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망상해수욕장 로드마리 펜션
나는 도전하는 걸 즐기는 편인 것 같다.
'그냥 한 번 해보는 거지 뭐 '라는 생각을 그냥 기본적으로 장착하고 있는 것도 같다.
'안되면 말고, 되면 더 좋고' 그러나 해보지도 않고 오만가지 상상 속에서 나를 흔드는 것보다는 훨씬 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성격이라 그런 듯도 하다.
물론 그런 마인드 때문에 경제적으로 적잖은 고비를 맞은 적도 두어 번은 된다.
그때는 후회와 원망이 전부였지만 결국 지나고 보면 하길 잘했던 일, 더구나 실패해서 더 잘되었다는 생각을 훨씬 많이 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도 젊은 시절이었고, 지금은 그저 조용히 나의 루틴을 지키며 사는 것도 제법 편안하고 괜찮다고 여기던 찰나 역시 인생은 나를 자꾸만 유혹한다.
지금 나는 강원도 동해에 있다.
언젠가 브런치에 20대 젊은 날 바로 여기 강원도 동해에서 해변포차를 했던 기억을 더듬어 추억하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때 그곳이 25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이 나는 사실 가슴 벅찼다.
보고 싶었고, 언제나 그리웠고, 후회라는 건 잘 안 하려 하지만 후회되기도 했던 그때의 내가 생생하게 살아나는 것 같아서, 그래서 내가 마치 다시 사는 것처럼 느껴져서 설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하는 것은 젊을 때나 하는 것이라고 여겼던 어느 때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하지 않아도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운명론을 나는 살면서 겪었다.
고이고이 모셔두던 돈이 내가 가만히 있어도 사라지던 때도 있었고, 많은 것을 잃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도 다시 채워지는 기묘한 일들도 생기더라.
어느 순간 인생이란 정말 그런 것이구나 생각 들기 시작했고, 그때부터는 억지로 쥐려고도, 가진 것을 놓칠까 벌벌 떨지도 않는, 예전보다 더한 과감성이 생긴 것도 사실 나는 매우 기분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랬으니 지금 나는 강원도에 있겠지.
아이와 한 달 살기 숙소를 알아보다가 우연히 생긴 기회로 나는 올여름 한 철동안 펜션 사장님이 되었다.
욕심을 내자면 끝도 없을 것이고, 무엇보다 완벽에 가까운 것을 추구하는 나로선 이 선택이 정말 큰 모험이 될 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
왜냐하면 내가 생각했던 그런 펜션이 아니라 딱 할머니가 운영하는 민박집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도전을 하는 것은 사실 내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무엇이든 되든 안되든 한 번쯤 그냥 해보는 것도 분명 나쁘지 않다는 것을. 세상의 많은 두려움을 딛고 일어설 용기를 가져보는 것을. 그 속에서 삶에 대한 작은 한 부분이라도 깨달으면 그건 성공하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며 가르쳐주고 싶었다.
말 그대로 무모한 도전이 될 수도 있겠으나, 나의 알 수 없는 이 자신감 앞에선 그 어떤 것도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
동해에 도착하자마자 그 옛날 내가 가장 그리웠던 동해의 모습을 찾았다.
많이 변하기도 했지만 여전한 곳이 더 많았으며, 나는 다시 그때의 나로 돌아간 느낌이 들면서 나의 자신감은 더하기에 더하기를 거듭했다.
'이번에도 역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분명히 더 잘 될 거야'라는 예감이라고나 할까.
굳이 긍정의 힘을 끌어당기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긍정적이 되는 마법. 그곳이 나에겐 강원도였다.
숙박업은 당연 처음이다.
그냥 손님이 오면 인사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자질구레하게 신경 쓰고 손봐야 할 곳이 넘쳐나면서 나는 온몸에 알을 품고 있다.
바닷바람과 쨍한 햇살에 피부가 타들어가듯이 새까매졌지만 이런 나의 모습이 되려 보기에 좋다.
근육통이야 시간 지나면 낳을 것이고, 앞으로 만나게 될 반가운 손님들을 상상하느라 바쁘다.
이번을 계기로 앞으로도 쭉 할 수 있다면 또 다른 전환점이 될 것이고, '나 펜션도 해봤어'라는 짧은 경험담으로 끝날지라도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지 않을까.
누가 살면서 펜션을 해보겠는가.
역시 나는 뭔가 새로운 것을 자꾸 만나야 활기가 생기는 역마살을 가진 사람이 맞나 보다.
몸은 고된데 이렇게 즐거울 수가 있을까.
하루종일 땀 흘려 시즌 준비를 하고 개운하게 샤워를 한 후 야외테이블에서 마시는 맥주란..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그저 매사에 감사하는 법을 배운 것에 더더욱 감사함을 느낀다.
망해도 좋고 잘되면 더 좋을 올여름 장사.
나는 이미 얻은 것이 많으니 나머지는 운명론에 맡기고 싶다.
지금 여기에서 나는 매일 행복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