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
글감을 생각하며 일단 브런치에 들어왔다.
하지만 깜빡이는 커서를 바라볼 수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인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멋진 문장으로 잘 쓰고 싶어서? 처음엔 그랬다. 지금은 그럴 생각도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가 어렵다.
<여기까지가 새벽에 쓴 내용이다. 결국은 끝까지 쓰지 못하고 노트북을 닫았었다.>
하루 종일 무얼 했는고 하니, 오늘은 유난히 빈둥대고 싶은 날이었다.
매일 스스로 그렇게 빡빡하게 굴지 말자고 회유를 하곤 하지만, 그래도 종일 빈둥대 본 적은 없었다.
어쩐 일로 타임을 놓쳤더니 블로그 포스팅도 하나 못했고, 그래서 하기 싫어졌고, 오늘 읽을 분량의 책도 단 한 페이지를 못 읽었다. 그리고 나는 하루 종일 <뭉찬2>를 다시 보기 했다.
이래서 영상은 보기 시작하면 안된다.
마침 집에 TV가 고장이 났다. 아무래도 스크린 자체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셋탑박스의 문제인 것 같지만, 나는 as 신청을 하지 않았다. 고장 났으니 차라리 잘 되었다 싶었다.
눈만 뜨면 tv부터 트는 남편과 늘 실랑이를 벌이는 것에 지쳐가고 있을 때였는데, 이게 웬 떡인가.
이대로 TV를 고치지 않을 생각이다.
그래 놓고!!! 나는 오늘 하루 종일 노트북으로 <뭉찬>을 봤다.
TV가 고장 나도 사실 나는 하나 아쉬울 것이 없다. 마음만 먹으면 모두 나가고 나만 있는 낮 시간 동안 노트북으로 볼라치면 충분히 볼 수 있으니까. 물론 화면 크기가 아쉽긴 하지만.
애먼 남편만 억울한 셈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참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양심 상 나도 노트북으로 TV를 보면 안 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오늘은 그 양심을 버리고 진짜 실컷 하루 종일 봤다.
가끔씩 이런 슬럼프 비스름한 것들은 한꺼번에 찾아온다. 귀차니즘부터 시작해서 권태로움, 게으름, 의욕상실 등등.. 왜 이런 것들이 찾아오는고 유심히 살펴보면 지루한 일상이다. 너무 서정적인 일상, 액티비티가 없는 일상에 익숙해지곤 할 때 한번씩 찾아오곤 했다.
그런 슬럼프들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나는, 글쓰기를 했었다. 그런데 이제 글쓰기 조차도 슬럼프가 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을 찾아야 할까.
이럴 땐 일단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한다.
요즘처럼 날씨마저 도와줄 때는 더더욱 밖으로 나가야 한다. 여행을 갈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슬럼프가 올 때마다 여행을 갈 순 없는 노릇이니 일상에서부터 극복해야 한다.
걷는 게 사람을 얼마나 파이팅 넘치게 해 주는지를 나는 잘 알고 있다. 걷기는 우울증의 치료방법으로도 많이 쓰인다고 했다. 번아웃 심리학 책에서도 보면 처방으로 걷기와 운동을 추천해주시는 의사분들이 많았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하정우 님의 <걷는 사람>에서도 걷기 예찬은 정점을 찍어준다.
"몸이 무거운 것이 아니라 생각이 무거운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조금씩 달래고 설득해 일단 누운 자리 밖으로 끌어낸다"
이 말이 귀차니즘을 가장 잘 해결해줄 방법이 되곤 한다. 나 자신에게 '해야만 한다'는 압박 대신 그저 한 발자국만 떼어보자고. 일단 운동화부터 신어보자고 나를 설득시키는 일. 그것이면 충분하다.
그렇게 나를 잘 설득해서 운동화 신기까지만 해내면 그다음 수순은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밖으로 나가면 좋은 날씨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여유를 가지고 걷다 보면 평소에 눈에 띄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걷거나 뛰기에 너무 좋은 길을 만나 조금만 더 열심을 내면 땀을 흘릴 수도 있다.
그렇게 걸으면서 하정우처럼 점심메뉴를 생각하기도 하고, 허기짐에 집에 들어와서는 맛있는 한 끼를 할 수도 있다.
몸에 활력이 생기면 귀차니즘은 사라진다. 이미 내 몸이 움직이는 것에 적응이 끝난 상태므로 다시 침대 속으로 들어가거나 축 쳐지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인간이란 간사해서 금방 나태해지기 마련이다. 더 이상 걷지 않아도 될 것 같은 편안함에 적응했다가, 너무 편하다고 지루해한다. 그럴 때는 어김없이 다시 걷기에 손을 내민다. 아쉬울 때만 전화를 해서 돈을 빌려달라는 낯짝 두꺼운 지인처럼 말이다.
하지만 걷기는 나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니 남에게 피해가 되진 않는다. 걷기라는 것 자체가 어떤 인격체라면 나는 여지없이 염치없는 인간일 테지만 걷기는 고맙게도 그저 내 발이 하는 일이다.
그러니까 사실은 나 스스로를 설득해서 걷기를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나 자신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오늘도 귀차니즘을 물리치고 걸으려는 마음을 가진 나에게. 그렇게 스스로 설득당해서 한바탕 걷고 온 나에게, 귀차니즘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나에게 모두 감사할 일이다.
한 줄 요약 : 그러니 일단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