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거라도 나눌 수 있는 행복
독서모임을 운영한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독서모임에 참여해 본 적도 없었던 내가 무턱대고 운영부터 한 것이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다. 하지만 전혀 몰랐기 때문에 정말 모르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 또 난 열심히 공부했다.
독서모임이라면 메인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이 모여서 할 수 있는 거라곤 책 이야기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던 초보 시절. 내가 할 수 있는 건 멤버들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뿐이었다.
내가 운영을 하기 시작면서 그제야 독서모임이라는 곳에 참여해 본 조금은 이상한 상황 ㅎㅎ
나쁘게 말하면 염탐이고, 좋게 말하면 벤치마킹이 목적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운영하는지 궁금했고, 그걸 배우려고 했었는데 사실 매번 실망하고 돌아섰다.
너무도 단순해서, 지극히 평범해서 식상한데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모여있었던 것이 신기했다.
여기저기 기웃대지 말고 나만의 철학으로 나의 독서모임을 지속하자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매번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성장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하나라도 더 멤버들이 가져갈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독서노트를 쓰면서 생각난 아이디어들을 접목시켜 보았고, 지속 가능한 것들과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들을 모두 기록했다. 그리고 지속적인 것에서 하나씩 하나씩 뭐라도 더해서 깊이 있는 독서를 할 수 있도록 노력했고, 그 노력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처음엔 멤버모집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노트와 펜을 선물처럼 보냈다. 독서모임 신청비를 생각하면 노트와 펜을 사고 택배비를 제하면 남는 것도 없는 장사다. 누구는 한 달에 10만 원짜리 독서모임을 운영한다는데 도대체 어떻게 운영을 하면 월회비가 10만 원일 수 있나 싶다. 그 모임을 벤치마킹하러 가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이 바닥도 사실 믿을 수 없는 건 매한가지다.
대개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독서초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들에게는 작은 것 하나라도 알려주면 신청비를 훅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운영자들을 보았기에 10만 원이라는 신청비에 왠지 믿음이라기보다는 음... 뭐랄까.. 아무튼 썩 내키지 않았다. (그분을 나쁘게 말하려 하는 것은 절대 아님을 밝혀둔다) 내가 알지 못하는 비밀무기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저 내 생각엔 독서모임이라는 것은 같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사고가 확장되고, 진정으로 책 친구가 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신청비 10만 원은 과하다는 느낌일 뿐.
아무튼 나는 기껏해야 3만 원, 4만 원을 신청비로 받고 있고 2년째 변동이 없다. 그보다 더 받을 수 있을 뭔가가 없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내 독모에 오신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처럼 독서모임 운영하는 사람도 없다고 했다.
정말 "웬디님 독모에서 처음 알게 된 방법이에요"라는 말을 많은 이들이 하는 걸 보면 '제가 쫌 해요' 하며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도 한다.
매월 모집이 잘 되는 것도 아니다. 사실 내 독서모임은 힘들기 때문이다. 빡시게 독서하지 않으면 남는 건 그저 책 한 권 완독 했다는 기억뿐이다. 나는 내 독서모임에 오는 멤버들이 그런 기억만 가지고 돌아가는 게 싫다.
그래서 빡시게 하는데 그래서 모집이 잘 안 될 때가 더 많다.
사실 독서모임으로 수익을 내려는 데에만 집중한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라 알지만 안 하는 것이다.
일단 나는 돈보다 찐 책친구가 그립기 때문이고, 그들과 책 이야기 나누는 게 돈 보다 더 좋기 때문이다. 돈은 꼭 독서모임을 통해서만 벌 수 있는 게 아니다.
한 때는 돈 생각을 먼저 했던 적도 있다. 아무리 요령을 피워가며 머리를 써가며 모집을 해도, 내가 돈 생각을 먼저 하고 있으면 내 모집글에서 돈 냄새가 풍긴다는 것을 알았다. 그럴수록 모집은 더 안되더라.
마음을 편하게 가지다 보니 '내가 그들에게서 무엇을 얻어낼까' 보다 '내가 그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신청자들에게 시크릿박스를 선물로 발송한다.
거기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다 들어있다. 물론 받는 이들 중 누군가에게는 그다지 반가운 선물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래도 책 읽는 사람은 쓰는 활동과 따로 떼어놓을 수 없지 않은가? 내 생각은 그렇다.
시크릿 박스 안에는 필사할 때 쓸 노트와 펜, 노트를 예쁘게 꾸미면서 쓰면 더 자주 쓰게 되니까 스티커도 넣고, 책 읽으면서 쓸 형광펜과 플래그 포스트잇, 자석 책갈피, 미니 달력, 등등 매번 뭘 더 줘야 할까, 내가 독서할 때 뭐가 좋았더라? 생각하며 하나씩 하나씩 챙겨 넣는다.
선물 보낼 재료들을 따로 모아두고 하나씩 세팅해 가는 재미. 노트를 한 번에 대량구매하고, 멤버들에게 나눠 줄 스티커 쇼핑을 하는 일. 이것이 언젠가부터 나에겐 지극히 일상이 되었다.
노트도 처음엔 단가가 저렴하고 얇은 노트로 선택했다가 내가 이 노트를 받는다면? 하고 생각하니 영 별로였다, 그래서 지금은 제법 도톰하고 커버도 잘 갖추어진, 단가는 조금 있어도 받으면 쓰고 싶어지는 노트로 바꿨다.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은 사실 돈을 생각하면 완전히 비효율적, 비생산적이다.
독서모임을 위해 줌도 월간 결제를 하고, 노트와 꾸러미를 위해 제품들을 사재기해둬야 하고, 워크지에 해설텍스트까지 PDF로 만들고, 거기다 인증을 완료하면 스벅커피쿠폰도 쏜다.
시간과 돈과 노력이 모두 투자가 되어야만 하는 독서모임이지만, 나는 이렇게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
독서모임은 토론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많은 인원은 모집도 못한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실 줌 토론없이 단톡방에만 와글와글 모여있는 독모도 많다. 그들은 왜 독서모임을 할까? 싶다.
대개 토론은 소모임일 때 빛을 발하므로 나는 10명 내외로 모집을 하고, 무료모임도 2개를 운영한다.
무료도 유료처럼 운영하고 '들어왔으면 이제 각자 알아서 읽어라' 하는 식으로 방관하지도 않는다. 자주 들여다보고 수시로 미션을 준다. (쓰고보니 나 잘났다하는 것 같지만, 그저 내 철학을 이야기하는 것이니 기꺼운 마음으로 읽어주시길)
어느덧 단골 멤버도 있고 1년이 넘도록 함께 하는 멤버들도 있다.
그들도 나를 잘 만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나야말로 그들을 잘 만난 것이라고. 정말 나는 행운아라고 말하고 싶다. 언제나 든든한 친구들. 이 글을 빌어 고마움을 전한다.
오늘도 택배가 도착했다. 미리 주문했던 노트들이 왔다. 깨끗하게 닦아서 내 보물가방 안에 넣어두고, 다음 달 모집되는 뉴멤버들에게 뽀로롱~ 선물상자를 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