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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휘 Mar 08. 2024

넌 무엇을 기대했나

실패 : 스토너 - 존 윌리엄스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다시 생각했다.
기쁨 같은 것이 몰려왔다.
여름의 산들바람에 실려온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실패에 대해 생각했던 것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그런 것이 무슨 문제가 된다고.
이제는 그런 생각이 하잘것없어 보였다.
그의 인생과 비교하면 가치 없는 생각이었다.


스토너는 삶을 관조적으로 대하는 사람이었다.

시골에서 살다가 제법 공부를 잘한 턱에 도시의 대학에 입학을 했고, 그곳에서 결혼도 하고 대학교수로서 자리도 잡았다. 그러나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스토너는 결혼을 하는 순간부터 불행이 시작되었다.

그의 아내 이디스는 독자들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이기적이고 나쁜 여자였으며, 스토너는 바보처럼 그저 당하고만 사는 한심한 남자였다.

가슴이 짠해지기 시작하는 스토너의 인생은 결국 평범하기 짝이 없었고 외톨이처럼 보였으며 답답함을 자아낸다. 끝까지 불쌍함을 느끼게 하지만 저자 존 윌리엄스는 스토너가 영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많은 독자들이 스토너의 삶을 불행하다 여기는 것에 오히려 놀랐다고.

그가 생각하는 스토너의 인생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 일에 어느 정도 애정을 갖고 있었고, 그 일에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에 스토너는 다른 사람들보다 나은 삶을 살았다고 한다.


저자의 말을 생각해 보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았고, 그 일을 사랑하고 의미 있다 생각하는 일이었기에 그 일을 평생하고 살았던 스토너는 타협하지 않은 영웅이었고 그러므로 행복한 사람이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많은 독자들이 저자의 생각과 달리 스토너가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여겼다는 건 그만큼 우리가 살아가면서 의미를 두는 일은, 화려한 명성과 부귀영화와 말 잘 듣고 아름다운 아내를 두어야 행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는 뜻이 되겠다.

여기서부터 스토너는 삶에 대한 생각과 의미를 송두리째 뒤집어엎는 깨달음을 준다.


그러나 정작 작품 속 스토너는 자신의 삶은 실패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가 원하던 것은 우정이었다. 그의 인생에서 친구라 부를만한 사람은 두 명이었다. 두 명 다 대학에서 만난 친구였고, 대화가 잘 통했으며 스토너는 그들과 토론하는 시간을 행복해했다.

전쟁이 일어나면서 두 친구 중 한 명은 전쟁에 참전하고 결국 사망하였다.

남은 친구 고든 펀치와 스토너는 대학에서 함께 일하며 종종 전사한 친구를 그리워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고든은 "여길 떠날 걸세. 가끔 내가 놓치고 산 것들, 아직 가보지 못한 곳들을 생각해. 그러다 보면.... 젠장, 빌, 인생이 너무 짧아" 라며 대학을 떠났고 혼자 남아 여전히 자신이 좋아하는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는 스토너는 많이 외로웠다.

스토너는 전쟁에 참가하지 않은 것도, 사랑했던 캐서린과 함께 떠나지 않았던 것도 모두 그가 가장 사랑했던 일, 바로 가르치는 일을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이 부분에서 작가는 그가 행복했다 말하고 독자는 그가 불행했다 말한다.


스토너는 사랑을 원했다.

이디스를 사랑해서 결혼을 했지만 불행한 결혼이었고, 대학에서 만난 캐서린과 진짜 사랑을 했지만 자신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대학에 남기 위해서 캐서린과의 사랑을 끝냈다.

그는 자신의 행복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한다. 아내조차 알아주지 않는 그 책임감을 혼자 짊어지고 외롭게 살면서도 그를 살게 했던 건 가르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몇 날 며칠이고 책 속에 파묻혀 논문을 쓰고, 책을 쓰는 일. 열정 가득으로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그는 끝까지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렇게 하였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늘 한심한 스승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한 그는 온전한 순수함과 성실함을 꿈꾸었다.

그러나 타협하는 방법을 찾기도 했고, 시시한 일들과 작은 성공에 정신을 빼앗기기도 했다.

그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었고 늘 지혜에 대해 생각했지만 결국 자신에게서 발견되는 것은 무지함뿐이었다.

"내가 좀 더 강했더라면,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더라면, 내가 이해할 수 있었더라면,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는 무정한 생각을 했다. 내가 저 사람을 좀 더 사랑했더라면."


스토너는 병에 걸려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았다.

무엇을 기대했나.

언제나 자신은 실패한 인생이라고, 결혼과 사랑에도 실패했고, 대학교수라는 자리에서도 실패했고, 지혜로운 사람도 되지 못했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실패에 대한 생각이 죽음 앞에서 하잘것없어 보였고 가치 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실패란 무엇인가. 그 기준은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나는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내 인생에서 첫 실패를 꼽는다면 단연 미대입시에서 낙방한 것이리라. 하지만 결국 그것은 실패가 아니었다.

인생에서 언제나 최선책만 옳은 것이 아니라 때론 차선책이 최고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유홍준 교수의 말이 떠오른다. 나도 미대에 들어가지 못했으므로 다른 선택들을 이어 이어 지금의 내가 되었다.

또 모르겠다. 미대에 들어갔으면 지금과 다른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은  지금의 나로 살게 되지 않았을까.

왜냐하면 그 뾰족한 끝이 향한 방향은 결국 지금의 내 자리로 안내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실패를 하며 산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유명한 외국의 여가수 아버지는 학교에서 돌아온 그녀에게 매일 "오늘은 몇 번 실패했니?"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만큼 실패에서 얻는 것들은 실패하지 않으면 절대 얻을 수 없는 경험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누구나 실패를 두려워하며 산다. 젊은 날엔 더 그런 듯하다.

실패할까 봐 못 내려놓고, 억지로 따라가다 보면 결국엔 놓게 되는 것. 그것은 운명론처럼 짜인 각본인지도 모른다. 

생각을 바꾸면 실패하는 일이 두렵지 않다.

나의 경우로 예를 들자면, 지금 나는 생애 첫 공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매출에 대한 욕심이 앞서면 이 공구가 실패할까 봐 조마조마하고 전전긍긍하게 될 수밖에 없다. 판매량이 저조하면 이 공구는 실패한 것일까?

여기서 생각하기 나름으로 갈리긴 하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판매량이 저조해도 실패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공동구매라는 것을 경험하게 된 일이니 이런 경험과 기회는 쉽게 가질 수 없다. 그러니 오히려 기회를 준 업체에 감사할 일이지 실패한 것은 아니다.

다른 하나는 판매가 저조해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실패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실패가 실패로 끝나는 것이 아닌 건 "WHY" "WHAT" "HOW"에 대해 앞으로 나는 공부를 하겠지. 그럼 다음 공구에는 처음보다 성장하게 된다.

발판이 되었다는 것에서 시작하면 어느 쪽으로 생각을 하든 실패가 아니다.

이런 경험은 비단 일적인 면에서만 적용가능한 것이 아니다.

인간관계, 일, 내면성장 등등 삶의 모든 요소에 적용가능하다.


결국 어떤 인생도 실패한 인생은 없다.

매일 실패해도, 매번 다른 것을 실패해도 종국엔 그로부터 성장할 테니까.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죽음 앞에서 우리는 스토너처럼 내 인생의 실패를 생각할 것이다.

그러다가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람' 할 것이다.

그러니 열심히 실패하면서 살자.

죽음 앞에서 '정말 많이도 실패했구나, 하지만 결국엔 그것들이 내 삶의 뿌리가 돼주었어'라고 회상하자.

매일 실패하기 위해 모험을 하자.

"어디 보자~~~~ 오늘은 무엇에 실패를 해볼 끄나~~~" 하고 말이다.

너무 재미있는 인생이 될 것 같지 않은가?

생각해 보라. 각종 예능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가 가장 빵 터지게 웃는 장면은

출연자들이 게임을 하다가 물에 빠지거나, 얼굴에 먹칠을 하거나, 미끄러워 자빠지거나 하는 

그런 모든 실패한 장면들이다.


그러니 실패를 기꺼이 받아들이자.

그것이 나의 기대가 되어줄 것이다.

실패를 통해  조금 더 내 삶을 관조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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