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감사할 일이다.
나의 하루는 거의 책상에서 피고 진다.
아침 운동을 마치자마자 책상에 앉아 플래너를 쓰면서 오늘 하루를 그려본다.
대개 할 일은 정말 보통스럽다. 특별할 거라고는 전혀 없는 거의 2년째 같은 일들의 반복.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바꾸어보면 내 일은 평범하기도 하지만, 특별하기도 하다.
내가 매일 그날의 할 일을 적는 내용은 운동하기, 글쓰기, 영양제 챙겨 먹기. 그리고 일하기.
밤사이에 메일이 올 일은 없으므로 누군가처럼 하루의 시작을 메일 확인으로 하지는 않는다.
나에게 오는 메일은 대부분 서평의뢰메일이다. 그것이 곧 나의 일이다.
많으면 하루에 6건 정도 적으면 1건 정도는 매일매일 날아든다.
그간 메일을 받아보니 이 일도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는데 11월쯤이 가장 일이 적었던 것 같고 그 외에는 매달 비슷하다. 한 달로 봤을 땐 초보단 중순이 메일이 많이 오고, 초반보다는 말일에 많이 오는 것 같다.
메일을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더니, 내가 받는 메일은 주로 출판사 쪽인데 이쪽 업계분들은 굉장히 예의 바른 것 같다. 어쩌면 투고를 받다 보니 정중하게 거절하는 법도 배웠으리라.
그래서 나 또한 거절 메일도 되도록 보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카톡에만 읽씹이 있는 것이 아니니까. 정중하게 거절하는 매너는 내가 블로그 서평 협업을 진행하면서 배운 것이다.
메일은 두 가지 종류인데, 먼저 원고료를 제안하는 경우와 책 협찬만 하겠다는 경우이다.
이쯤 되니 참... 옛날이 생각난다. 불과 2년 전인데... 나 참 많이 컸구나 싶다.
그땐 메일이 왔다는 것만으로도 뭐라도 된 것 같았는데, 책만 준다 해도 너무 좋았더랬는데..
지금은 사실 고료가 없는 협업은 하지 않는다.
개구리 올챙이 적을 생각 못하는 것이 아니다.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는 그 시간 동안 내가 한 노력과 투자에 대한 가치보상은 받을만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책을 홍보하고 싶어서 나에게 책을 주는 것이고, 그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시간을 제외해선 안된다.
그리고 서평도 서평 나름이다. 나는 서평에 온 정성을 쏟는다. 요즘은 지피티로도 많이 쓴다던데 나는 그럴 수 없다. 양심이 있지. 직접 읽고 진솔하게 긴 글을 쓴다.
그 시간이 만만치 않다. 어떤 책은 서평을 쓰다가도 다시 생각하게 되어 빠르게 재독을 하기도 한다.
어떤 책은 독서노트에 남기고 싶어 노트기록까지 끝낸 후에 서평을 쓴다.
그래서인지 이제 나를 찾아주는 단골출판사도 생겼다. 신간이 나올 때마다 나에게 먼저 연락을 주고, 내가 어느 정도의 고료를 받는지 알고 있는 단골이기에 우리의 주고받는 메일은 순간이고 내용도 짧다.
그 2년 사이에 고료도 많이 올랐다. 나의 첫 고료가 3만 원이었던 걸 생각하면 지금은 용 된 거지 ㅎㅎㅎ
경제나 IT 쪽은 고료 단가가 높다. 그러나 출판 쪽 사정은 열악하다. 삥 뜯듯이 과한 고료를 부르지 않는다.
나는 내 고료를 인상하기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 열심히 블로그를 키운다.
내가 홍보하는 책에 진짜 도움이 되었으면 하기 때문이고, 출판사가 잘 돌아가야 나도 먹고 살 테니까.
자만하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한다. 이 정도도 과분하다고 생각하며 충실하려 애쓴다.
가끔은 고료를 더 많이 불러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러지 않기로 한다.
그저 꾸준히 오래 나를 찾아주는 출판사들이 많아지는 게 장기적으로는 더 좋은 거니까.
오늘도 협업을 수락한 건이 한 건 있다.
내 고료 중 가장 역대급이었다.
글 한편에 30을 받아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50만 원짜리 글을 써주면 된다고 결론 내렸다.
50만 원짜리 글은 어떤 글이어야 할까?
고민해 본다.
예전엔 무척 특별했던 하루를 만들어 준 메일들이 지금은 보통의 하루를 만들어준다.
그게 일상이니까. 하지만 보통의 하루가 특별하지 않은 건 아니다.
보편적으로 일이 계속된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거니까.
너무너무 감사할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