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내 안에는 걸 크러쉬가 있다
페르소나는 인생이라는 연극무대에서 배우인 인간 개인을 나타낸다.
그리스 어원의 '가면'을 나타내는 말로 '외적 인격' 또는 '가면을 쓴 인격'을 뜻한다.
영화나 연극에서 역할을 맡은 배우는 작가의 페르소나가 된다.
페르소나를 쉽게 설명하자면 '부캐'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자아 정체성을 찾는 일이 곧 나의 페르소나를 찾는 일이다. 타인에게 보여지는 나의 이미지도 페르소나다.페르소나가 있는 사람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있고,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있고, 만들지 않는 사람도 있다.
달리 생각해보면 페르소나는 가식일 수도 있다. 내 안의 나를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요즘 시대에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 우리는 가면을 쓰기도 한다. 그 가면을 쓴 나의 모습이 페르소나다.
내 안에는 여러 가지의 나가 있다. 나의 성격이나 취향들도 페르소나가 될 수 있다.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페르소나는 가식일 수 있겠으나 (또 만들었는데 의외로 나랑 너무 잘 맞아서 그게 곧 또 다른 내가 될 수도 있고), 내 안의 다양성을 각각의 것으로 드러내면 나는 여러 개의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는 셈인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나는 책을 좋아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의 자리에서 나는 책을 좋아하는 페르소나가 된다. 하지만 나는 음악도 좋아한다. 그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장소에선 책을 좋아하는 페르소나는 감추고 음악을 좋아하는 페르소나를 부각해야 한다.
이것이 요즘 시대 우리가 온라인에서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이다.
그러니 나는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꺼내어 드러내며 살아가는 것을 즐겨야 한다.
어떤 이는 페르소나에 치중해서 본연의 자신을 오히려 숨기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페르소나도 결국엔 '나'이기 때문에 나를 '가면' 뒤에 숨겼다고만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의 페르소나
나의 페르소나는 제법 많다. 라탄 공예를 하는 나, 요리를 하는 나, 책을 읽는 나, 글을 쓰는 나, 패션 감각이 좋은 나. 책 육아를 하는 나, 아이와 하브루타를 하는 나. 센스가 있는 나.
성격으로 구분을 하자면 털털한 나, 까칠한 나, 듬직한 나, 화끈한 나, 잘 삐치는 나, 관종인 나, 매너 있는 나, 배려심이 많은 나, 고집이 센 나. 등등 하나하나를 분류하면 내 안의 많은 나를 발견할 수 있다.
페르소나를 생각하는 과정에서 이미 나는 나를 알아가게 된다.
많은 페르소나 중에서 타인이 생각하는 나의 페르소나는 센 언니다. 이것은 젊을 때부터 쭉 이어져 왔다.
물론 내 안에 걸 크러쉬가 있다. 그리고 나는 센 언니라는 말을 좋아한다. 하지만 추구하는 것은 그저 세기만 한 언니는 아니다. 센 언니라는 말에서 '센'에는 많은 것을 내포한다.
마음이 단단한 것도 센 것이고, 나를 함부로 못 대하게 만드는 자존감도 센 것이고, 두려움에 맞서는 용기도 센 것이다. 나는 어벤저스는 못되지만 나보다 약한 사람을 지킬 수 있는 그 '센'을 격하게 좋아한다.
친구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달려가는 로봇 태권 V (요즘 사람들은 모르는 무쇳덩어리가 있다)처럼 자처해서 나서길 좋아했고 제법 해결을 해 주었다. '센'을 착각하다 보면 어느새 오지라퍼가 되어 있기도 하지만 센 언니가 아니라면 그저 뒷방 늙은이일 것이다. 그래서 나의 MBTI는 엔프제다. 딱 맞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때로는 그 센 언니라는 타이틀 때문에 나를 챙기지 못할 때가 있다. 언제나 내 일보다 남 일을 더 신경 쓰며 살았다. 사람들은 나를 처음 보자마자 세다고 느낀다고 했다. 나중에 친해지고 물어보면 생긴 거 자체가 넌 센 언니야라고 했다. 나는 눈도 찢어지지 않았고, B사감 같은 안경을 쓰지도 않았고, 무섭게 생기지도 않았다. 예전엔 세다 하면 별로 좋은 말이 아니었다. 요즘에서야 걸 크러쉬라며 야리야리한 청순가련형보다 쎄 보이는 언니들이 대세지만.
생각해보면 첫인상으로 센 언니가 된 이유는 멋을 한창 낸 나의 외모나, 딱 봐도 평범해 보이지 않는 튀는 옷을 즐겨 입거나 하는 나의 취향과 못생기지 않음 때문인것 같다. 딱 봐도 평범한 스타일을 나는 싫어했다.
나를 알고 나면 사람들은 그랬다. " 첫인상 그대로 센 언니 맞네" 외모도 센 언니였고 알면 알수록 성격도 센 언니라고 했다. 때론 그 말이 기분이 상할 때도 있었는데 다들 세다면서 나를 좋아했다.
내가 생각하는 내가 센 언니인 이유는 첫째 의리가 남자들 못지않다. 나는 내가 먼저 등을 돌리는 우정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그래서인지 나는 사람을 신중하게 보고 진중하게 사귄다) 두 번째 이유는 나는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안다. 사람을 어떤 상황에서도 무시를 해 본 적이 없다. 세 번째로 나는 상대에게 힘이 되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 한다. 그게 어떤 것의 힘이든.
거침이 없는 편이고, 눈치를 보지도 않으며, 할 말은 해야 하는 사람이다. 다들 숨죽이고 있을 때 나는 내 갈길을 가곤 했고, 주목받는 일일지라도 정의롭다면 주저하지 않는 과감함을 가졌다. 누군가는 나더러 재수 없다고 한 적도 있지만, 그런 말 따위로는 나를 흔들 수가 없을 만큼 굳센 자존을 가지고 있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하고, 늘 밥이든 술이든 나는 잘 쏘는 편이고 제법 화끈함을 가졌다.
나는 나의 페르소나를 사랑한다
어떻게 해서 이토록 찐한 자존감이 생겼는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내 안에 있는 모든 나를 너무도 사랑한다.
자기애가 강하기도 하지만, 스스로도 나는 참 괜찮은 사람 같다고 느껴진다. 다만 그것이 자만이나 오만이 되지 않기 위하여 언제나 책을 읽으며 나를 돌아본다.
나는 센 언니라는 나의 페르소나를 더 잘 만들어보고 싶다.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력이 되고 싶다.
센 언니다운 힘을 가지고 싶다. 그래서 제자리에서 멈칫하지 않는다. 오늘도 단 한 명의 누군가에게라도 선하며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고, 그게 나의 글이라면 더더욱 좋겠다.
그래서 나는 점점 더 센 언니가 되고 싶다. 물론 리치 언니도 되고 싶다. 오프라 윈프리처럼 씨게 쏘고 싶다.
국민 벤츠 e300이면 되겠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