다.
학교가 다르게 배정되어서 매우 아쉬워했던 애들이다.
그리고 얘네들은 그냥 통화보다 언제나 영상통화를 선호했다.
잠시 후 영상통화가 시작되었다.
나는 이 참에 못다 한 루틴을 할 수 있겠다 싶어 유준이가 더 반갑다.
멀리서 둘의 목소리가 전해진다.
"넌 몇 시에 일어났어?"
"난 5시 반에 일어났지 뭐야~"
"거짓말. 나는 5시에 일어났다."
"거짓말 아니야. 엄마 엄마 나 5시 반에 일어났지이?~~~"
1학년 초딩들은 별 게 다 레이스다. 니가 5시 반에 일어난 거면 나는 5시에 일어난 것이다.
잠깐 내 일에 집중을 한 사이 피터팬이 전화기를 들고 거실로 나간다.
뭐라 뭐라 시끄럽게 대화하는 소리에 이어 쿵쿵 소리가 나서 나가보았더니 피터팬이 핸드폰 거치대를 방바닥에 두고 폰을 올려놓고 줄넘기를 한다.
유준 - 너 이중 뛰기 할 수 있어?
피터팬 - 당연히 할 수 있지. 나 20개도 해
유준 - 우와? 정말? 그럼 해봐.
열심히 하는 피터팬.
피터팬 - 너 엇갈아 뛰기 할 수 있어?
이렇게 시작한 이들의 음악줄넘기 실력 뽐내기는 한 동안 계속되었다.
나는 얘네들이 너무 귀엽고 뜬금없고 재미있어서 이들의 통화가 끝날 때까지 옆에서 듣고 싶어졌다.
줄넘기를 다 하더니 이젠 태권도 얘기로 넘어간다.
피터팬 - 나 이제 파란 띠다.
유준 - 에게? 난 벌써 파란 띠 따고 이제 검빨강이다.
피터팬 - 우와 멋지다. 그렇지만 난 태권도를 너보다 늦게 했잖아.
유준 - 난 1년도 넘었지~
피터팬 - 맞아, 난 아직 1년도 안 됐어.
유준 - 토요일에 만날 수 있어?
피터팬 - 응 만날 수 있어. (내가 성급히 너 토요일에 캠프가잖아~~ 속삭였다.)
아 맞다. 나 토요일에 태권도에서 캠프가. 이번 토요일은 안 되겠다.
유준 - 그거 물리면 돼. (ㅋㅋㅋㅋㅋ얘네 봐라?)
피터팬 - 나 토요일에 캠프 간다고. ( ㅋㅋㅋㅋㅋㅋㅋ말 귀도 못 알아듣는 녀석)
돈도 다 냈어.
유준 - 그거 다시 돈 달라고 해.
피터팬 - 그럼 내일 만날까?
(내가 옆에서: 평일에 만나면 아침에 만나서 1시에 헤어져야 해~) 내 말을 들은 피터팬은.
내일 언제 시간 돼?
유준 - 나 돌봄 가야 돼.
피터팬 - 너 돌봄 가? 난 안 가는데
유준 - 와~~ 좋겠다. 넌 학원 뭐 다녀?
피터팬 - 난 피아노랑 태권도.
유준 - 난 영어랑 태권도. 넌 좋겠다. 영어학원도 안 가고 돌봄도 안 가고.
피터팬 - 난 영어는 엄마랑 해.
유준 - 너희 엄마 영어 잘해?
(헙. 입틀막. ㅋㅋㅋㅋㅋ갑자기 엄마 영어 실력 뽀록나게 생겼다 ㅋㅋ얘네 왜캐 웃겨~~)
피터팬 - 엄마는 잘 못하는 거라는데 우리보단 나아.
(아 못살아 정말. ㅋㅋㅋㅋㅋㅋㅋ 아침 댓바람부터 사람 쫄리게 만드는 초딩들)
유준 - 나 돌봄 가서 또 전화할게.
피터팬 - 오키다.
이렇게 그들의 영상통화는 종료되었다.
아이들의 대화를 들으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각자의 집안사정도 알 수 있고, 부모의 직업도 알 수 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것은 힘들고 싫은지도 알 수 있다.
초딩들은 가끔 뜬금없는 대화를 하지만, 그 속에 그들만의 희로애락이 다 들어있다.
그리고 새로운 정보도 얻게 된다.
아침부터 엄마를 즐겁게 해주는 초딩들에게 고맙다.
엄마는 너희들이 좋은 친구로 오랫동안 지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