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인플루언서가 쉽지 않다.
열정남 '뭉쳐야찬다 시즌2- 어쩌다벤저스 이동국 수석코치'
이 수석의 '이겨내 이겨내'와 조 코치의 '가야 돼 가야 돼'를 들을 때마다 힘이 솟는다.
열정이란 무엇인가. 참고 견디면서 이겨내는 것? 주저 말고 계속 앞으로 가야 되는 것?
둘 다 맞다고 생각한다. 열정이 없으면 이겨내지도, 가고 싶지도 않을 테니까.
열정은 곧 의지다.
나는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다. 하고 싶은 것이 많고, 많은 만큼 움직이고, 움직여서 해내고 마는 스타일이다.
막연하게 하고 싶다, 하고 싶다... 하면서 미루는 것도 물론 있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그런 것들은 나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일들이다.
우선순위 상위 3등까지는 막연하게 미루지만은 않는 그런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다.
신세계를 알게 되면 '아~~ 그런 게 있구나'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의 뇌는 '오호라~~ 그런 게 있어? 해봐야겠네' 이렇게 받아들인다.
시작을 하면 일단 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그게 욕심인지 열정인지 분간이 안될 때도 있다.
같은 일을 한다면 확실하게 남들보다는 잘하고 싶은 열정. 그것이 때로 나를 지치게 한다.
열등감일까, 우월감일까. 밀리는 게 너무 싫은데 밀릴 때는 갑자기 그 열정이 푹 하고 꺼져버린다. 정말 갑자기. 맥락도 없이. 뚝.
요즘 나만의 비교, 경쟁 중에서 나 혼자 열정 폭발하다가 푹! 하고 꺼져버리게 만든 게 있다.
바로 네이버 도서 인플루언서다. 내가 그들의 마음을 알지 못하겠으나, 내 생각에 그들은 분명 제대로 보지 않는다(여기서 그들이란 네이버 인플루언서 심사자들).라고 생각하고 지낸 지 4달 정도다.
아니, 나처럼 매일 포스팅을 열심히 하고, 책 소개며, 필사며 꾸준히 내 블로그 콘셉트에 맞는 문학 쪽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포스팅을 하는데 내가 떨어진다고? 나는 이웃 수도 많은데?
도대체 뭐가 문젠지 모르겠는 채로 네이버 도서 인플루언서에 지원했다가 5번이나 미끄러졌다.
도서 인플루언서가 나를 대박 나게 해 줄 건 아니다만, 그것은 왠지 내가 점령해야 할 촐라체 같은 것이었다.
나름 블로그에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데, 도서 인플루언서 타이틀은 따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뭔가 도전할 게 있다는 것 자체로도 너무 신나서 시작한 도전인데 5번이나 미끄러지다니..
심지어 내가 강의를 해 주었던 수강생도 도서 인플루언서가 되었는데, 정작 나는 왜 안되나 싶은 게 오기가 생기고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알게 된 사실. 내 주제는 <문학, 책>인데 책 카테고리 주제가 <요리>로 되어 있다.
헐, 뜨악, 이게 머선... 남들 다 가르쳐주면서... 정말 중이 제 머리를 못 깎았다.
창피함, 자괴감. 이 멍청스러움. 이 조급함. 한동안 느껴보지 못한 감정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어왔다.
아~~~ 진짜 할 말이라고는 바보다 바보. 이것밖에는.
그래도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라서 "그래, 이제 해결책을 알았으니 너무 잘됐다" 고 생각했다.
그리고 바로 카테고리 주제를 다시 <문학, 책>으로 바꾸고 재지원을 했다.
많은 지인들이나, 블로그 이웃분들, 여러 모임의 멤버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은
"웬디님이 안되면 누가 돼요." "분명히 될 겁니다."
그렇게 4~5일 결과를 기다리는 마음이 마치 대단한 자격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메일이 왔다. "안타깝게도 머시 어쩌고 저쩌고..." 또 탈락이다.
와~~~ 뭐지? 주제가 맞지 않는다는 메일이 도대체 무슨 뜻이지? 주제 설정도 제대로 해놨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도서 인플루언서가 안 되는 이유도 내 과한 열정 때문인 듯싶다. 나는 아이랑 그림책 하브루타 하는 것도, 엄마표 영어를 하는 것도, 가끔은 요리 레시피도 죄다 포스팅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푹 꺼지는 거지.
나는 그랬다. 도서 인플루언서들이 하루 한 권씩 책 리뷰를 하는 걸 보면서 '저들은 대체 뭐하는 사람들인데 매일 책리뷰를 하지? 책을 정말 매일 1권을 정성껏 읽고 포스팅을 하는 것일까?' 그것이 알고 싶었다.
하루에 한 권의 책을 매일 읽는다는게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인플루언서란 그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주는 사람인데, 그들이 책을 소개해주는 건 분명 영향력이 맞지만, 그렇게 다독을 과하게 하면 그들에게 남는 것이 있을까? 그것이 정말 책을 제대로 읽는 것이 맞을까?
그런 부분에서 나는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내가 다른 방향으로 몇 달을 시도해보았더니 결론은, 결국 도서 인플루언서는 많은 책만 소개해주면 되는 거였다.
그들이 진정한 독서가인지 아닌지는 네이버가 관심이 없다. 그게 나는 실망스러웠다.
그럼 때려치우면 될 것 아니냐!!!라고도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사람은 여우가 되어야 한다. 정말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잘 전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잠시 감출 줄 알아야 한다. 인플루언서가 되고 나면 그때는 내가 원하는 영향력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줄 수 있을 것이다.
오랜 분석 끝에 나는 지금 다시 시작하고 있다.
그래서 들썩이는 내 손가락을 꾹꾹 눌러가며 책 리뷰만 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내가 읽고 기록해둔 독서록을 바탕으로 책을 한 번 더 보면서 하고 있다. 양심 상 남의 리뷰 여러 개를 긁어서 할 용기는 아직 없다.
내가 여전히 포기를 못하는 건 내게 열정이 채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나는 될 때까지 열정을 충전하면서 할 것이다. 다만 열정이 과열되어 펑 터지지 않도록 조율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뿐이다.
오늘 리뷰한 <몬테크리스토의 백작> 마지막 문장이 딱 나에게 들어맞는다
기다려라, 그리고 희망을 가져라