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나치지 않게
Ma non tanto
'그러나 지나치지 아니하게'
마논 탄토는 이탈리아어이자 음악 용어이다.
2005년 가수 이 은미 님의 앨범 제목으로부터 알게 된 이 용어의 뜻이 나에게 너무 시의적절하게 다가왔다.
워낙 이 은미 님의 노래와 목소리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이 음악 용어와 그녀의 감성이 너무도 잘 어울려서 빠져버리게 되었다. 그 후로 나도 이 말이 참 좋아서 나의 인생 모토로 삼기로 작정을 한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라니.. 세상에 이렇게 멋진 표현이 또 있을까 싶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딱 내 마음에 스파크가 일었다.
지나치지 않게 라는 말 앞에 '그러나'가 붙음으로써 무조건 제한적이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더 멋진 말이 되었다. 절제된 의미. 자유와 방종 그 사이 어느 지점에 나 스스로 자제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 말은 인생에 있어 대부분의 일에 다 해당이 되기도 한다.
술을 마시되 지나치지 않게 마시고, 향유에 빠지되 지나치지 않게, 식욕도, 물욕도, 말도, 행동도, 관계도...
모든 거리두기에 꼭 필요한 말이다.
언제나 거리를 두지 못해서, 그 적당한 거리를 가늠하지 못해서 상처를 입거나 입히거나, 관계가 틀어지거나, 건강을 해치거나 하는 일들이 많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기에 결코 쉽지만은 않다.
쉽지 않으므로 내 인생의 모토로 삼고 자주 들여다보며 다시 한번 각인시키고, 언제나 잊힐 때쯤이면 노트에 끄적여보기도 하는 말이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옛말을 뒷받침해주는 말 같기도 하다.
나는 언제나 델마와 루이스 같은 친구를 갈망했다. 각자 결혼을 한 시기와 아이를 낳은 시기가 달라지면서 뿔뿔이 흩어진 학창 시절의 베프들은 점점 남보다 못한 사이가 돼가고 있다고 생각할 때부터...
친구들 사이에서 결혼이 가장 늦었던 내 입장에선 충분히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난 나를 변명한다.
내가 '마 논 탄토'를 내 인생 모토로 삼은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관계로부터 자유롭고 싶어서였다.
엔프제인 나는 사람을 만나면 쉽게 빠지기도 했고, 한 번 빠지면 그 인연에 대해 책임을 지려했다.
나보다 친구를 먼저 생각했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못 되어도 줄 수 있는 최대한을 주는 것을 좋아했다. 받는 것보다 주는 편이 더 좋았다. 그냥 주는 게 좋아서 줬으니 기브 앤 테이크를 생각하면 안 되었다.
하지만 엔프제이기 전에 나도 사람인지라, 어느 정도의 양이 찼다고 생각하면 너와 나의 질량에 대해 비교를 해보곤 했고 그때마다 언제나 실망했다.
꼭 주었다고 그것만큼 받겠다는 마음은 애초에 없다. 하지만 너무 많이 차이가 나면 순간, 나는 순수한 마음을 잃어버리기 마련이었다. 달라고 해서 준 것도 아니고, 내가 주고 싶어 주었으면 그걸로 되었다 하다가도, 지나치는 내 마음에 더 지나치게 스스로 상처를 받는 나를 보면서 모든 문제는 나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지나치니까 생기는 문제들. 상대에게 너무나도 지나치게 틈을 보여주니 생기는 문제들. 고마움이 당연함으로 변하게 만드는 나의 지나친 호의들. 마음이 너무 지나치게 달려가서 헉헉거리는 숨 가쁨. 순진하다 못해 순정적이었던 나의 우정들에 대해 "아~~ 아무리 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지만 정말 나랑 반만큼이라도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이런 순수하지 못한 생각들이 들기 시작했다.
자만인지 오만인지 모든 기준의 잣대가 왜 나였는지.. 내가 그렇게 괜찮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는데, 모든 비교의 기준점이 내가 되었다. 그리고는 나의 지나침을 알아채지 못하고, 그에 반하는 사람들을 결국엔 쳐내기까지 하는 우스꽝스러움을 보이고, 혼자 동굴 속으로 들어가곤 했다.
누가 알아준다고. 누가 알기는 할까? 하지만 절대로 집착은 아니었다. 그저 우월감이었다.
우월감은 곧 열등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객관적으로 파보아도 그들에게 열등을 느낄 수는 없었다.
이래도 저래도 그것은 우월감이었다. 어쩌면 그들의 열등감을 염두에 두지 않고, 나의 우월감만을 앞세웠는지도 모른다. 그 모든 것들이 지나쳤기 때문이다.
나는 친구를 만난다.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 만난다. 이제는 모든 것에 '지나치지 않게'를 붙인다.
그랬더니 우월감이고 열등감이고 뭐고 없다. 그럴 필요도 없고 그런 걸 느낄 새도 없다. 지나치지 않으니 오히려 점점 더 깊어진다. 우정이라는 이름 앞에서 언제나 지나쳤던 지난날들이 무색해진다.
한 줄 요약: 그러므로 인생은 "마 논 탄토"로 살아야 한다. 우아하게~ 피아노 선율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