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am i to you
Norah Jones.
아니 그녀보다 그녀의 음악을 좋아한다. 그녀의 음악은 글쓰기처럼 엉덩이의 힘에서 탄생한 거니까.
노라 존스 외에도 많은 가수들의 jazz를 좋아한다. 나는 신나는 음악보다 발라드나 재즈를 더 좋아한다.
중학교 때 카세트로 녹음을 하며 듣던 그 시절, 이선희와 이문세와 이승철을 좋아했고 빌리 조엘을 좋아했지만 빌리 홀리데이의 깊은 음색이 재즈의 시작이었다. Blue moon, i'm a fool to want you, strange fruit. 아~~ 언제 들어도 언제나 좋은 노래들이다.
밝은 노래보다 슬픔이 섞인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내 안에 우울이 있는 것일까 나는 슬픈 사람인 걸까?
학창 시절부터 단 한 번도 내성적이며 슬퍼 보인다는 얘길 들은 적이 없다. 언제나 활발했고 재밌었으며 분위기 메이커에 외향적이라 주변엔 늘 사람들이 많았는데 내 음악적 취향이나 독서 취미 같은 걸 알고는 놀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보기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전혀 예상 못했다는 사람도 있었고 또한 전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그들 눈에 보인 나와 어울림이라는 것은 밝고 신나는 음악이며, 서정적인 것보다는 활동적인 것을 즐기고, 책을 읽는 것보단 당구를 치는 게 맞았다. (남사친들과 포켓볼을 치러 당구장을 꽤 다녔다)
그런데 나는 워낙에 서정적인 사람이었던 것이다. 책 때문인 것 같지는 않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비가 오는 게 좋았고 센티해졌으며 언제나 혼자 있을 때 즐겨 듣는 음악들은 재즈 발라드였다.
차분해지고 조용해지고 생각이 많아지고 쓸쓸하기도 하지만 편안해졌다. 어쩌면 쓸쓸함을 즐긴 것도 같다.
풍요 속 빈곤이라는 말처럼 너무 많은 친구들 사이에서 언제나 잡혀있는 약속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체 했던 날들이.. 그것이 쓸쓸해져서 자꾸만 재즈 속으로 들어간 건 아닐까
언제나 나보다 남을 챙기느라 텅 비어가던 내 마음을 재즈로 채운건 아닐까
그렇듯 조용한 혼자만의 시간이 그리워서 만들어내곤 한 건 아닐까
빌리 홀리데이는 음색만큼이나 삶이 깊고 슬퍼서 나는 노라 존스를 더 좋아한다.
무엇보다 그녀의 열정 때문에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재즈 피아노를 전공하던 대학생활을 휴학하고 경험을 얻기 위해 클럽과 포크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많은 자작곡의 필요성을 느끼고 본격적인 글을 쓰기 시작했고, 프로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 많은 도전을 하며 만반의 준비를 한 끝에 단 한곡으로 세계에 자신을 알린 그 열정 때문에.
준비된 그녀의 첫 앨범 Don’t know why를 듣고 나는 단번에 빠져버렸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고 동경했던 가수이기도 하고., 어쩌면 그녀처럼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삶 자체에서 대리만족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나처럼 빌리 홀리데이를 좋아했다는 노라 존스.
157cm의 자그마한 몸에서 어쩜 그렇게 진한 보이스가 나올까 싶었다. 노라 존스의 음악은 추억 한아름 갖고 있기도 하다.
허스키한 목소리로 부르는 what am i to you.
언젠가 짝사랑도 아닌데 나쁜 남자여서 늘 애를 태우던 그 남자에게 이 노래를 얼마나 들려주었던가. 피식 웃음이 난다.
우리나라 재즈 가수로는 웅산을 제일 좋아한다. 어쩜 그런 목소리인지… 나는 허스키한 보이스의 여자 가수들을 좋아한다. yesterday 나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을 리메이크한 곡을 들어보라.
재즈는 정말 매력 있는 장르이다.
슬픈 음악을 들으면 슬퍼진다는 말은 나에겐 안 맞는 것 같다.
난 슬플 때 슬픈 음악을 들으면 오히려 기분이 나아진다. 내 슬픔을 고스란히 그 노래가 다 가져가는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가장 많이 즐거웠고 가장 많이 슬펐던 때는 20대였다. 그때 나는 재즈로부터 충분히 위로받으며 살았다. 지금은 그렇게 슬플 일도 없고 그저 그런 따분한 일상들이라 음악도 잘 안 듣고 있다. 내 감성을 끌어올려줄 음악 한 소절 들어야겠다.
창 밖으로 떨어지는 빗소리와 노라 존스나 웅산의 목소리는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빌리 홀리데이는 말해 뭐할까.
그때 맛있는 와인 한잔 곁들이면 시간이 멈추길 바랄지도 모르겠다.
내 삶에 함께 있는 그녀들이 있어 참 감사하고 행복하다. 이제는 울지도 물지도 않을 딱 적당한 시간들을 함께 하고 싶다.
내가 추천하는 재즈 플레이 리스트이다.
Billie Holiday -For all we know.
- but beautiful
Sarah Vaughan - Misty
- someone to watch over me.
-a foggy day
Norah Jones - New York city
- Carry on
-What am i to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