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 OST
"고단한 하루 끝에 떨구는 눈물
난 어디를 향해 가는 걸까
아플 만큼 아팠다 생각했는데
아직도 한참 남은 건가 봐
이 넓은 세상에 혼자인 것처럼
아무도 내 맘을 보려 하지 않고 아무도
눈을 감아 보면 내게 보이는 내 모습
지치지 말고 잠시 멈추라고
갤 것 같지 않던 짙은 나의 어둠은
나를 버리면 모두 갤 거라고
웃는 사람들 틈에 이방인처럼
혼자만 모든 걸 잃은 표정
정신없이 한참을 뛰었던 걸까
이제는 너무 멀어진 꿈들
이 오랜 슬픔이 그치기는 할까
언제가 한 번쯤 따스한 햇살이 내릴까
나는 내가 되고 별은 영원히 빛나고
잠들지 않는 꿈을 꾸고 있어
바보 같은 나는 내가 될 수 없단 걸
눈을 뜨고야 그걸 알게 됐죠
어떤 날 어떤 시간 어떤 곳에서
나의 작은 세상은 웃어줄까"
최애 드라마가 몇 개 있다. 나는 그 드라마들의 OST를 자주 반복해 듣는다. 그래서 신곡은 잘 모른다.
젊은 날에는 늘 음악과 함께 했고, 음악을 무척이나 사랑했던 나였는데, 언젠가부터 요즘 노래는 나의 옛날 감성을 채워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들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볼빨간사춘기, 잔나비의 노래는 좋아한다.
<나의 아저씨>를 다섯 번인가 보았다. 그 감성이 나를 자꾸 이끌어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작중 아저씨 박동훈과 이지안의 관계는 동정도 아니고 연민도 아닌 응원의 관계다.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에 대한 관심과 따뜻한 응원. 계약직 직원 지안을 조용히 응원해 주는 아저씨. 밥 사달라 하면 밥도 사주고, 술 사달라고 하면 술도 사준다. 그는 호구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지난날 같은 지안의 청춘이 안쓰러울 뿐이다. 혼자 힘들게 살아가는 지안이, 혼자 아등바등 발버둥 치는 지안이 동훈은 안타깝다. 제대로 된 어른이 주위에 단 한 명도 없어서 마땅히 누려야 하는 권리조차 알지 못한 채 힘겹게 살아가는 지안이, 그럼에도 그 삶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는 지안에게 동훈은 어른이 되어주고 싶었다.
명대사도 많고, 클래식한 감성도 풍부한 드라마였다. 보고 또 보아도, 첫 방영된 지 어느덧 7년이 지난 옛날 드라마임에도 드라마 속 현실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지안의 나이였을 때는 지안처럼 힘든 일은 없었다. 내 주위에 제대로 된 어른이 있었는가 생각하면 뭐 그다지 동훈같은 어른은 없었다. 부모를 제외한 사회에서 만난 진짜 어른 같은 건 없었다.
하지만 왜 내게 그런 어른이 없냐는 불평은 할 생각조차도 못했던 것 같다. 나도 그저 주어진 삶에 지안처럼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내었다.
이제 동훈의 나이만큼 어른이 된 나는 나를 한 번 둘러본다.
나의 아저씨를 보며 내가 느꼈던 것은 어떤 다짐 같은 것이었다. 나도 저런 어른이 되고 싶다.... 하는.
현재 내 주위에는 지안처럼 어른의 손길이 필요한 청춘은 없지만, 언젠가 어느 때이건 만나게 된다면 나도 동훈같은 어른이 되어줄 수 있을까? 곰곰 생각해 본다.
주면서도 생색내지 않고, 때때로 버릇없고 건방져 보여도 기분 상하지 않으며 오롯하게 상대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그런 마음이 내게도 있을까?
솔직히 자신 없다. 하지만 노력은 해보고 싶다.
고단한 하루 끝에 떨구는 눈물이 내겐 없지만, 이 오랜 슬픔이 그치기는 할까 하며 절망하는 사람들에게는
"걱정하지 마, 그 슬픔 다 그치게 되어 있"다고 말해줄 수는 있을 것 같다.
이 <어른>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나를 일으키는 건 "어떤 날 어떤 시간 어떤 곳에서 나의 작은 세상은 웃어줄까" 하는 가사 때문인지도.
그 어떤 날과 어떤 시간, 어떤 곳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웃어줄 나의 작은 세상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을 내가 직접 보여주리라 생각하는 때도 있다.
20대 젊은 청춘이든, 그저 앞만 보고 달리는 3-40대든, 뭔가 다 이루고 새롭게 시작해야 할 것만 같은 50대든 여전히 나를 향해 웃어줄 작은 세상은 한 뼘 더 멀리 있는 듯보인다.
그렇기에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희망이라는 원동력으로 또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이 노래는 굉장히 우울하고 슬픈 곡조를 지녔지만, 가사는 해석하기 나름이니까
슬플 땐 슬픈 이 노래를 들으며 슬픔을 견뎌내기 좋고, 우울한 듯보이지만 그 안에서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어 좋고, 그래서 이 노래는 나의 감정과 무관하게 언제 들어도 좋은 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