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포스팅을 할까?
푸드 스타일링 포스팅을 할 것이다.
흔히 요리 블로거들이 하는 요리 레시피 말고, 음식이 더 먹음직스럽게 보이도록 만드는 스타일링 레시피를 포스팅할 것이다.
요리 블로거를 생각한 적이 있다. 좋아하는 일이 분명 맞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요리 블로거를 하려면, 재료부터 조리과정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야 한다. 그것이 문제로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에 완성된 요리 사진을 올리는 것이 훨씬 편하다고 생각했다. 요리 블로거들 정말 존경스럽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누군가 블로그를 시작하고 싶다고 한다. 그것도 요리 블로그를. 그럼 나는 일일이 사진찍고, 계량하며 적는 것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잘 모르는 상태에서는 가장 만만해 보이는 것이 요리 블로그이다. 하지만 알고 나면 선뜻하겠다는 말이 안 나온다. 요리 블로그로 인플루언서가 되시는 분들은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다.
그들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우리는 쉽게 레시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다 거기서 거기라는 게 아쉬울 뿐이다.
거기서 거기가 될 수밖에 없다. 그건 일단 침묵하기로 한다.
모두 요리 블로그를 방문하는 목적은 레시피이다. 정말 음식을 할 줄 몰라서, 어쩔 수 없이라도 집에서 요리를 해야 할 때, 또는 식재료 손질법이나 보관법 등을 모를 때 요리 블로그는 매우 유용한 힘이 된다.
하지만 그런 기본적인 것에서 약간 벗어나면, 예쁘게 스타일링하는 법을 조금 더 쉽고 편안하게 포스팅하는 블로그를 찾기가 어려웠다. 모두들 푸드 스타일링을 눈여겨는 보되 실천하려 하지 않는다. 뭔가 귀찮고 성가셔 보이기 때문이다. 음식은 예쁘고 보기 좋은 것보다는 맛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조리법에만 관심이 있고, 맛있게 조리가 되었으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처럼 푸드 스타일링 블로그를 찾는 사람들이 많지가 않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블로그도 하려하지 않는다. 뭐 경우에 따라 조리법 포스팅보다 어렵다고 느껴질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몇 배로 더 맛있게, 혹은 내가 힘들게 한 요리의 노력이 배가되는 인정을 받으려면, 대충 접시에 올린 음식보다 포인트 하나라도 줘서 올려놓은 음식이 필요하다.
대놓고 생색을 낼 수 있다. 물론 아무도 나의 생색을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왜? 본인들 생각에도 생색낼 만하거든. 뭐 또 생색낼라고 스타일링을 하는 건 아니고!!
전문 푸드 스타일리스트들도 많다. 하지만 그들이 블로그에 본인들의 밥벌이 노하우를 알려줄 리 없다.
나는 푸드 스타일링을 배운 적이 없다. 그냥 이렇게 한번 해볼까? 데코로 이걸 사용해보면 어떨까? 하면서 혼자 소꿉놀이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감이라는 센스가 생겼다. 물론 학창 시절 미술을 배운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꼭 미술을 배우지 않아도 센스 있는 사람들이 있다. 패션 공부를 하지 않고도 옷을 너무 잘 차려입는 사람들처럼, 푸드 스타일링도 이것으로 밥 먹고 살 것 아니면 혼자 아무렇게나 막 해봐도 된다고 생각한다.
나의 처음도 그랬다. 물론 처음 스타일링이라고 해 본 것은 그릇 바꾸는 것이었지만, 그릇에 따라 같은 음식도 달라 보인다면 그것도 스타일링이다. 조리는 장비발, 음식은 그릇발, 사진발!!
내가 요리 블로거라면, 넘쳐나는 조리법을 나도 똑같이 포스팅하고 싶진 않다. 조리법으로 내 블로그로 유입하려면 피 터지는 싸움이 된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조리도구나 주방용품으로 어떤 요리를 하면 좋은지, 이런 요리에는 이런 식으로 스타일링을 해 보았다라든지, 이런 것을 올리면 보는 사람도 즐겁고, 관심 있던 사람에겐 완전 땡큐고, 관심 없어도 신기함에 호감을 갖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시선을 확 잡는 음식 사진. 이건 컬러감이다. 그리고 스타일링 분위기와 소품이다. 어렵지 않다.
새우 연근튀김을 완성하고 마지막에 레드페퍼홀과 갈릭후레이크를 뿌려주는 것만으로도 비포 애프터의 차이는 크다. 카나페를 만들 때 한 가지 컬러의 방울토마토를 사용하는 것보다 컬러 방울토마토를 사용하면 더욱 화려하고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와플파이에 슈가파우더를 디쉬에 뿌려놓는 것으로도 사진발은 기가 막히게 받는다. 이런 건 배우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해볼 생각을 안 하거나, 관심이 없다면 쉽고 흔한 것도 안 해지는 법이다. 그래서 자꾸 보라고 나는 매일 이런 소소한 꿀팁을 주는 스타일링 포스팅을 할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의 식탁이 다 예뻤으면 좋겠다.
특별한 음식이 아니어도 어떻게 스타일링을 하면 뭔가 특별해 보이게 만드는지 그런 이야기들로 공감하고 싶다. 초록초록 샐러드에 빨간 래디쉬나 노란 옥수수를 잘라 넣는 것도 샐러드를 더 예쁘게 만들어주는 것이고, 와인 안주로 즐기는 치즈 보드도 어떤 조합으로 세팅을 하면 더욱 고급져 보이는지, 그릇과 음식에 따라 테이블 매트며 커트러리, 하다못해 수저받침까지 선택하는 요령. 이런 것들을 포스팅하면 괜찮을 것 같단 말이지.
나는 기분에 따라, 요리에 따라 테이블보도 자주 바꾼다. 한 번 쓰고 바꿀 때도 있고, 귀찮아서 안 바꾼 채 오래 쓸 때는 매 식사마다 테이블 매트를 바꾼다. 작은 변화를 주는 것도 스타일링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무쇠 팬들도 소개하고, 냄비들도 소개하고.
아~~ 너무 재미있을 것 같은데... 나의 블로그는 이미 도서 블로그이다.
그렇다면 이건 브런치에 써야 하려나.
누군가는 나의 이 글을 보고 <내맘대로 푸드 스타일링> 이라는 주제로 블로그를 시작하셨으면 좋겠다.
어라? <내맘대로 푸드 스타일링> 요고 괜찮은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