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매일 쓰고 싶다
나도 받았다.
브런치의 알림을.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매일 한 문장이라도 쓰는 근육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고, 하염없이 손 놓고 있는 나를 불렀다.
근육운동을 안 좋아해서인가, 글쓰기가 근육을 기르는 것과 같다는 말이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매일 한 문장이라도 기록하고 한 편의 글로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충분히 와닿는다.
몰라서 안 쓰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아는 만큼 써지지가 않을 뿐이다.
핑계를 대자면, 기나긴 겨울 방학에 몸도 마음도 녹초가 되었다.
글쓰기로 마음을 가다듬고, 스트레스를 완화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아무도 보지 않는 글이라면 차라리 쉬웠다.
브런치라는 공간에 글을 쓰자면, 최소한 그나마 글 같은 글을 올려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만 내 발목을 잡았다.
사실은 어제 새벽에도, 오늘 새벽에도 브런치에 들어왔다.
깜박이는 커서를 하염없이 들여다보다가 끝내 노트북을 닫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많은 사람들이 말했다.
그런 자기 검열을 하지 말고 그냥 쓰라고.
하지만 그것이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내 마음을 드러내자니 자꾸 글이 푸념이 되고, 뭔가 해보자고 다짐을 하다 보니 글이 점점 식상해진다.
누구처럼 멋들어진 문장을 탐내는 건 오만 년 전에 버렸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 멋들어진 문장을 탐할 레벨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는 미루기 가장 쉬운 분야였다.
조금만 더 있다가, 아이가 개학을 하면, 내 마음이 조금 여유로워지면... 하면서 미루고 미루다 보니 이제는 모든 것이 해결됐음에도 선뜻 글을 쓸 수가 없다.
도무지 무슨 글을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가 글을 쓰고는 싶은 건가 싶고, 그렇다면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아~~~ 오늘도 끝내 쓰지 못했어....' 라며 자책을 하고, 이러다가 아예 못쓰게 되는 건 아닌가 하며 조바심이 났다.
'그럼 내일은 써보자 무슨 글을 쓰지?' 라며 글감을 생각하다 잠이 들기도 하고, 그런 나날들이 한 달이 다 돼가는데 여전히 나는 진전이 없다.
책 쓰기 강의를 들으려 했으나 나는 책을 쓰는 게 목표가 아니니까.
나는 글을 쓰고 싶다. 자연스럽게 즐거워하며, 출간이라는 어떤 목표 없이 그저 좋아서 재밌어서 쓰고 싶었다.
그러다 보면 책은 쓰게 되리라고 믿었다.
누가 알려주는 대로 내 글을 점검받아가며 책을 내는 목표로 글을 쓰다가 그렇듯 책 한 권을 내면 진이 빠질 것 같아서 과감하게 그런 강의는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강제성이 필요한가 싶기도 한 요즘이다.
했어야 했나.. 하는 후회가 스멀스멀 밀려오지만, 그래도 그것만큼은 잘했다고 생각하려 한다.
나는 당장 유명해지고 싶지 않고, 내가 그렇게 코칭을 받아가며 글을 쓴다 한들 베스트셀러 작가가 단박에 될 리가 없다. 그런 식으로 작가가 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나는 내 안의 창조성을 조심조심 꺼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인데, 내 안에 창조성이 있기나 한 건가 의심이 되기 시작하니 그저 답답하고 불안할 뿐이다.
누구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새가 알에서 나오려면 투쟁을 해야 하듯이 나는 내 안에 머물러 있는 이 지리멸렬함과 투쟁을 해야 한다.
이미 답은 알고 있다.
그 답이 내 안에 있다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언제쯤 빠져나올 것인가
이럴 때는 함께 하라는 글쓰기 책의 조언을 들어야겠지.
내가 글을 못 쓰고 있으니 함께 쓰던 멤버들도 멈추었다.
책임감과 함께 어깨가 무거워진다.
'그래도 내가 먼저 또 일어나야겠지. 늘 그랬던 것처럼' 하고 생각해 본다.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한 이상 더 이상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일으켜 세워본다.
어떻게든 써보기로.
어쨌거나 쓰는 걸로.
언젠가는 될 거라고.
혼자 중얼거려 본다.
그리고 1600자라도 쓸 수 있게 해 준 브런치 알림에 고마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