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또 보는 내 인생 영화

줄리 앤 줄리아

by 그레이스웬디
Bon appétit!


보나베띠~!! (맛있게 드세요, 잘 먹겠습니다)

이제는 식당 이름에도 많이 쓰이는 프랑스 말이다. 보나베띠를 외치는 줄리아가 있다.


영화라면 로코만 보던 시절이 있었다, 노팅힐,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 브리짓 존스의 일기, 프리티 우먼, 러브 액츄얼리 , 당신이 잠든 사이에.... 등등.

줄리아 로버츠를 좋아했고, 휴 그랜트를 좋아했다.

영화보다는 책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그렇게 영화를 자주 보진 않았다. 그러다가 내가 쓰는 그릇이 나온다고 소문이 자자했던 < 리틀 포레스트>가 개봉을 해서 친구랑 둘이 극장에 가서 보았다.

로코가 아니었지만 너무도 좋았던 영화다. 서정적이고 잔잔한 요리 영화였다. 그 영화가 좋아서 일본판도 보고 요리 영화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내 인생 영화를 만났다. <줄리 앤 줄리아>.

메릴 스트립이 주연인 영화다. 매우 뛰어난 배우지만 줄리아 로버츠처럼 예쁘지 않아서 그리 좋아하진 않았다. 맘마미아에서 보고 메릴 스트립의 매력에 빠지긴 했지만 메릴 스트립은 줄리 앤 줄리아에서 더 매력적이었다.


IMG_9440.jpg
IMG_9439.jpg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1940년대의 줄리아와 2000년대의 줄리를 교차하며 보여준다.

줄리아는 미국의 요리 연구가이자 1960~70년대 미국에 프랑스 요리를 소개해 대중화를 시킨 전설의 프렌치 셰프이다. 영어로 된 프랑스 요리책이 없다고 생각한 줄리아는 자신의 레시피북을 출간한다.


1940년대 줄리아는 발령이 난 남편을 따라 프랑스로 가게 된다. 낯선 땅에서 나는 무얼 하면 좋을까?를 고민하던 줄리아는 자신이 먹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맛있게 먹기 위해 요리를 배우기로 한다. 르꼬르동 블루 요리학교에 입학을 하고 고군분투하며 요리를 배운다. 남자들밖에 없었던 르꼬르동에서 줄리아는 타박을 받아도 언제나 긍정적이다.


2000년대 줄리는 줄리아를 동경하는 30대의 직장인이다. 그녀는 뉴욕에 살면서 전화 상담원으로서의 스트레스와 점점 성공을 하는 친구들과의 간극에 괴로워하던 중 남편의 권유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다. 작가가 꿈이었던 줄리는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글쓰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줄여갈 수 있다는 남편의 말을 듣고 블로그에 무엇을 올릴까 고민을 하다가 줄리아의 요리를 선택했다. 1년 365일 동안 524개의 요리에 도전하기로 한다. 매일 줄리아의 요리책을 보며 역시 고군분투하는 줄리가 참 귀여웠다.


이 영화에서 나는 뵈프 부르기뇽을 알게 되었다. 정성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요리라서 초반에 나오지 않는다. 어느 정도 요리를 해본 후에 줄리는 뵈프 브루기뇽에 도전했는데, 꼬박 이틀에 걸쳐 만든 브루기뇽이 오븐에서 오버 쿡 됐을 때의 그 실망감이란 요리를 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성공하면 우리나라 갈비찜보다 훨씬 풍미가 깊고 고급스러운 맛을 느낄 수 있어 나는 갈비찜보다 뵈프 부르기뇽을 더 선호한다.


줄리는 블로그를 시작하고 "읽는 사람이 없어, 허공에 대고 말하는 거 같아" 하며 남편에게 푸념을 하기도 하고, "할 것도 많은데 쓸데없는 짓 그만두라"는 엄마의 잔소리도 듣지만 꾸준히 매일 글을 쓰면서 점차 이웃들이 늘어나고 결국엔 파워블로그가 되어 기사도 난다.


스크린샷 2022-09-28 오전 6.06.56.png



프랑스에서 요리에 도전하는 줄리아와 뉴욕에서 줄리아의 요리와 블로그에 도전하는 줄리. 그녀들은 모두 자신의 삶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소리에 따라 고난과 역경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나갔다.

뭔가 뒤집을 때는 주저 말고 확 뒤집으세요. 특히 무른 반죽일 경우엔 실패 확률이 높죠. 방금 뒤집을 땐 용기가 부족했어요. 과감하질 못했죠. 떨어진 건 다시 붙이세요. 보는 사람도 없는데 알 게 뭐예요?


그래, 무언가를 뒤집을 땐 확 뒤집어야 한다. 인생도 요리 같다고 느꼈던 줄리아의 대사이다. 과감하지 못하고 주뼛주뼛 접촉사고도 더 잘난다.

요리 안에도 희로애락이 있다. 우리 삶과 비슷하다. 싱거우면 소금 간을 하면 되고, 재료가 없으면 대체 재료를 쓰기도 하며,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야 하는 요리도 있고, 하나의 요리를 완성했을 때의 뿌듯함과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고, 내가 한 요리를 누군가 맛있게 먹어줄 때 힘이 나는 것처럼.


완벽하지 않아도 돼요. 사과하지 마세요. 핑계도 변명도 하지 마세요.
-줄리아 차일드


요리를 잘하지 못해도 먹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 식욕이 막 솟구친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생크림을 휩하고 싶어 진다.

언제 봐도 눈도 마음도 너무 즐거운 영화. 아마 5번 이상은 본 듯싶다.

리틀 포레스트 너무 좋아해서 3번은 봤는데 줄리아의 연기를 하는 메릴 스트립의 그 기운이 훨씬 좋아서 나는 줄리앤 줄리아 더 자주 본다.


Bon appétit!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가 그리는 나의 10년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