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내지 않기! 약속해

새끼손가락 고리 걸고 꼭꼭 약속해

by 그레이스웬디


나와의 약속.
그 많고 많은 약속들을 통틀어 가장 적확한 말,
욕심내지 않기다아? 꼭 약속할게. 욕심내지 않기로.



나는 약속을 잘한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노력하는 축에 속한다.

타인과의 약속은 당연지사 절대불변인데 반면 나와의 약속은 쉽게 미루기 일쑤다. 그러나 미룰지언정 어기지는 않는다. 시간이 딜레이가 될 뿐이다.


하고많은 약속 중에 최근 2년째. 그러니까 내가 학부형이 되면서 새로 리셋한 약속 3가지가 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 3가지는 지키는 날까지, 아마도 길게 보면 앞으로 12년까지 꾸준히 지켜야 할 약속이다.

3가지 중에 하나는 12년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고, 가장 최단시간 내에 지켜야 할 약속도 하나 있다.



첫 번째 약속- 영어공부.

영어는 그저 막연하게 하면 좋겠고, 안 해도 못해도 EFL 환경에서 살아가는데 그다지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는 정도가 다였는데, 그런 내가 아이가 5살 때부터 엄마표 영어를 하고 있다.

내 아이만큼은 영어를 어렵지 않게 생각했으면 했고, 영어를 learn 하는데 너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를 바라던 중 알게 된 엄마표 영어였는데, 무식이 용감하다고 현금으로 600만 원의 원서를 풀 패키지로 사고는 으쌰 으쌰 하며 덤벼들었다.(할부를 해버리면 다달이 나가는 돈 때문에 자꾸만 영어책 산 돈이 아깝다고 느끼면서 닦달하게 될 나 자신을 염려한 까닭이었다. 돈 아깝지 않으려면 더 봐야 해, 아~어제 못 봤네 이런이런~~ 이럴 내가 뻔했다. 한방에 사버리니 돈 생각은 1도 안 하게 되는 장점이 있었다.)


5살 6살 엄마표 영어라고 해봐야 뭐 특별한 게 없다. 하루 종일 음원 틀어주고 매일 밤 그림책을 원서로 읽어주고 그림책 보며 이야기하면 되는 거더라.

7살 후반부터 초등 준비를 하면서는 그래도 5살 때부터 했다고 점점 레벨이 올라가고, 그림책에서도 모르는 단어가 수두룩 빽빽하니 더 이상 못 알아듣는 애기 취급을 하며 대애충 읽어주고, 그림을 보며 짧은 단어를 읊어주는 것으로 때울 수가 없게 되었다.

내가 먼저 그림책을 보며 내용도 파악하고 모르는 단어도 공부를 한 후 아이에게 보여줘야만 하는 상황이 오다 보니 내가 본격적으로 영어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


아이가 6살부터 유튜브로 이것저것 강의를 들었는데, 이건 뭐 그때뿐이고 돌아서면 기억이 안 나니 이 방법은 틀린 것 같았다.

그러다 정착을 해도 될 법한 명강사를 만나 1년을 열심히 했다. 내 생전 영어가 재밌다고 느껴본 건 처음이었으니까.

그래서 지금 실력은 늘었냐? naver ㅋㅋㅋㅋㅋ

1년에 늘 실력이었으면 뭐가 문제랴 ㅎㅎ

아이가 1학년이 되고 리스닝만 2년 반을 해왔으니 이젠 리딩을 해야 할 때라고 해서 매일 함께 리딩북으로 공부하고 있는데 이게 내 수준에도 맞는다는 것이 웃프면서도 좋았다. 처음부터 무슨 책으로 시작해야 할지 헤매지 않아도 되고(집에 그림책부터 레벨 순으로 리딩책까지 1000권의 원서가 있으니까), 아이와 함께 배운다 생각하니 혼자 하는 것보다 무료하지도 않고 , 또 계속해나가야 하는 반강제성이 있으니 여러모로 도움이 되고 있다.

영어 이야기를 하자면 너무 길어질 듯 하니 영어 이야기는 따로 글을 써야겠다.

모든 일에 공통되는 마인드가 욕심을 버리기이다. 그건 영어에서도 당연히 해당되는 말이다.

1년 동안 욕심내서 정말 하루 2시간에서 4시간까지 매일 영어공부를 했지만 이 또한 글쓰기처럼 마라톤과 같은 거라서 초반에 힘을 다 써버린 셈이다.

그래서 욕심내지 말고 천천히 차근차근 롱런하기로 한 나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렇게 3년! 꾸준히 3년만 제대로 하면 프리토킹은 가능하다. 난 프리토킹이 목표니까.


두 번째 약속- 아이 교육관 12년

치맛바람. 난 절대 그런 바람 따위는 몰고 다니지 않겠다고 애초에 마음먹었다. 그리고 난 내가 그렇게 하고 있는 줄 알았다. 왜냐하면 유치원 때부터 주변에는 센터를 1~2개씩 다 다니고, 영유 다니는 애도 있거니와, 학습지 선생님이 오는 집이 많았다. 난 딱 유치원만 보냈고, 유치원에서 방과 후처럼 하는 영어 아카데미만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한 거라곤 매일 책 읽어주기와 엄마표로 영어랑 친해지기가 전부였는데, 내 아이 또래의 엄마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먼저 키워본 지인들과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보고 애가 초등학교 가면 장난 아닐 것 같다는 거였다. 왜에? 헐, 내가? 이러면서 다시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내가 정말 치맛바람 일으킬 학부형이 될 스타일인가? 그랬다. 하고도 남았다. 아이 6살에 웩슬러 검사를 받은 사람이 나였다. 팔랑귀 때문이었다. 6살까지는 그나마 괜찮았는데 입학을 앞두고는 또래 아이들이 지금 무얼 준비하고 있는지 눈에 불을 켜고 집중했고, 그럼 나도 해야지 하면서 상담받기를 여러 번. 그때마다 그런 나를 잡아준 게 또 책이었다.

내가 읽은 책들에서는 하나같은 소리를 낸다. 절대 선행학습을 시키지 마라. 초등 저학년엔 책 읽기와 글쓰기가 전부다. 하다못해 영어 부모 강의에서도 애들 달달 외우게 하는 학원 보내지 말고, 그냥 엄마가 잘 안 되는 영어로라도 책을 많이 읽어줘라. 그러면서 뇌의 반응과 발달, 다중지능에 대해 알게 되고 , 그 연결고리를 따라 하브루타까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상담하던 것들을 집어치우고 하브루타 공부를 시작했다.


나는 확고한 믿음이 있다. 책에 대한 믿음이다.

<크라센의 읽기 혁명>에서도 "독서는 외국어를 배우는 최상의 방법이 아닙니다. 그것은 유일한 방법입니다"라고 말한다. 책을 읽으면서 키우는 아이. 엄마표 영어를 하면서도 덜 집착하게 되는 이유이다.

아이가 고학년이 되고 점점 크면서 나는 더 팔랑댈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약속을 하기로 했다. 절대 나의 교육관에서 흔들리지 말자. 내 아이에게 맞는 교육을 시키자. 어쭙잖게 가랑이 찢어지는 일은 겪지 말자.

욕심내지 않으면 충분히 가능한 약속이다.


세 번째 약속- 글쓰기 ft 장기 프로젝트

글쓰기는 어릴 때부터 써 왔던 일기, 20년째 쓰는 독후감, 모닝 페이지 1년 쓴 시간을 빼면 제대로 시작한 건 한 달도 안 된 셈이다.

그간의 쓴 것도 글쓰기일 수 있지만, 플랫폼을 통해 남들도 보는 글쓰기를 말하는 것이다.

글쓰기는 장기 프로젝트다. 나를 치유하면서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연습도 되고, 그러다 보면 좋은 글도 써지리라 믿는다. 지금은 시작 레벨이라서 뭐 근사한 글을 쓸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의 글과 비교하지 않고, 오직 나에게 집중하는 글쓰기를 하기로 나와 약속했다.

그러다가도 가끔씩 브런치 인기글에 올랐다는 둥, 다음 메인에 올랐다는 둥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움찔움찔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하~~ 나는 글쓰기를 그만해야 하나? 하는 열등감이 생기기도 한다.

가끔은 귀 닫고 눈 닫고 싶을 때도 많을 만큼 요즘은 글을 잘 쓰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자꾸만 나 스스로 그들의 비교대상이 되어간다. 하지만 그것에서 자유롭고, 받아들이고, 흘러가는 구름을 보듯 흘려보내기를 하고 있다. 곧은 마음으로 내가 쓰는 글만 생각하기로..

장기 프로젝트라 약속을 깨는 게 가장 쉬운 유혹일 수 있지만, 그래서 더더욱 찐하게 약속을 해본다.

나의 페이스를 조절하며 완주하는 마라톤을 생각하며, 완주의 끝이 언제일지도 모르겠으나, 그 끝엔 분명 내가 원하는 것을 손에 들고 있으리라며.


나의 3가지 약속은 울지 말고 물기로 한 것들이다.

어쩌지 못해서 울고 있지 말고, 앙 물어서 내가 그 위에 서는 것. 욕심을 빼고 물기다.

이것이 앞으로 내가 살아갈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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